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동네사람들] 개화동 송순연 통장님 댁 김장 잔치 이야기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1. 12. 31. 09:54
(글쓴이 : 연지은 사회복지사)
# 개화동 첫인사
개화동을 방문하기 전에 어떤 마을인지 알아보았습니다.
개화동 한자를 풀이하면 꽃피는 동네입니다.
개화동에는 새말마을, 내촌마을, 신대마을, 부석마을, 상사마을이 있습니다.
상사마을을 제외한 4개 마을이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송순연 통장님이 사시는 마을은 새말마을입니다.
파주의 피난민들이 6.25 전쟁 때 들어와 정착한 마을로 새로 생긴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한때 연예인 정형돈이 거주하였고
‘미존 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던 곳이라 궁금해졌습니다.
# 잔치 준비
손혜진 팀장님 소개로 16통 송순연 통장님 김장잔치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손혜진 팀장님이 송순연 통장님께 잔치 제안하고
저는 잔치 당일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잔치 담당자로 참여하게 돼서 무척 떨렸습니다.
통장님의 잔치이니 복지관에서 어떻게 거들면 좋을지 여쭈었습니다.
잔치 당일 오전에 고기를 먼저 삶아 놓으신다고 하셔서
복지관에서 고기를 사서 가져다드리기로 했습니다.
통장님께서는 초대할 분들이 연세가 많으시니
부드러운 삼겹살 부위로 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고기를 전해드리러 개화동 통장님 댁으로 방문했습니다.
송순연 통장님 댁은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서 눈에 띄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설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입 사회복지사 연지은입니다.
앞으로 자주 인사드리겠습니다.”
“반가워요. 앞으로 자주 놀러 와요.”
송순연 통장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고기를 삶아 놓을 테니 12시까지 다시 방문하면 돼요.”
저희는 고기만 전달해 드렸습니다.
통장님께서는 저희한테 시간만 맞춰오라고 하셨습니다.
잔치 날짜, 시간, 장소, 이웃 초대하기 모든 과정을
통장님이 하시니 통장님의 잔치입니다.
# 잔치 진행
통장님 댁에 갔더니 이웃들이 미리 모여 계셨습니다.
송순연 통장님, 새말마을 부녀회 회장님, 부녀회 총무님,
네 분의 어르신이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통장님이 잔치 여신 덕분에 저희도 초대받았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복지관에서 제안해준 덕분에 이웃들과 잔치를 열 수 있었어요.
맛은 없지만 감자를 갈아서 감자전, 김치부침개도 만들었어요.
많이들 드세요.”
김치부침개, 수육, 깍두기, 김장 김치, 시금치 무침, 막걸리 등
한상차림을 준비해주셨습니다.
통장님이 고기가 모자랄까 봐 사비로 더 준비해주셨다고 합니다.
복지관에서는 돼지고기만 준비를 해드렸는데
정성스러운 음식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통장님이 마을에 계시는 혼자 사시는 분들을 초대하셨습니다.
잔치를 통해 이웃분들이 외롭지 않고 다 같이 모여
즐겁게 보내시라고 초대하신 겁니다.
“통장님 고기를 어떻게 삶은 거예요?
밥도 맛있고 김치, 깍두기가 시원하네요.”
“햅쌀로 지어서 맛있을 거예요.
고기 삶을 때 과일, 양파, 된장, 매실 진액, 술, 월계수 잎, 새우젓도 넣었어요.
무도 총각무 대신 깍두기를 담갔어요.”
이웃들이 음식 드시며 통장님 요리 솜씨를 칭찬하셨습니다.
“이거 준비하느라 참 애썼어요, 어쩜 이렇게 고기가 부드러워요?”
“김치는 언제 담근 거예요? 깍두기가 맛이 딱 들었네요.”
이웃을 생각하시는 통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통장님이 잔치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이웃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는 마음인 듯합니다.
저는 신입 사회복지사라 이런 잔치가 신기합니다.
처음으로 통장님 덕분에 잔치에 초대받아
통장님이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 사는 모습을 느낄 수 있는 하루를 선물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이웃들과의 관계
“이렇게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되신 거예요?”
“나는 60년 됐어.”
“나는 40년 됐어.”
“나는 35년이 넘었지.”
“우리는 스무 살에 이 동네로 시집와서 며느리까지 봤어.”
개화동에서 몇십 년 동안 이웃들과 함께 지내셨다고 합니다.
이 세월 동안 함께 하신 일들과 추억들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복지관에서 놀러 가신 경험을 추억하고 계셨습니다.
