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내고향] 장수 마을 여행 준비2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9. 5. 16. 13:14
글쓴이 : 원종배 사회복지사
<고 어르신 댁 방문>
고 어르신께 댁에 놀러 가도 괜찮은지 여쭈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댁에 가니 어르신은 진통제를 맞고 쉬고 계셨습니다.
어르신은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아 큰 수술 경험도 있으셨고, 진통제 없이 생활이 힘든 상황이셨습니다.
혼자 살고 계셨지만, 주말마다 중학생 손녀딸이 찾아온다고 하셨습니다.
집에는 컴퓨터, 인형, 옷 등 손녀딸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고 어르신은 남편이 15년 전 후두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줄곧 혼자 지내셨다고 합니다.
복지관 문학교실에서 뵐 때와 다르게 고 어르신 몸이 불편해 보이셔서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고구마 바나나우유를 손에 쥐여주시며 편히 있으라고 환하게 맞아주시니 맘이 되려 편안했습니다.
제 걱정과 달리 고 어르신은 평소 여행 잘 다니고 계셨습니다.
동네 이웃, 친구들과 왕래 잘하고 계셨습니다.
수급자가 된 사연, 주말마다 놀러 오는 중학생 손녀, 손녀와 함께 수영장 다니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서랍 위에 작년 1103동 주민들과 제천 다녀오신 사진이 있었습니다.
"너무 즐거웠어요. 이렇게 액자까지 만들어줘서 여행 생각날 때마다 쳐다봐요."
고 어르신은 어릴 때 동생들 뒷바라지하느라 공부를 못해 지금 뒤늦게 문학교실을 다니며 공부한다고 하셨습니다.
큰아들의 보증 문제로 맘고생을 심하게 했다며 아픈 과거도 털어놓으셨습니다.
"내가 내 얘기를 책으로 쓰면 진짜 몇십권 나올 거야."
어르신은 전라북도 장수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셨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랑 장수마을 다녀오고 싶어요."
문학교실 어르신들과 다 친하지만, 함께 여행 다녀온적 없다하셨습니다.
어르신께 고향 여행의 의미 여쭤봤습니다.
"고향 가면 고향 까마귀가 우는 소리도 반가워.
난 집에 있으면 몸도 안 좋고 걱정도 많아서 밖에 나가 바람 쐬는걸 좋아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 추억이 있는 곳에 가니 더 즐거울 거 같고,
거기 할머니들도 하루 정도는 다녀오는 거 좋아할 거 같은데?"
"어르신들이 장수마을 같이 가신다고 하면 좋겠어요."
"걱정 붙들어 매. 내가 내일 문학교실가면 거기 사람들한테 같이 가자고 꼬셔볼게."
어르신은 적극적으로 함께 가실만한 분들을 섭외하고 제안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께 그밖에 함께 가실만한 분, 평소 여행 가고 싶은데
형편 때문에 못 가시는 이웃이 있으시면 섭외를 부탁드렸습니다.
"아는 언니가 있는데, 내가 한번 이야기해볼게요."
어르신은 다음에 직원들과 라면 먹으러 오라며 아파트 복도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나와주셨습니다.
어르신은 제가 안 왔다면 진통제 먹고 계속 누워있었을 거라며 오히려 저한테 감사해하셨습니다.
다음 문학교실 수업이 끝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자고 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오늘 고 어르신과 이야기 나누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리 무릎 통증도 잃을 만큼 고 어르신에게 고향은 진통제 그 이상이었나 봅니다.
<고향여행 장소 논의>
어르신들과 고향 여행 구체적인 장소 함께 논의하기로 한 날입니다.
고 어르신이 문학교실 어르신들께 잘 말씀드리셨나 봅니다.
12시가 넘자 유 어르신께서 언제 올라올 거냐며 제게 전화주셨습니다.
고 어르신, 열심히 홍보하셨는지, 어르신들 수업 끝났는데도 자리에 앉아계셔서 감사했습니다.
함께 가기 힘드실 거 같다던 최OO, 배OO 어르신도 자리에 계셔서 감사했습니다.
고 어르신이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자, 선생님 왔네. 우리 고향 갈 건데,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 다 갈 거죠?"
제가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그럼 고 어르신 고향, 장수마을 가는 거네요?"
"그렇지, 안자고 하루 안에 갔다 오는 거라 다 갈 수 있을 거예요."
고 어르신의 원래 계획은 화개장터와 김 어르신 고향 남원 들르는 거였습니다.
김 어르신은 남원 지금 가면 변해서 볼 게 없다고 하셨습니다.
유 어르신도 고향 지금 가면 재밌는 게 없다고 하시며 여행에 부담을 느끼셨습니다.
생각보다 모든 어르신이 고향을 다 그리워하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고향에 가신 지 오래되었다고 해서 다 그리워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도 고 어르신의 추진력은 강했습니다. 문학교실 어르신들 학우애 덕분이었을까요.
어르신들은 장수마을 가서 구경도 하고 근처 돌아다니다 오자고 합의했습니다.
고 어르신은 3년 만에 고향 가시는 게 설레시나 봅니다.
유OO, 최OO, 김OO 어르신이 함께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 코스 정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더 가실만한 분들 제안 부탁드리려 찰나 어르신들이 먼저 물어보십니다.
"갈 사람들 더 데려와도 되죠?"
어르신들께서 주변에 함께 갈만한, 가고 싶은 분들 섭외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고 어르신의 고향, 장수마을 더 궁금해졌습니다.
고향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고향여행 일정 논의>
며칠 뒤, 문학교실 수업 후 어르신들과 고향 여행 논의했습니다.
고 어르신 고향인 전북 장수마을 언제 가실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유 어르신은 교회에서 5월 성지순례를 가는데, 날짜가 아직 안 나와서 지금 정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최 어르신은 미국에 사는 딸이 5월에 오면 3주 동안은 시간 내기 어렵다 하셨습니다.
다음 만남 때는 5월 중 여행 가능한 날짜를 확실히 정해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함께 가실 만한 둘레분들 어떻게 섭외하고 계시는지 여쭤봤습니다.
고 어르신은 같이 가실 친구 한 분 섭외했다 하셨습니다.
유 어르신은 노래교실 시간에 같이 갈 사람 섭외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각자 사정으로 함께 가지 못하는 김OO, 이OO 어르신도 여행 논하는 자리에 관심 갖고 함께 있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같이 가지 못하지만 잘 다녀오라는 어르신들 응원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문학교실 강사님께서 함께 가지 못해 많이 아쉬워하셨습니다.
"세상에, 장수마을 가면 진짜 재밌겠네.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오고, 같이 바람 쐬고 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시간에 장수마을 가서 무얼 구경하고 먹을지 정하기로 하고 마쳤습니다.
<고 어르신께 온전히 부탁 드린 날>
급한 일정이 생겨 어르신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고 어르신께 사정 말씀드리고, 오늘은 어르신들끼리 여행 이야기 나누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알겠어요. 내가 알아서 잘 얘기할게. 걱정하지 마요."
고 어르신의 말씀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돌아와서 연락드려봐야겠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을 어르신들끼리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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