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이음] 12월 요리 모임 - "함께하는 맛, 대화하는 맛!"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5. 12. 10. 11:51
(글쓴이 : 이예쁨 사회복지사)
들어가는 말
안녕하세요.
2025년 12월, 곁에있기과에서 함께하게 된 이예쁨 사회복지사입니다.
[동네이음]이라는 사업으로 주민들을 부지런히 만나며
"나"로 살아가시는 삶의 회복을 돕고
이웃 관계를 엮는 사회사업가의 발걸음을 실천이야기에 담아가겠습니다.
이번 모임은 [동네이음]으로 한 해 동안 해온 요리활동을 마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그동안 참여해온 소감과 달라진 변화, 내년의 소망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모임 하루 전, 어느 때보다 푸짐하게 고기와 곁들일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어떻게 만나뵈면 좋을지 궁리하며 새로운 담당자로 인사드릴 생각하니 긴장되고 또 설렙니다. 이곳저곳 상점을 들리니 혼자하기 힘에 부칩니다. 다음 요리를
준비할 땐 주민분들이 앞장 서시도록 부탁드려야겠습니다.
드디어 모임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요리활동을 줄곧 도와주시던 김홍진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사온 재료와 도구를 꺼내어 보이자 끄덕이시며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복지사님은 걱정말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주민 한 분 한 분을 다독이며 친근하게 챙겨주시는 김홍진 선생님은 모임에 없어선 안 될 감초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운영위원회가 있어 잠시 인사드리고 나오자 3층 공유부엌에 이미 상차림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요리 선생님으로 함께해 주셨던 김진희 선생님이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계셨고, 문 선생님이 가장 먼저 도착해 계셨습니다. 두 분께 인사드렸습니다. 문 선생님은 본인의 함자를 한 글자 한 글자 뜻을 풀어 설명해 주셨습니다. 자연의 의미를 담은 성함이 한 편의 짧은 시 같습니다. 글자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표현하시는 선생님의 강점을 눈여겨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 임 선생님과 김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밝고 명랑하게 인사드렸습니다. 김 선생님은 퉁명한 말투로 담당자가 왜 자주 바뀌는지 물으시며 오래 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임 선생님은 조용히 저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사실 여기를 안 오려고 했어요. 몸도 아프고 뭘 이런데 오라고 하나.
그런데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하도 오라고 해서 그럼 한 번만 가자 하고 왔더니 …. 어라…?
내가 밥 먹는 그 밥맛도 좋지만, 대화하는 맛! 함께하는 맛이 너무 좋더라고!
그래서 계속 오게 된 거예요~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 임 선생님은 당신이 느끼신 변화와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모임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으신 임 선생님의 말씀은 제가 앞으로 주민분들과 만남을 주선하고, 모임을 이뤄가야 하는 방향을 가리켜 주신 듯 했습니다.
시간에 맞춰 열 분의 주민 분들이 모이셨습니다. 한 분씩 인사드렸습니다. 모이신 분들은 서로의 근황을 묻고 대답하셨습니다. 지난 김장김치에 관한 이야기, 어디가 아팠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나누시더니 정 선생님이 "아, 글쎄 지난 번에 보고 얼마 안 됐잖아? 근데 희한하게 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내가 죽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온 거야!"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다치셨는데 지혈이 되지 않고, 피가 계속 뿜어져 나와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느끼셨다고 합니다. 그 순간 예전과 다르게 동네이음으로 만난 다른 이들이 생각나 약국으로 향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모임이 생각나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정 선생님의 말씀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눈 뒤 삼삼오오 식탁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웠습니다. 김진희 선생님은 주방에서 파무침에 이어 뜨끈한 잔치국수를 끓여주셨습니다. "내가 김장하고 몸살이 나서 정말 못 올 것 같았는데 지난 번 남은 소면으로 잔치국수 해달라고 해서, 그 약속 때문에 온 거예요!"
지난 회기 버섯전골에 넣고 남았던 소면이 또 다른 구실이 되었습니다. 요리 프로그램의 숨은 장점은 재료가 조금씩 남는 겁니다. 부침가루가 조금 남으면 부침개, 밀가루가 조금 남으면 수제비…. 모임의 구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나누기도 좋습니다.

