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이음] 첫 번째 문화체험 – 오랜만의 영화 나들이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5. 9. 18. 17:44
(글쓴이 : 안승호 사회복지사)
안녕하세요. 곁에있기과 안승호 사회복지사입니다.
2025년 동네이음 사업, 중장년 아저씨들의 첫 번째 문화체험을 소개합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인 9월, 중장년 아저씨 다섯 분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요리 모임을 함께 하는 한 주민분께서 답답한 집을 벗어나 외부 활동을 하고 싶다는 요청을 주셔서, 답답한 일상에 소소한 활력을 불어넣고자 이번 문화체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복지관 앞에서 만나 차를 타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동안, 주민들은 오랜만의 영화 관람이라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습니다.
“영화관을 20년 만에 가봐요. 예전에 대한극장에서 액션영화를 본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네요.”
“저도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기억도 안 나네요. 람보였던 것 같은데, 아무튼 기대됩니다.”
한 주민이 이렇게 말하자, 다른 주민들도 맞장구치며 서로의 추억을 이야기했습니다.
웃음과 농담이 오가며 차 안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해졌고, 영화 관람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영화 관람에 앞서, 참여 주민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곰탕, 냉면, 돈까스 중에서 투표를 진행했는데, 만장일치로 곰탕이 선정되었습니다.
마침 방문한 식당에는 6명 자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조건 한식파에요. 돈까스 이런거는 맛이 없어요. 뜨끈한 국물이 있어야 밥이 들어가요. 여기 곰탕 잘하네요.”
녹진한 곰탕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모두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아저씨들에게 빠질 수 없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담배 시간인데요. 단순히 흡연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하며 친해지는 중요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롯데몰 정문 옆에 흡연장이 있어, 아저씨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담배를 매개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쌓았습니다.
한 아저씨는 “흡연자들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소통이 있죠.”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그 말에 다른 아저씨들도 웃고 공감하며, 담배 시간을 통해 유쾌한 소통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담배 타임을 마치고,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영화관을 방문한 주민들은 조금 긴장되는지 눈치를 살피며 좌석에 앉았습니다.
광고가 나오는 동안 핸드폰을 보는 분들이 많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 천천히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늘 함께 볼 영화는 조정석 주연의 ‘좀비딸’이었습니다.
외국 영화는 자막을 읽어야 해서 부담스러웠고, 애니메이션에도 큰 흥미가 없는 터라, 자연스럽게 선택지는 한국 코미디 영화로 좁혀졌습니다.
“조정석 알아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온 배우 아니에요? 코미디 전문 배우지. TV에서 많이 봤어요.”
영화가 시작된 지 30분쯤, 아저씨 두 분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을 나가셨습니다.
10분쯤 지나 또 한 분이 뒤따랐고, 남은 사람들은 잠시 화면 속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싶어 담당자가 로비로 나가 보았습니다.
그 곳에는 아까 중간에 나가신 세 분이 모여 앉아 계셨습니다. 미안한 듯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사운드가 너무 크고, 안이 답답해서 도저히 못 있겠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편하게 보세요. 우리는 밖에서 담배 피우며 이야기 나누면 돼요.”
담당자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영화관으로 들어가 관람을 마쳤습니다.
이후 영화관에 남아 있던 아저씨들과 로비로 나와, 모두 함께 모였습니다.
다 함께 로비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 먼저 나가신 아저씨들께서 조심스레 말을 꺼내셨습니다.
“아휴, 오랜만에 와보니 너무 답답해서 중간에 나왔어요. 제가 우울증이 있어서 그런지, 꽉 막힌 공간에서는 오래 못 있겠네요. 먼저 나와서 죄송합니다.”
그 말을 들은 영화 끝까지 보신 아저씨들은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요. 저도 조금 답답했거든요. 이해가 돼요.”라고 답하셨습니다.
잠시 영화 이야기를 멈추고,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낸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동네 밖으로 나온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영화를 떠나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이렇게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영화 보러 가자고 했을 때는 조금 망설였는데, 오길 잘했어요. 저는 이 분과 전화번호도 교환했어요."
"맨날 혼자 담배 피다가 같이 태우니까 더 맛있네요."
웃음 짓는 아저씨들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가 단순한 영화 관람 이상의 시간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이 따뜻하게 전해졌습니다.
오늘 하루, 영화보다 사람과의 만남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문화 체험은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주민들과 관계를 쌓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웃음과 대화를 나누며, 작은 만남 속에서도 큰 의미를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소소한 경험이 주민들에게 일상의 활력과 즐거움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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