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동네사람들] 여유를 가지고 걸언하며 이룬 1105동 김장잔치(곁에있기2팀)

(곁에있기2팀 이예지 사회복지사)

 

 

 

 

 

준비 | 코로나 19와 밀고 당기는 김장잔치

8월 복날 잔치,

권민지 팀장님이 소개해주신 1101동 이정순 어르신과 신나게 첫 잔치 이뤘습니다.

복날 잔치 진행하며 알게 된 어르신과 인연을 이어 김장잔치도 신나게 이루고 싶었습니다.

이정순 어르신과 두 손 꼭 잡으며 고맙다고 인사 나누신 1101동 박 씨 어르신이 떠올랐습니다.

박 씨 어르신께 잔치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건강이 안 좋아지고,

부끄럼이 많은 성격에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더 좋은 때 다시 뵙기로 했습니다.

 

1101동에서 잔치하고 싶은 저의 마음을 알아봐 주신

김 반장님과 거제댁 어르신께서 함께 잔치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점점 많아지는 코로나 확진자 수와 어르신들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잔치 진행이 더는 어려웠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코로나가 걱정스러운 마음,

1101동 어르신 건강을 염려한 마음.

모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김민지 선생님과 함께 6통 김 씨 어르신께 김장잔치 제안했습니다.

 

내가 한번 추진해볼게요.”

 

수육을 잘 삶는 이웃, 초대할 이웃들을 모아

김 씨 어르신께서 잔치를 추진해보시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다음날 이웃들에게 제안하신 김 씨 어르신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다들 어렵다고 하네요.

평상에서 하면 좋은데 지금은 날이 추워서 그런지

아무도 안 나와 있더라고. 지금 말고 날 좋아지면 해요.

그때는 평상에 앉아 계신 어르신들 우리 집에 초대해서 잔치 한 번 해요.”

 

6통 골목 모퉁이에는 보기 좋고 쉬기 좋은 평상이 하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 어르신들이 오가며 쉬어가는 일명 만남의 광장입니다.

그곳에 앉아있다 보면 많은 6통 주민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평상 또한 코로나 앞에서는 힘을 못 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잔치가 성사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속상한 마음에는 제 역량이 부족하여 잔치가 진행되지 않았나

하는 성찰의 마음도 녹아있었습니다.

 

전임자에게 묻고 직원들에게 묻습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생각인지,

무엇을 어떻게 해보고 싶은지, 잘 묻고 잘 듣습니다.

「복지 요결」 <전임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

 

경험과 지혜가 많은 같은 부서 선배 사회사업가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잘하고 있는 건지 의논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표하며 슈퍼비전을 부탁드렸습니다.

 

사회사업 하다 보면 진심이 잘 전해지지 않는 일도,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일들도 생겨요.

선생님 잘못이 아니라, 상황이 허락해주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에요.

도움이 필요하면 어르신 만나러 갈 때 동행해줄게요.”

 

혹시 선생님 때문에 잔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요?

잔치를 부탁드리기 좋은 분을 아직 찾지 못해 그런 것뿐이에요.

선생님이 잘 알고 있는 분을 떠올려봐요.

그럼 더 잘 부탁드리고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거예요.”

 

선배들의 응원과 격려 지지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갖기로 다짐했습니다.

입사 4개월간 이웃 관계를 생동하기 위해 했던 여러 실천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어르신 사회 활동 지원사업과 이웃 기웃 사진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의 얼굴을 떠올려봤습니다.

그분들 가운데 어떤 분과 잔치를 하면 좋을지

저의 관계망을 하나둘 써 내려갔습니다.

 

4개월 차 신입 사회사업가입니다.

동네에 아는 이웃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방화동을 나섰다 하면

여러 어르신께 인사하는 선배 사회사업가가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이번 김장잔치는 제가 알고 지내는 어르신과 함께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설레는 일일까요?

머릿속으로 밑그림 그리듯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코로나.

동네 주민에게 잔치 제안할 때 특히 더 실감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동네 사람들 사업을 하는 이유와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이웃과 인정을 생동시키고 싶은 마음을 잘 전하고 싶었습니다.

 

마을에 관심이 많고 이웃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 많은 분을 떠올렸습니다.

11월부터 이웃 기웃 사진 모임에 함께하고 계시는 1105동 이선자 님 입니다.

모임과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고 이웃들에게 관심이 많으십니다.

복지관을 소개하며 복지관이 하는 일,

김장잔치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동안 선배 사회사업가들과 실천 현장을 동행하며,

선배들의 실천 글을 읽으며 배운 지혜로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이거 선생님 숙제에요?”

 

맞습니다.

꾸준히 궁리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아는 이웃들을 더 가까이, 모르던 이웃과의 관계를 주선하며

이웃과 인정으로 따뜻한 동네를 만드는 것이

사회사업가의 의무이자 역할이고 정체성입니다.

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시더니 함께해보자고 대답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수육 4~5인분 삶을 큰 냄비가 없어.

김희순이한테 전화해보자.”

 

김희순 님은 이번 이웃 기웃 스마트 사진 모임에서 처음 알게 된 이웃입니다.

김희순 님께 수육 삶는 방법을 물으시고, 곰솥을 빌리셨습니다.

곰솥 빌리러 간 날, 처음 가본 김희순 님 댁에서 김장잔치 전야제가 열렸습니다.

빈대떡을 먹으며 수육 비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오순도순 즐거운 저녁 수다를 즐겼다고 전해주셨습니다.

