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림책] #2 무슨 반~찬, 메뚜기 반~찬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9. 8. 2. 13:25
(글쓴이:정한별사회복지사)
두 번째 만남이 있는 날입니다.
고경자님께서는 여름 휴가로 고향에 내려가셔서 참여하지 못하셨습니다.
대신 장재희님께서 같은 동에 알고 지내는 이웃인 한숙자님을 초대해 주셨습니다.
한숙자 어르신은 근사한 자리에 초대받으신 것처럼 근사하게 차려입고 화장도 곱게 하고 오셨습니다.
87세의 한숙자 어르신은 그동안 오지 않겠다고 하셨다가 장재희님의 간곡한 설득 끝에 함께 오신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인원이 부족해서 어떡해~” 하시면서 애태우신 장재희님께 감사했습니다.
별첨 – 고구마순 이야기
장재희님과 예전에 고구마순으로 김치 담가먹은 이야기 나눈 적이 있습니다.
당신께서 주말농장 하신다며 이번에 고구마 수확하는데 고구마 줄거리 좀 줄까 하셨습니다.
예전 일이라 저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첫 수업 때 가져오신 겁니다.
손 밑과 손톱 끝이 퍼렇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벗기기 힘든 그 많은 줄거리를 손질하셨을 생각을 하니 무척 최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감사했습니다.
지난번 수업 때 주신 고구마순으로 반찬 해먹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절반은 들기름과 들깨에 볶아 다진 청양고추 넣어 하얗게 볶음을 만들었습니다.
절반은 고추장과 된장, 액젓을 적당히 넣어 조물조물 무침을 만들었습니다.
하얗게 만든 볶음은 양이 꽤 되어 복지관에서 실습하고 있는 학생들과도 나눠 먹었습니다.
예림 학생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문자도 주었습니다.
장재희님은 부끄러워하시며
“아유 뭐 그런걸, 얼마 되지도 않는데 잘 먹었다니 좋으네요.” 하셨습니다.
수업 전부터 고구마순 하나로 분위기가 달달해졌습니다.
지난번에 그림책을 읽어드렸습니다.
어르신들이 그림 하나 하나에 서로 다른 표정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번에도 한 권쯤 읽어드리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심심하면 그림책 읽고 그림책 보다가 졸고, 찢고, 베이고 했던 터라 익숙하지만 어르신들께는 제가 친숙한 것만큼은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그림책을 만드시려면 우선 충분히 그림책과 친해지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오늘 읽어드릴 책은 「똥벼락」입니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어보았는데 귀한 똥으로 거름 만들어 사용한 이야기를 어르신들도 충분히 공감하실 것 같아 골라 보았습니다.
제 목소리가 좀 작으니 크게 읽어달라고 말씀하셔서 우렁차게 읽어 보았습니다.
고작 한 권 읽고서 목소리가 갈라져 버렸습니다.
(어릴 때 저희 어머니께서는 한 시간 정도 읽어준 뒤에야 목소리가 갈라졌는데 말입니다.)
책 한권 읽은 뒤 장재희 어르신께서 예전에 놀던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가을에 했던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메뚜기를 유리병에 잡아 넣으면 들기름에 볶아주신다고 합니다.
가을이면 학교 도시락 반찬은 메뚜기볶음이었다는데 참 생소했습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죽었니? 살았니?
살았다!”
동요 속에 있던 개구리 반찬 같은 것일까요?
왜 어르신들은 예전에는 고구마도 지금보다 맛있고, 고등어도 지금보다 맛있었다고 할까요?
.미술 선생님과 함께 얼굴도 그리고 파스텔로 노을 지는 모습도 그렸습니다.
오늘 새로 오신 한숙자 어르신 솜씨가 놀랍습니다.
오길 잘 하셨다고 합니다.
한숙자 어르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르신 댁 찾아 뵙고 이야기 들을 그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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