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작가] 마지막 활동 이야기 “말이 아닌 시로요.”📚

(글쓴이 : 이수민 사회복지사)

 

누구나 작가 마지막 활동 이야기입니다.

 

어느덧 누구나 작가 마지막 수업 날입니다. 처음에는 언제 이 시를 다 쓰나 막막하고 막연한 시간이었는데, 왜 벌써 끝이 나는지 참 아쉽다는 이야기가 오갑니다.

 

[오늘의 나는]

오늘은 시를 적지 않고, 시집에 실릴 작가의 말을 적었습니다. 작가의 말은 시집을 읽는 사람들에게 나와 나의 시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는지 그리고 나에게 이번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며 한 명의 작가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적어봅니다.

 

시를 적을 때만 하더라도 머뭇거리던 작가님들이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써 내려 갑니다. 시를 적고 나니 글로 나를 소개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고 하십니다.

 

각자 써 내려간 작가의 말을 읽어봅니다.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시를 써보며 든 마음을 적은 작가소개 글에는 또 다른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누군가는 시를 배워본 것이 처음이라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내 마음 문을 살며시 열고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내용들 꺼내 보니 아프고 힘들었던 사연들이 많더라.
힘듦을 딛고 일어나 얻은 보화들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도 있더구나
시를 시인분께 처음으로 배워본 소중한 첫 경험. 시의 세계를 탐구해 본 순간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며 때로는 내 마음 속 작은 곳에서부터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모든 것이 생명력이 있다. 햇볕의 사랑을 받는 생명력. 매미가 내 앞에 떨어져 살려줘야겠다는 마음에 잔디에 내려놓은 적이 있다. 하늘로 날아 나무에 올라갔다. 다 삶의 욕구가 있어 돌멩이 틈에도 잔디가 뚫고 나온다. 그걸 볼때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놀랍다. 그 광경을 보고 내 인생을 돌아보면 사람 구실을 못 하는 것 같아 살아내야 할 의욕이 없다.

-작가의 말 중 일부 발췌-

 

작가님들이 읽어주시는 글을 읽으며 담당자도 어르신 작가님들을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립니다. 처음에는 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하셨는데,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시를 완성하고 그 시를 쓴 사람으로서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동안 써온 시만큼이나 작가님들이 소개하는 각자의 이야기가 참 다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몇 번이고 읽은 시를 또 읽어도 이전과는 다른 마음이 듭니다.

 

[말이 아닌 시로요]

작가의 말과 함께 각자 쓴 두 편의 시를 마지막으로 살펴보고, 그중 가장 자랑하고 싶은 시 한 편을 골라 함께 읽었습니다. 한 분씩 자신의 시를 소리 내어 읽습니다. 시를 읽고 나면 자연스레 시에 담긴 삶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보리할머니 작가님의 시 두 편은 모두 먼저 떠나보낸 반려동물에 대한 그리움을 말합니다. 작가의 말과 함께 시를 읽으니 강아지와 함께했던 기억이 남은 어르신 작가님들이 함께 눈시울을 붉힙니다.

 

잠깐 옷을 입다가 어디를 가야 하는지 까먹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래도 내가 보리와 몽실이는 잊어먹지 않지.
나는 아침마다 몽실이와 보리한테 꼭 인사하러 간다. 그래도 지금은 마음의 그리움이 조금 덜 한 것 같다.
보고 싶다. 짐승이지만 나의 딸이다.

-보리할머니 작가님의 작가의 말 발췌-

 

시를 읽으며 작가님은 반려동물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이야기합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저마다의 경험을 보태며 그 마음을 헤아립니다. 동물이지만 가족처럼 사랑했던 마음,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보고 싶은 마음을 함께 나눕니다. 스마일 작가님은 “짐승이지만 나의 딸이다.”라는 말을 짚으며 “나는 강아지를 무서워해요. 그런데도 이 글을 읽으니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가요. 얼마나 자식처럼 여기고 애지중지 키웠겠어요. 내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겠죠.”하며 그 마음에 공감합니다.