 

저는 수육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누자고 제안했는데,

곰솥을 빌리며 또 다른 잔치가 열렸습니다.

무척 자연스럽고 사람 사는 냄새 납니다.

이선자 님과의 잔치 날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진행 | 추운 겨울, 따뜻한 마음으로 만드는 정다운 동네

이선자 님이 준비해오신 수육 재료로 맛있게 조리되고 있는 수육

 

곰솥, , 마늘, 양파, 생강, 된장, 쌍화탕.

앞치마를 둘러매시고 두 손 가득 이선자 님이 복지관에 오셨습니다.

복지관에서는 고기만 준비했고,

이선자 님께서 큰 솥부터 삶을 때 필요한 재료를 모두 가져와 주셨습니다.

수육은 자신 없는 음식이라고 하셨지만,

명색이 김장잔치이기에 수육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웃들과 더 맛있게 음식을 나누기 위해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오셨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수육에 대해 잘 아는 수육 박사가 되셨습니다.

 

쌍화탕을 넣으면 한방재료를 넣은 효과가 있어서 돼지 잡내도 안 나고,

수육이 예쁜 갈색이 된다고 그러더라고.”

 

정성스럽게 준비하신 엽서와 수육

 

수육이 맛있게 삶아지는 동안 수육 나눌 이웃을 정해 편지를 썼습니다.

이번 이웃 기웃 스마트 사진 모임을 함께하며 처음 알게 된 이웃 2,

평소 알고 지내던 권사님 두 분께 수육을 전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이웃들에게 완벽한 엽서를 전하기 위해 두 번의 연습 후 정성스레 적으셨습니다.

고기 넣은 곰솥이 끓기 시작하자 복지관에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났습니다.

이웃 기웃 스마트 사진 모임으로 처음 알게 된 김경옥 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이선자 님과 김경옥 님은 1105동 같은 층에 살고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이웃입니다.

이선자 님은 김경옥 님께 드릴 편지에 김경옥 님을 배울 점이 많은 이웃이라고 칭하셨습니다.

같은 층에 사는 이웃이 본인을 배울 점이 많은 이웃이라고 불러주니

김경옥 님에게도 기억에 남을 편지일 겁니다.

 

이웃들에게 수육을 나누시는 이선자 님

 

사랑의 편지 잘 봤다~

내가 5동에서 이렇게 사랑받는 사람이다!

내가 5동의 제일 멋쟁이다.”

 

박 권사님은 편지에 적힌 5동에서 제일 멋쟁이라는 호칭이 제법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곰솥을 돌려드리며 감사의 의미를 담은 수육을 전하기 위해 김희순 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두 분은 김장잔치 전야제 때 친구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김장 잔치하며 이선자 님에게는 도움이 필요할 때,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선자 님 삶에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나누고 인정을 나누신 덕에 추운 겨울,

따뜻한 마음으로 정겨운 동네가 되었습니다.

 


 

평가 | 감사 인사

 

 

이선자 님은 이웃 기웃 스마트 사진 홍보지를 통해 복지관에 처음 방문하셨습니다.

사진 모임으로 여러 이웃들을 알게 되었고,

그 이웃들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이어가셨습니다.

또한,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을 떠올리며 존경하는 점, 배울 점, 강점을 세워 드렸습니다.

 

사회복지사가 잔치 제안했을 때 어떠셨어요?”
처음에는 걱정스럽고 부담스러웠어요.
내가 만든 수육을 이웃들이 맛있게 먹어줘야 할 텐데.
괜히 맛없으면 속상할 텐데.
그런데 수육을 삶으니까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다들 맛있게 먹어주고 고맙다고 말해주니까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직접 잔치를 준비하고 이웃들께 인사드리며 전했는데, 감회가 어떠셨나요?”
수육이 잘 됐다는 느낌이 받았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같은 층이라고 했어도 지나가다 인사 정도만 사이였지, 교류가 없었거든요.
열심히 쓴 편지를 보고 감동해주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어요.”

새롭게 알게 된 이웃이 있나요?”
이번에 이웃 기웃 스마트 사진 모임에서 만나 새로 알게 된 이웃이 두 명 있어요.
새롭게 알게 된 이웃에게 음식을 전하게 되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사진 모임에서 친구 하기로 한 사람이 있는데 이번 잔치 덕에 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다음에도 잔치에 참여할 마음이 있으신가요?”
. 다음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3
년 전까지는 온종일 일을 다녔어요.
그래서 5동에 아는 이웃이 두 명밖에 없어요.
그래서 다음번에 잔치한다면 새로운 이웃들이랑 음식 나누고 싶어요.”

 

이번 김장잔치 덕에 여러 주민을 만나 제안해 드리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거절당했다는 마음에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회사업의 관계 생동 씨앗을 뿌린 것 같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 복지관에서 어떤 마음으로

마을에서 절기 잔치를 하려는지 말씀드리며 제안했지만 여러 상황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네에서 이런 일 하는 거 좋다고 하시면서 다음에는 꼭 함께하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번 경험처럼 거절을 당하더라도 잔치 제안 다니며

방화동 곳곳에 관계 생동 씨앗을 뿌리고 다닌다면,

언젠가 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을 날이 올 듯합니다.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라는 열매를 얻는 방화2동을 꿈꾸며,

더 여유 있게 걷고 부지런히 걸언하며 발바닥 닳도록 다녀야겠습니다.

귀한 잔치를 풍성하게 꾸려주신 이선자 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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