[동네사람들] 수다공예방 모임 이야기

(글쓴이 : 이수민 사회복지사)

 

수다공예방 모임은 방화2동 주민들이 다양한 공예활동을 구실로 어울리는 모임입니다.

매주 수요일 9시부터 12시까지 2층 자람터에서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만나면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수다''공예'가 합쳐져서 수다공예방이라고 합니다.

 

주민분들은 각자 관심 있는 공예활동 재료들을 준비해, 모여 앉아 수다를 나눕니다.

수다공예방은 뜨개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습니다.

그 외에도 보석십자수, 종이별과 종이학접기 등 각자 공예 활동을 하며 일상을 나눕니다.

 

연령도, 가족 구성도, 살아온 삶도 모두 제각각 다르지만

공예를 좋아하는 마음, 이웃들과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으로

무더운 날씨에도 시끌벅적하게 자람터를 지키고 계십니다.

 

어느덧 4년차가 된 모임은 반장님이 따로 없습니다.

모임원이 다 같이 출석부를 챙기고 모임에 필요한 일들은 서로 이야기 나누며,

모두가 모임에 애정을 가지고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이웃이 오시면 반갑게 맞으며 자연스럽게 모임에 어울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덕분에 처음 오신 분들도 금세 수다공예방의 일원이 됩니다.

 

모임을 오랜 시간 이어온 만큼 주민분들의 관계도 깊습니다.

늘 함께 뜨개를 뜨니 각자가 어려워 하는 부분을 알고, 그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 도안들을 추천해줍니다.

언니, 동생이라 부르며 안부를 묻고, 같은 나이대의 자녀를 키우는 주민분들은

자녀를 키우며 생기는 고민과 자녀 덕분에 웃게 된 일들을 나눕니다.

그 외에도 요즘 직장은 어떤지, 고민이 무엇인지, 집 주변과 우리 지역에 무슨 일이 있는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손을 바삐 움직입니다.

 

담당자로 새롭게 모임을 맡게 되었을 때 저는 이 모임에서 담당자, 복지사 선생님으로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임의 구성원 중 일부로 녹아들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다공예방의 담당자가 아니라 모임의 일원으로 느껴질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주민분들과 가까워지며 함께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민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뜨개질을 시도해봤습니다. 뜨개질을 하며 서로 좋은 도구도 소개하고,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짬내서 함께 뜨개질을 하고, 도안도 공유하며 자연스레 모임에 녹아들었습니다. 바빠서 참여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지만 그런 날엔 그래도 잠시 앉아 수다를 나누었습니다.

 

처음 모임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모임에 가면 늘 “복지사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모임에 가면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마련해 주십니다. 뜨개 파우치가 없으면 “오늘은 바쁘시구나 먼저 알아봐 주시고, 출근길에 마주치면 “오늘은 못 오세요?”, “조금 이따가 봐요. 먼저 가 있을게요.”하고 인사해 주십니다.

 

늘 받는 게 더 많아 미안한 마음에 조그만 소품 하나씩 선물하고자 만들어가면, 별 것 아닌 작은 소품에도 고마움을 표현해 주시고 기뻐해주십니다. 담당자 뿐만 아니라 주민분들도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게 자연스러운 모임입니다.

 

수다공예방은 공예를 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임에 참석하시는 주민분들이 많습니다. 자녀 이야기부터 일상의 고민까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늘 곁에 있는 이웃 사이가 되었습니다.

 

모임 단체 메시지방에는 요즘 유행하는 도안과 좋은 아이템 정보들이 올라옵니다. 자녀가 떠 달라고 요청한 가방이나 인형, 주방에서 사용할 수세미, 만들고 싶었던 주머니 가방 등. 만드는 작품도, 사용하는 실도 다양합니다

 

모임에 오지 못한 분의 안부를 묻고, 오지 못할 때는 꼭 메시지를 남기십니다. 뜨개질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정보도 오갑니다. 요즘 유행하는 도안은 무엇인지, 어떤 도구가 사용하기 편한지 서로 알려주며 함께 배우고 즐거움을 나눕니다.

 

유미(가명) 님은 별 종이접기에 이어 학 종이접기에 빠지셨습니다.

“선생님, 선물.” 하시며 모임에 갈 때마다 손에 한가득 별과 학을 담아 건네주십니다.

 

뜨개를 하시는 주민분들은 담당자가 뜨개에 대한 고민을 나눌 때면 답처럼 따듯한 선물을 내어주십니다.

소품 말고 파우치를 떠보고 싶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은성(가명) 님과 주영(가명) 님은

“복지사 선생님, 바빠요? 잠깐 들러주세요.” 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수다공예방을 방문하면 예쁜 파우치들을 선물해 주십니다.

이 파우치를 써보고 괜찮으면 떠볼 수 있게 도안과 실 정보도 공유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은미(가명) 님은 담당자가 뜬 인형에 어울릴 것 같다며 소품도 떠주시고, 실이 굴러가서 고민이라는 말에 뜨개 가방을 선물해 주십니다.

 

정민(가명) 님은 담당자가 종이가방에 실을 들고 다니다 가방이 찢어진 모습을 보고 직접 만드신 뜨개 파우치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끈이 짧아 불편했던 직원들의 가방끈도 뚝딱 늘려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이렇게 정성껏 만든 작품과 마음을 나누어 주시는 따뜻한 모임입니다.

덕분에 저도 늘 웃으며 모임에 참여하게 되고, 업무가 아닌 즐겁고 힐링하는 시간이 됩니다.

 

공예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시작한 모임은 이제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고 일상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이웃 사이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주민분들이 서로 의지하고 웃으며 함께할 수 있는 수다공예방의 일상을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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