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로] 한 해 사업을 돌아보며 주민들과 함께한 포토보이스&FGI 이야기

글쓴이 : 방소희 사회복지사

들어가며...

작년 이맘 때 제도와사람에서 주관하는 포토보이스 교육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교육을 함께 들었던 권민지 과장님과 교육 이후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평소에 배운 것은 직접 적용해야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질적 평가 방법의 하나인 포토보이스를 배운 김에 사업 성과평가 방법으로 활용해 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2025년 1월에 동네로 사업을 구상할 때, 사업에 참여한 주민 가운데 몇몇분과 함께 포토보이스, FGI 형태로 성과평가를 해야겠다고 계획했습니다. 어느덧 한 해 사업의 마무리 시점인 12월이 되었습니다.

 

포토보이스, FGI에 참여할 주민들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면 좋을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권민지 과장님과 의논했습니다.

 

동네로 사업은 크게 7가지 세부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여러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민 가운데 모집하는 것이 이 사업의 성과를 잘 드러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세부프로그램에 3가지 이상 참여하신 주민분들 가운데 4분께 인터뷰 참석을 부탁드렸습니다. 

 

진행하며...

인터뷰는 포토보이스를 활용한 FGI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사업에 참여한 주민 사진, 풍경 사진, 인물사진 등 다양한 사진을 책상에 올려 놓고,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을 사진과 함께 해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주민분들께서 들려주신 주요 내용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질문 주요 답변
이웃과 어울리고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 젊은 시절 힘들게 살았는데 맨발의청춘, 바둑모임을 만나서 늦게나마 행복해요. 인생에서 좋은 분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 다양한 모임(맨발의청춘, 바둑모임)에 참여하며 제가 가보지 않았던 곳을 많이 가서 활동적으로 살 수 있었어요. 같이 모여서 즐겁고...
  • 항상 저는 혼자 있었고 외로웠는데, 복지관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 속에 섞여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 신체적인 한계가 있어서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모임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바둑모임처럼 가까운 곳에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복지관을 만나기 전
나의 삶은 어땠는지?
  • 이전에는 바쁘게 살아서 복지관도 잘 모르고 복지사들도 몰랐는데, 여러 활동을 하면서 사람을 알게된 게 좋아요. 그리고 이런 경험을 주변 사람들도 누릴 수 있도록 제안하면서 촛불처럼 그분들의 삶을 밝히고 싶어요.
  • 집에서 TV를 시청하거나 동네 한 바퀴 걷는 게 일상이었던 것 같아요. 교통공원 걸으면서 나와있는 주민들이랑 대화하는 게 위안이었어요. 
  • 황혼의 끝자락에 빈 의자라고 해야할까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은데 그게 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참 괴롭고 슬프더라고요.
  • 예전에 아는 분이 저한테 말년에 외롭겠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땐 건강할 때라 믿지 않았는데, 그때 들은 말이 문득 문득 생각날 때가 있었죠. 예전에는 집에서 책을 보거나 TV를 시청했는데, 그건 단절된 삶이잖아요. 복지관에 나오면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하니 살아있는 것 같죠.
각자가 생각하는
활력있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웃고 좋은 곳 구경가는 삶
  • 근심 걱정이 있더라도 해가 비추면 온 세상이 환해지듯이 밝은 마음을 갖고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삶
  • 활짝 웃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이런 순간에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
  •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
활력있는 삶을
복지관에서
어떤 역할로서
도우면 좋겠는지?
  •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일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게 돕는 역할
  • 기존에 진행되는 모임이 꾸준히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역할
  • 복지관 소식이나 주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기본적인 자원(독감주사 등 서비스 안내)에 대해 안내하는 역할
  •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주선하는 역할

 

마치며...

올해로 사회복지사로서 주민을 만난지 벌써 3년차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익숙하고 능숙해지는 것들도 있지만, 알고 있는 것이 생기니 더 어렵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주민들 간의 일상적 관계에서 사회복지사로서 어떤 의미를 찾아가며 일하면 좋을 지 어렵고 모호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기관에서 지향하는 당사자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일의 최종 지향점은 복지관이 없더라도 그분들 간의 관계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흐르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주민 한 분 한 분을 만나고 관계를 주선하는 일에서는 '내 실천이 지역사회와 당사자에게 이런저런 의미가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런 관계를 유지하며 이어 나가는 일상 속 관계에서는 어떤 의미를 짚어가며 일하면 좋을지 고민됐습니다.

 

주민들과 평가를 진행하며 그분들께서 생각하시는 활력있는 삶, 바라는 삶의 모습이 특별한 날이 많은 삶이 아니라 일상 속 어울림과 교류가 많은 삶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계가 주선된 이후에는 이런 관계가 자연스러운 일상 속 어울림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사회복지사로서 실천의 의미를 찾고 유능감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새로운 변화에서 어떻게 실천 의미를 짚으며 나아가야 할 지 고민될 때가 있을겁니다. 그때도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며 저의 길을 잘 찾아나가고 싶습니다. FGI 및 포토보이스에 참여해주신 분들을 비롯한 동네로 사업에 참여해주신 주민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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