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작가] 다섯 번째 활동 이야기 “거짓부렁을 쓰지 말자”📚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6. 8. 11. 08:45
(글쓴이 : 이수민 사회복지사)
누구나 작가 다섯 번째 활동 이야기입니다.
7월로 들어서면서 부쩍 건강이 좋지 않으신 어르신들이 많아졌습니다.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시를 쓰는 게 늦춰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덩달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수업에 함께하지 못한 작가님들과는 개별적으로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누며 시를 이어 쓰실 수 있도록 그 과정을 함께 거들고자 합니다.


[내 삶을 포장하지 않기]
이번 수업부터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조금 더 적은 인원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한 분 한 분 작가님과 함께 더 깊게 이야기를 나누며 퇴고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4회기에 완성했던 시와 더불어 집에서 직접 수정한 내용을 바탕으로 김민지 작가님과 한 분씩 이야기를 나누며 첫 번째 퇴고를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김민지 작가님이 퇴고를 위해 이야기 나누는 동안 담당자가 다른 작가님들의 퇴고 과정을 거들기로 합니다.
시를 쓰고 고치기에 앞서 함께 딱 한 가지 약속을 정하고 시작합니다.
애써 포장하는 이야기를 쓰지 않기로 합니다. 애써 꾸며낸 예쁜 표현도 금지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부담스럽다면 이야기를 꾸며 쓰기보다 다른 이야기를 쓰기로 합니다.
“거짓부렁을 쓰지 말자.”
함께 외치고 시작하니 후련하고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써볼 법 합니다.


“오늘은 작가님들이 적어주신 시를 저와 함께 보며 포장한 글들을 찾고 시의 매력이 떨어지게 만드는 단어는 빼거나 고칠 수 있도록 제안을 드릴게요.”
오늘 어떻게 퇴고를 진행할지 설명하며 시에 더 깊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여러 질문들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내가 했던 것 중 가장 나쁜 짓은 뭔가.”
“나는 왜 그때 그런 행동을 했을까.”
“살면서 도움 받은, 도움 준 일을 기억하는가”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사물 혹은 어떤 풍경과 같은가”
“위로가 되었던 순간은”, “살아가는 데 고역이었던 순간은” 등등
정답을 찾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기억과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기 위한 질문들이었습니다.
각자 마음에 남는 질문을 골라 자신의 시를 다시 읽어보고, 그 이야기가 시 안에 충분히 담겼는지 하나씩 살펴봅니다.


소규모로 둘러앉으니 한 편의 시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더욱 깊어집니다. 김민지 작가님은 참여 작가님들의 시를 읽으며 단순히 문장을 고쳐주기보다 시 속에 담긴 삶을 함께 찾아가는 질문을 건넸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했을 때 행복은 어떤 장면일까요?”
“장면은 충분히 잘 그려졌어요. 이 장면 안에 조금 더 구체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이 부분은 설명하지 않아도 다 드러나요.”
“존재감이 없는 문장들에 나를 비유하는 식으로 조금만 다듬으면 마음이 더 와닿을 것 같아요.”
작가님들을 거들며 퇴고하는 과정을 잠시 가만 들여다보았습니다.


스마일 작가님은 시를 퇴고하며 “바람도 살랑살랑 춤을 추고라는 구절에서 무엇이 흔들리는지 하나만 더 들어가면 장면이 살아날 것 같아요.”라는 말에 곰곰이 고민하시더니 “저는 소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럼 솔잎 이런 것들을 좀 넣어볼게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어 "행복은 어떤 장면일까요?"라는 질문에는 “행복이 퍼지는 모습은 웃는 것, 춤을 추는 것, 기쁨을 주는 것 많은 것 같아요.”라고 답합니다. 그럼 행복을 설명하기보다 행복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하나씩 그려보자고 제안합니다.


보리할머니 작가님은 최근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 보리와 지금 함께 지내는 몽실이에 대한 시를 써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작가님과 대화하기 전 담당자가 거들었습니다.
“선뜻 글을 쓰기 어려우면 보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일단 쭉 써보시면 어떨까요? 작가님의 마음이 담긴 말들이 모이면 거기서 괜찮은 단어들을 골라보세요. 그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담당자의 제안에 곰곰이 궁리해보시던 작가님은 “그럼 우선 편지를 써볼게요. 편지라고 생각하면 쓸 수 있을 것 같아요.”하며 글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첫 시작은 어렵고 선뜻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몰라 망설이셨습니다. 그러나 글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거드니 어느새 종이를 가득 채우셨습니다. 담당자는 글을 모두 적으신 후 글의 배치 정도만 거듭니다.