지금은 갈 수 없게 되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조금씩 나아져서
이웃들과 같이 나들이 가실 수 있는 소규모 모임들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 씨 어르신은 나이가 많다고 같이 모이기 쑥스럽다고 하셨습니다.
“내 나이가 85세야.”
“비결 좀 알려 주세요. 그 연세로 안 보이세요.”
“비결은 따로 없고 지금처럼 이웃들과 즐겁게 살면 되는 거지.
근데 대한민국에 나 혼자야. 언니, 동생, 어머니, 아버지도 아무도 없어.
형제들이 하나도 없어.
나를 엄마가 낳고 3살에 돌아가셨어.
홍역에 걸려서 다 돌아가셔서
그래서 큰집, 외갓집, 아버지 집에서 길러졌지.”
나이 들어서 외롭게 지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 씨 어르신은 혼자 사시는데도
개화동에서 이웃들과 서로 챙기고 의지하면서
가족처럼 지내고 계셨습니다.
개화동 살다가 다른 동네에 이사 갔는데
동네 사람들이 이사 오라고 하셔서 다시 오셨다고 합니다.
동네 사람들 하나로 어울리기 힘든데 서로 사이좋게 잘 지내고 계셨습니다.
“통장님이 잘 챙겨주셔서 서로 잘 지내고 있어요.”
통장님께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소외되지 않게 잘 살피고 계셨습니다.
만약에 이 씨 어르신이 이렇게 이웃들과 어울려 살지 않으셨다면
많이 외로우셨을 겁니다.
이 씨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젊음의 비결도 이웃들과 즐겁게 살기 때문에
건강하게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
# 고립 가구와 나눔
“통장님 혹시 개화동은 고립된 가구가 있으실까요?
다른 동네 보니깐 옥탑방에서 중년 남성들
혼자 사시던데 여기도 그런 분 계실까요?”
“우리 집 뒤에 살고 있는데 이 씨 아저씨가 계셔요.”
“동네 행사 때마다 우리가 음식도 챙겨다 드리고
동사무소에서 김치도 나오면 갖다 드렸어요.”
통장님과 부녀회 회장님, 총무님이 중심이 돼서
이웃들의 관계를 잘 살피고 계셨습니다.
서로 역할을 맡아 이웃들을 위해 애쓰고 계셨습니다.
통장님의 김장잔치 덕분에 혼자 사시는 분들이
서로 만나서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식사 한 끼 대접하면서 어려움이 있는지 살피고
동네에 고립 가구 이웃을 살피기 위한 잔치였습니다.
“어느 마을은 통장님이 수육 삶아서 혼자 사시는 아저씨들한테 나눠주셨다고 해요.”
“그럼 오늘 남은 수육하고 김치는 이따가 이 씨 아저씨한테 갖다줘야겠네요.”
통장님께서 우리가 제안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계시는 이 씨 아저씨를 생각하면서
음식을 챙겨서 갖다주셨습니다.
개화동의 새말마을을 아끼고 이웃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통장님, 부녀회 회장님, 총무님, 모이신 어르신들의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귀합니다.
기존에 몇십 년간 이웃으로 지내오신 분들과 서로 챙기시면서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개화동에는 셋방 사시는 아저씨나 어르신들이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고립된 가구들도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게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 다른 방법으로
잔치를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런 잔치를 통해서 고립된 가구들이 이웃들과 잘 지낼 수 있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씨 아저씨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분의 강점을 발견해서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잔치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 뒷이야기
통장님은 직접 붓글씨를 쓰시는데 솜씨도 남다르셨습니다.
재능이 많으신 분입니다.
수육을 다 먹고 누룽지 밥도 주셨습니다.
푸짐한 상을 준비하셨는데 계속 음식이 차려집니다.
이웃 분들이 음식 솜씨도 굉장히 좋다고 칭찬하셨습니다.
수육을 먹고 난 뒤에는 따뜻한 커피와 아드님이 선물 받으신
충주 사과와 귤을 대접해주셨습니다.
개화동 첫 잔치로 통장님을 알게 돼서 귀한 인연입니다.
앞으로 통장님께 감사 인사 드리면서 개화동에서 자주 잔치를 해보고 싶습니다.
# 감사 인사 및 평가
팀장님과 개화동 통장님 댁을 다시 방문하여 감사 인사드렸습니다.
통장님은 개화동에 혼자 사시는 분과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는 분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동네를 살피고 계셨습니다.
