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자람 책 놀이터] 책 기증하고 싶은데요.

따르릉 -. 

 

 

네 방화11복지관입니다. 

 


“선생님, 내가 그동안 이 복지관에 노래교실 하려고 좀 왔었는데 이사를 가게 되었거든요?
집을 정리하다보니까는 책이 좀 있는데 왜 1층에 도서관이 있잖아요. 거기에다가 기증을 좀 하려고 합니다.”

 


“아! 어머니 기증을 하시려고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희 도서관 서가가 좀 작아서요. 

주시는 책 다 받을 수는 없고 깨끗한 새 책만 받을 수 있어요. 괜찮으실까요?”

 

 

“그거는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책이 많아서 내가 가져가지를 못하는데 좀 와줄 수 있을까요?” 

 

“네 그럼 주소 주시면 찾아서 가 볼게요.”

 

다다른 곳 문 밖에는 한 상자로 책이 가득했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많은 책을 쪼그려 앉아 구경했습니다.
그 중 어머니께서 특별히 한 권을 손에 들며 설명을 하셨습니다.

 

“이 책은요 선생님. 내가 쓴 책입니다. 살아온 이야기가 하도 많고 굴곡지고 그래서 책을 내 봤습니다.” 

 

「행복해지려면 나부터 바꿔라」라는 제목의 책. 부제는 ‘한 제빵사의 인생 역전 이야기’입니다. 

자전 에세이라 쓰여 있습니다. 동네에 책을 낸 주민이 계시다니!?

 

“내가요 14살 때부터 참 말도 못하게 어렵게 살았습니다. 

가난한 집에 시집가서 자식들 키워내기까지 하도 삶이 힘들고 괴롭고. 

그런 세월들 틈틈이 노트에 쓰며 기록했는데 그 중에 괜찮은 것을 모아 책을 낸 겁니다.” 

 

그동안 써온 오래되고 투박한 엣 다이어리를 보여주셨습니다.
거칠고 강한 글씨로 빼곡히 쓰여 있었습니다. 
철암에서 실습하는 학생들이 조순녀 할머니 찾아간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도 살아오신 순간들을 다이어리에 적었습니다. 그 것들이 모이니 한가득이었습니다. 
실습생 지윤이가 보물 같은 글들을 엮어 할머니 살아오신 역사를 책으로 냈습니다.

 

 

책 내니 어떠신지 김금자 님께 여쭈었습니다. 

 


“내가 책을 한번 내보니까요. 사람이 달라지더랍니다. 그 전에는 왜 그렇게 억울하고 속상하고 그런 게 참 많았는지. 그런데 책을 내고 나니 그런 마음이 좀 괜찮아지더라니까요. 사람이 여유가 생기고.” 

전화 한 통으로 우연히 알게된 김금자 님

김금자 님은 꿈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나는요, 대구에 이사를 가서도 주변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이웃들하고 화목하게 지내면서 좀 베풀고 그런 게 내 인생의 목표입니다. 나는 빵을 잘 만드니까 좀 만들어서 주변도 나눠주고.”

 

이런 어르신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요?
6월 20일 날 이사 간다고 하시는데 아쉽고 또 아쉽습니다. 
어머니와 사진 한 컷 찍었습니다. 
노래교실 담당자인 원종배 선생님에게도 이 멋진 이야기 들려주겠다고 하였습니다. 
미처 가져가지 못하는 책들은 앞집 폐지 수거하는 할머니 드리기로 했습니다. 
바로 앞까지 옮겨드리는 것 같이 도와드리니 땀이 꽤 납니다.

 

인사드리고 돌아왔습니다.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이 글 씁니다. 
동네에 이런 분들이 계시는 줄 알려면 더 부지런히 돌아다녀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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