정희 작가님은 시의 구절 사이에 몇 가지 문장을 더 추가해보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고 궁리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구절과 구절 사이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지 작가님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제안받은 방향도 의미는 좋지만 지금의 마음으로는 쓰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조언해 주신 방향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니 이게 맞는 것 같네요.”
“현재의 나의 모습을 쓰고 있어요. 노력하는 것들을 쓰라고 했지만 난 아직 노력하기 위한 노력 중인 것 같아요. 다 담아낼 수는 없지만 거짓을 섞는 것 보단 조금이라도 지금의 나를 담아내려고요.”


은하수 작가님과 시를 퇴고하는 과정에서는 “2세라는 표현은 재벌 2세처럼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으니 2살이라고 쓰는 것이 더 잘 와닿을 것 같아요.”라며 단어 하나가 주는 의미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어 “이 시는 어떤 주제로 쓰신 건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백일홍 작가님도 시를 퇴고하는 과정을 막막해 하셨습니다. “지금 작가님이 제일 쓰고 싶은 건 뭐예요?”라고 물으니 내 삶에서 행복을 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행복한 것은 무엇인가... 서로서로 잘 지내는 게 행복 같아요, 꽃이나 사람이나.”
“그 마음을 조금 더 시적으로 표현해 보면 좋겠어요. 작가님이 보셨을 때 백합꽃처럼 예쁘고 기쁜 것들을 다 떠올려보고 나열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시는 김민지 작가님도 담당자도 정답을 알려줄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어려워하는 부분에 있어 작가님들이 가장 편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거들었습니다.
그렇기에 퇴고는 참여 작가님들이 스스로 나의 삶 속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길어 올릴 수 있도록 질문을 이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내 삶을 나누는 시간]
퇴고를 완료하고 한 분 한 분 오늘 완성된 시를 나누었습니다.


보리할머니 작가님은 시를 읽다가 먼저 떠나보낸 반려견 보리를 떠올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멈추고 함께 그 마음을 나누기도 합니다.
“강아지가 자식 같지, 그래서 그렇지.”
“십수년을 키웠는데 그 마음이 당연한 거죠.”
“나도 우리 머루 보내고 그랬어, 꽤 됐는데 아직도 집을 잘 못 들어가. 요만한 집이 대궐같아요.”
강아지와 함께했던 추억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이어 나갑니다.




시를 나누며 시에 대한 소감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를 응원, 지지, 격려합니다.
“견주듯이 핀다는 것도 좋았어요. 나도 꽃을 키워봐서 무슨 소린지 딱 알겠어요.”
“조랑조랑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좋네요. 특이하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직접 들었던 말로 표현한 게 좋았어요. 찡하네요.”
“일상을 어떻게 보냈는지 다 보여요. 위트가 있어요.”
“첫 손주인가봐요.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다 담겨 있어서 안 봐도 이 글에서 행동이 보여요.”
“첫 손주면 미쳐 있을 때죠. 계산이 없는 시예요. 꾸밈없이 그대로 담겨 있네요.”
모란꽃 작가님은 “나 자신을 버리자.”라며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꺼내놓기도 했습니다.
꾸며낸 문장이 아니라 살아온 삶을 그대로 담았기에 더 마음에 와닿는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시를 고치는 시간인 줄 알았던 퇴고는 자연스럽게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나누는 시간이 되어갑니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함께 시를 쓰는 사이로 만나 공감하고 지지하며 관계가 생동합니다.
퇴고를 거들며 작가님 한 분 한 분 삶의 이야기를 듣고 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를 나누는 과정에서 작가님들 또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참여 작가님들은 퇴고가 단순히 문장을 고치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함께 배웠습니다.
내 이야기를 조금 더 솔직하게 담아내고,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꼭 남겨야 할 장면은 더 선명하게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시가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나니 퇴고 과정이 걱정과 달리 비교적 수월하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학교는 잘 못나왔지만 다른 경험이 많으니까. 다 나의 경험이니 집에서 한 번 써볼게요.”
“주말에 손자가 와요. 어떻게 자는지 보고 표현을 다르게 써볼게요.”
이제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일상 이곳저곳에서 시를 생각하는 작가님들을 보며 어렵지만 도전해보겠다고 하셨던 작가님들의 첫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그 마음을 끝까지 잘 거들고 싶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오늘 퇴고한 시를 한 줄씩 잘라 퍼즐처럼 다시 맞춰보며 행갈이와 연갈이를 통해 마지막으로 시를 다듬어보기로 했습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삶이 담긴 시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다음 활동도 기대됩니다.
다음 실천기록도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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