통장님의 이웃을 살피는 마음이 귀합니다.
통장님 덕분에 개화동에서 잔치를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통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액자에 사진을 담아 감사 인사 편지와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소박하게 준비하였지만 통장님은 화사하게 잘 나왔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통장님께 전해진 듯합니다.
통장님과 잔치 평가했습니다.
Q1. 사회복지사가 잔치 제안했을 때 어떠셨어요? A. 동네 분들을 위한 일이라서 흔쾌히 승낙했어요. 봉사도 평소에 자주 하는데 잘됐다고 생각했어요. Q2. 직접 준비해서 잔치해 보시니 어떠셨어요? A. 잔치를 준비하는데 두려워하는 성격이 아니고 어려운 사람 보면 돕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Q3. 잔치 후에 뭐가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이웃들과 더 친밀해지고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Q4. 다음에도 잔치에 참여할 마음이 있으신가요? A. 통장 역할이 끝나더라도 참여하고 싶어요. 할 기회가 또 생기면 참여할게요. Q5. 잔치할 만한 분 소개 해줄 수 있으세요? A. 부녀회장님 추천해도 될 것 같아요. Q6. 예전에는 복지관에서 크게 잔치 여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소박하게 잔치를 해요. 진행 방식의 차이는 어떻게 느껴지셨나요? A.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동네 이웃끼리 잔치하니 더 가깝게 느껴지고 평소에 섭섭한 마음도 잔치하면서 풀 수 있었어요. Q7. 이웃들과 잔치하면 동네가 어떻게 변할까요? A.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은데 모든 분을 다 초대 못 하니 초대 안 받으신 분이 서운해하실까 걱정이에요. Q8. 혼자 사시는 이 씨 아저씨도 잔치에 초대하면 이웃과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A. 혼자 사시는 이 씨 아저씨도 다음에 이웃들과 인사하고 좋을 것 같아요. |
송순연 통장님께서는 이번 잔치가 이웃과 나누는 일이고
내 덕을 쌓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사회사업가가 제안했을 때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이웃과 더 나눌 수 있으니 잘됐다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누구나 이웃과 나누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사업가가 그 마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거들 수 있습니다.
이웃과 소박하게 인정을 나누는 잔치를 통해
관계가 더욱 끈끈해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개화동은 대문을 열어두고 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 안다고 하셨습니다.
개화동처럼 방화2동도 이웃들이 문을 열어두고
서로 가족처럼 잘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잔치가 좋은 구실이 될 수 있겠습니다.
더 끈끈하게 오랫동안 관계가 유지되도록
주민들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 개화동 끝마무리
개화동은 꽃 피는 동네,
‘미존 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만 알고 있었습니다.
통장님 댁에서 잔치하면서 개화동은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나고
이웃 간의 관계가 돈독한 마을로 보였습니다.
이 씨 어르신이 개화동에서 이웃들과 어울려 살지 않으셨다면
많이 외로우셨을 겁니다.
통장님이 이웃들의 관계를 살피면서 외롭지 않게
이웃들과 즐겁게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고 계시니 감사합니다.
이 씨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젊음의 비결도 이웃들과 즐겁게 살기 때문이었습니다.
「복지요결」에서 사회사업의 이상을 배웠습니다.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살 만한 사회입니다.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을지라도그래도 혼자는 아닌 세상입니다.
사회사업 이상은 문제를 없애는 쪽보다 이웃과인정을 살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문제, 없애고 싶습니다.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이상을 말한다는 게 공허하기도 합니다.
문제를 딛지 아니하고서는 이상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를 없애는 일이 꼭 좋을 거라는 확신이 없습니다.
자신도 없습니다.
문제 해결이 당사자에게는 절실한 일이고 단위 사업에는 중요한 목표일 수 있지만
사회사업 이상으로 삼기에는 너무 낮아 보입니다.
이러므로 사회사업가로서 꿈꾸는 세상은 문제가 없는 곳이 아니라,
그래도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살 만한 곳,
고운 정이든 미운 정이든 정붙이고 살 만한 곳,
사람 냄새 나는 곳, 인간적인 세상입니다. 「복지요결p.40 사회사업 이상」
「복지요결」사회사업 이상에서 누구나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가 만나야 하는 고립 가구 당사자들도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다면
동네에 정붙이고 사실 수 있을 겁니다.
동네를 두루 다니며 고립 가구 당사자들도 이웃과 인정 누리시도록
관계를 생동시키는 사회사업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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