 

해바라기 작가님의 시에서는 손주의 자라는 모습을 만납니다. 작게 태어난 아이가 어느새 자라나는 모습부터 돌잔치에서 있었던 일까지, 할머니의 눈에 담긴 손주의 모습이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작가님들은 시를 들으며 아이의 모습에 함께 웃기도 합니다. 손주가 자라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며, 아이를 향한 가족들의 애정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침 며칠 전이 돌잔치였는데 그때의 사진을 함께 보았습니다.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손주에게도 친근한 마음이 생긴다고 합니다.

 

시를 읽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동안 작가님들은 각자의 삶을 조금씩 더 들려주셨습니다.

이날은 시를 읽고 감상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작가님들은 그동안 시를 쓰기에 바빠 미처 말하지 못했던 각자의 하루들을 조금씩 더 들려주셨습니다. 시를 쓰며 떠올린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과의 관계, 여행 이야기가 하나둘 이어졌습니다.

 

은하수 작가님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었던 마음을 솔직하게 들려주셨습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하며 마음을 보태기도 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헤아리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은하수 작가님은 스마일 작가님이 아이를 위해 쓴 시를 들으며 자신도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었다는 마음이 있어 잘 들었다고 합니다. 아직 다 풀리지 않은 마음이 있지만, 언젠가는 어머니를 용서하고 마음의 자유를 얻고 싶다는 바람도 나눕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마다의 생각을 보탭니다. 꼭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 마음을 이해하려 하고,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위로를 건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시를 쓴다는 것이 꼭 멋진 문장을 만드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글에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워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편씩 시를 써 내려가다 보니 그 안에 나의 삶이 담겼고, 그 시를 함께 읽으며 서로의 삶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옥이 작가님은 긴 이야기 시간을 마무리하며 “우리가 그동안 시 쓰는데 열중하고,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하기 바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는 못했는데 그래도 서로 시를 매번 들으니까 시로 여러분들을 알게 된 것 같네요. 오늘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데도 각자의 사정을 다 아니까 이야기가 어색하거나 끊기지가 않는 게 참 신기해요. 어떻게 보면 우리 시로 대신 이야기 했네요.”라는 말을 남겨주셨습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맞아요. 어떻게 이야기하든 우리끼리 통하면 됐죠. 이렇게도 되네요.”하며 옥이 작가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평소에는 이웃으로 만나도 길에서 짧게 인사하는 정도였을지 모릅니다. 서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강점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깊이 나눌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시를 통해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구태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시만으로도 서로의 삶과 이야기,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5개월의 시간 동안 말보다는 시로 서로의 삶을 나누었습니다.

 

[우리, 계속 만나요]

수업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모두 수고 많았다는 격려 나누었습니다.

작가님들은 처음에는 시라는게 참 어려워 언제 끝나나 생각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수업이 되니 아쉽다는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시를 쓰는 동안 작가님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 안에서 잊고 지냈던 기억을 떠올리고, 오래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그렇게 완성한 시를 서로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한 작가님들의 삶도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작가님들이 수업을 마친 뒤에도 시를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시집에 실을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함께 모여 자유롭게 시를 쓰고 서로의 글을 읽어주는 모임을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수업이 끝나도 계속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반갑습니다. 시를 쓰는 시간이 작가님들에게 마냥 어렵고 힘들지만은 않고, 그래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았나 봅니다. 누구나 작가 수업은 마무리되지만, 작가님들은 함께 모여 글을 쓰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글감을 발견하는 시간도 만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열한 분의 작가님과 함께 완성한 24편의 시가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여 세상에 나올 날도 기다려집니다. 작가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시집을 자랑스럽게 펼쳐 보이실 수 있도록 출판 과정도 잘 거들겠습니다.

 

누구나 작가를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누고,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각자의 이런저런 사정이 참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함께 시를 써주신 열한 분의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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