젓가락과 집게가 바쁘게 왕복합니다. 지난 회기부터 새로 오신 정 선생님은 고기굽기의 달인이셨습니다. "선생님이 고깃집 차리시면 저 단골할게요!" 농담도 건네어 봅니다. 문 선생님은 한 쪽 눈이 잘 안 보였는데 고기를 많이 먹고 나니 이제 잘 보이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삼겹살과 잔치국수를 먹고 나니 분위기도 뜨끈뜨끈 데워지는 느낌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정리와 환기 시간을 가지곤 테이블에 다시 앉았습니다.
새로 온 담당자로 정식 인사를 드리고, 그동안 모임하며 어떠셨는지 소감과 내년의 소망이 있으신지 여쭈었습니다. 서로 성함을 알고 계신지 여쭙자 '이름까지는 잘 모른다'고 하셔서 자기소개도 함께 부탁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짜 뭐 솔직하게 얘기하면 야쿠르트 때문에 왔어요, 여기. 솔직하게요.
와서 이렇게 우리 형님들을 만나뵙고 그런 저런 얘기하다 보니까 많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혼자 집에 있으면 대화할 사람이 없잖아요, 이렇게 웃고.
산도 가고, 극장도 가고, 물론 (귀가 아파서) 영화는 안 봤지만.
이런 모임 취지가 저는 너무 좋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선생님은 건강음료 지원 사업으로 '야쿠르트에 중독'되어 모임에 참여하게 되셨다며 솔직하고도 재미나게 말씀하셨습니다. 대다수 야쿠르트 중독에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렇다!" 말씀하셨습니다. 야쿠르트 배달해 주시는 매니저님이 오실 시간이 되면 '언제 오나~'하며 창밖을 빼꼼히 내다보기를 반복하신다고 합니다. 사람이 그립고, 대화가 좋은 혼자 사는 아저씨들은 작은 야쿠르트 하나에 마음을 온전히 빼앗겨 버렸다고 하셨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을 이렇게 만나서 참 좋은 한 해였던 것 같고,
같이 먹고 나누고 웃으면서 지냈던 게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다른 김 선생님은 서로 먹고, 나누고, 웃는 기억으로 채운 2025년 한 해의 소감을 짧게 나누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다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을 거예요.
저도 처음에 복지사 선생님이 전화를 하면 굉장히 많이 망설였어요.
지금 제가 처해 있는 상황이, 어려서 직장 생활하고 사회 생활할 때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고 살았지만
지금은 혼자 생활하다 보니까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고,
상대에게 어떤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한 번은 해보는데 계속 강요는 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일단 참석하니까 이 프로그램이 굉장히 좋아요.
혼자 살다 보면 활동 공간에 제한도 많이 느끼고, 사회생활을 안 하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도 저절로 적어지고,
그러다 보니 대화할 사람도 없는데 그나마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이렇게 여러 사람들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얼굴도 보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시간 자체가 굉장히 기다려지고 또 즐거운 시간 같아요.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한 번 또 뵀으면 좋겠습니다.
정 선생님의 말씀 외에도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위안이 되었다는 임 선생님의 말씀,
요즘 눈이 안 좋아져서 불편함이 많았는데 삼겹살을 먹어서 그런지,
삽겹살을 많이 먹으려고 집중적으로 쳐다봐서 그런지 잘 보이게 되었다는 문 선생님의 유머 섞인 말씀,
다른 곳에서 만들었던 김치보다 함께 만든 김장김치가 아주 맛깔나고 좋다는 박 선생님의 말씀….
모두 함께하는 이 시간이 생활의 활력이 되고 있다는 의미로 전해졌습니다.
지금의 따뜻한 순간을 기억하고 새해 덕담을 나누며, 새롭게 시작하는 2026년의 소망과 기대하는 마음을 롤링페이퍼에 적어 나누자고 제안했습니다. 롤링페이퍼를 어떻게 적는지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처음 써보는 탓에 우스운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김 선생님은 센스있게 음악을 틀어달라며 BGM을 요청하셨습니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서로 전하고 싶은 말을 적어내려가셨습니다.

내년에도 잘해봅시다.
열심히 살자.
다시 볼 수 있도록
건강하세용!
행복은 쇼윈도 위에 물건처럼 사고 파는 것이 아니다.
모들 일이 술술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대박나시고
늘 지금처럼 파이팅요^^
건강 최고!
함께 촬영한 사진을 붙이고 액자로 추억을 새기며 올해 요리 활동 시간을 마쳤습니다.
내년 활동이 기대됩니다.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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