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복날잔치이야기, 해바라기님 손이 보이질 않아요!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1. 8. 23. 10:04
part1. 장보기
필요한 재료 구매하려고 잔치 전날 만났습니다.
어떤 닭을 사면 좋을지, 재료는 뭐가 필요한지, 찹쌀은 어느정도가 필요한지 정할 것 투성이었습니다.
시장에 도착해서 해바라기님께 물었습니다.
“오늘 우리 뭘 사면 되나요?”
“일단 영계닭 10마리랑 닭죽용으로 큰 닭 한 마리, 찹쌀은 넉넉하게 5인분 한다고 생각하면 1KG,
약초, 대파, 대추, 마늘, 감자, 양파 정도가 필요할 것 같아요.”
해바라기님이 막힘없이 술술 읊으셨습니다. 레시피가 이미 머릿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양파, 후추, 소주, 생강은 해바라기님께서 집에 있는 것 챙겨오기로 했습니다.
집에 없는 것만 사기로 했습니다.
재료에서 감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처음입니다. 해바라기님께 물었습니다.
“근데, 삼계탕에 감자가 필요한가요?”
“삼계탕 만들 때 넣으면 감자전분이 나와서 국물을 더 맛있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죽만들 때 으깨 넣으면 죽이 더 맛있다고 유튜브에서 봤어요.”
좀 더 맛있는 삼계탕을 만들기 위해 유튜브로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해바라기님의 정성과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잔치를 직접 이끄는 주인으로 맛있는 삼계탕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시고자 하셨습니다.
part2. 장 본 것 정리
복지관 공유부엌으로 갔습니다. 손이 빠르신 해바라기님, 생닭 손질을 시범보이시며 알려주셨습니다.
정리하면서 내일 해야 할 일을 되짚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뚝딱뚝딱, 일사천리로 끝났습니다. 해바라기님이 마지막 단계로 찹쌀을 씻었습니다.
바구니 사이로 찹쌀을 떨어뜨리지 않고 물을 빼내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해바라기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찹쌀도 오래 불리면 안 좋아요. 내일 출근하자마자 물 빼놓아주셨으면 해요. 냉장고에 넣어둘게요.”
미션을 주셨습니다. 찹쌀 물 버릴 때 잘 버리는 방법도 알려주셨습니다.
찹쌀을 대량으로 버리게 되는 사태가 날까 걱정하니 몇 톨 정도는 떨어져도 괜찮다는
미래에 대한 위로도 들었습니다. 버려지는 찹쌀에 두려워하지 않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이 납니다.
삶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었던 재료 손질 시간이었습니다.
잔치 당일
잔치 날이 밝았습니다. 오후에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오후에 만들어 이웃들이 저녁에 드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해바라기님도 이웃을 집에 초대해서 함께 저녁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고 하십니다.
장소는 ‘함께하는 우리교회 작은 도서관’을 김영경 목사님께서 내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료준비를 미리 해둔 덕에 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해바라기님 손이 굉장히 빨랐습니다.
해야 할 일 순서가 머릿속에 다 있으신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 일단, 여기에 닭들을 올려주시고 찹쌀 넣으면 돼요. 마늘이랑 대추는 1-2개씩 넣으면 될 것 같아요.”
척척척, 해바라기님이 말씀하신대로 도왔습니다. 더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해바라기님이 건강이 염려되어 11인분의 삼계탕과 여러 명이 먹을 죽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면 어떡하나 걱정했습니다. 앞선 마음이었습니다.
해바라기님은 하고자 한 만큼은 다 이루어내시는 분이십니다. 목표가 있으면 이루십니다.
함께하는 우리교회 사모님께서는 요리도구가 어디있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도구를 갖춰서 닭에 찹쌀과 대추, 마늘을 넣고 예쁘게 다리도 꼬아놓았습니다.
사모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해바라기님이 손이 참 빠르고, 닭 다리도 예쁘게 꼬아두시네요. 요리 많이 해보셨나봐요.”
“맞아요, 사모님. 해바라기님이 필요한 재료도 막힘없이 말씀하시고, 레시피도 딱딱 알고 계세요.
대단하시죠!? 기본 지식도 많으신데 유튜브로 공부까지 하셨다고 해요. 이 삼계탕이 맛없을 리가 없어요.”
사모님 말씀에 기분이 좋아 해바라기님 자랑을 신나게 늘어놓았습니다.
듣고 계시던 해바라기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잘하는 편도 아닌데 자꾸 ‘잘한다, 잘한다.’ 말씀해주시니까 뭐라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해바라기님은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지금처럼 해바라기님이 무언가 하시고자 할 때, 응원하고 믿음을 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료준비가 끝났습니다. 적당량 맞춰 물을 넣고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총 1시간 30분 정도 삶았습니다.
해바라기님은 조리시간을 잘 지키기 위해 20분 간격으로 핸드폰 알람을 설정해두셨습니다.
지난번에 집에서 삼계탕을 만드셨을 때 너무 오래 삶아서 맛이 별로였다고 합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해바라기님의 선택입니다.
요리 중간중간 대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해바라기님과 제가 수다를 떨기도 하고,
해바라기님이 자녀를 키우며 교육에 대해 생기는 고민은 목사님과 대화나누시기도 했습니다.
복날잔치를 위해 그저 요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사는 이야기,
고민거리를 나누니 풍성한 대화의 장을 연것 같았습니다.
요리를 완성하고 목사님과 사모님, 신자분께 해바라기님이 죽을 전해주시며 감사인사 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별로 도운 것도 없는데, 힘들게 만든 죽까지 나눠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고마워요. 정말”
9단지 이웃집, 같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다른 엄마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하셨던 해바라기님.
아시는 분이 없어서 제가 만났던 분들을 주선해드렸습니다. 함께 배달 갔습니다.
아쉽게도 외출 중으로 부재중이셨습니다. 메모를 남겨놓기로 했습니다.
다른 한 집은 아이들이 집에 있었습니다. 해바라기님과 아이들이 만나 인사 나눴습니다.
맛있게 먹으라는 인사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아이들도 해바라기님께 인사했습니다.
같은 동에 사는 이웃입니다. 얼굴을 알게되었고 서로 인사도 나눈 오늘입니다.
그 전엔 어느층에 누가 사는지 몰랐습니다.
복날잔치를 구실로 해바라기님이 사는 곳에 누가 살고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이웃을 알아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 중에 첫 단추로 이웃에게 인사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단추가 꾀어지길 바랍니다.
(글쓴이 : 강수민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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