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작가] 여덟 번째 활동 이야기 “고민에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요?”📚

(글쓴이 : 이수민 사회복지사)

 

누구나 작가 여덟 번째 활동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11단지 주민들이 남겨주신 고민을 하나씩 살펴보고, 각자가 답해볼 법한 고민을 골랐습니다. 고민하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고, 내가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내가 살아오며 얻은 지혜를 담백하게 나누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골랐던 고민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시를 써보았습니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고민에 더해봅니다]

지난 시간에는 고민 당사자의 감정과 생각을 유추하며 이해해보고 그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살펴보고, 고민 당사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민을 담아내려니 생각해야 할 것도, 고려할 것도 많습니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쓰려니 신경 써야 할 것도 더 많고 골치가 아프네요.”

나의 이야기를 쓸 때는 주저 없이 써 내려가시는 분들도 이번에는 머리를 붙잡습니다.

“머리가 텅 비었네. 고민이 너무 어려워요.”

“전엔 좀 쉬웠는데 지금은 너무 어렵고 벅차요. 나 말고 다른 사람 입장도 고려해야 하니까.”

 

특히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고 싶어요.’라는 고민을 고른 옥이 작가님은 이 고민에 쉬이 공감하기 어려워 생각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를 쓰면서 자꾸 단호한 말투가 나오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옥이 작가님은 이 고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나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주고 싶은 마음에 손주들과 직접 이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오셨다고 합니다. 20, 30대 손주들에게 요즘 청춘은 어떤지 물어보니 예전보다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막막한 청춘을 지나 인내하고 살아가다 보면 가을 하늘처럼 바람이 불고 시원해지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마음을 고민하는 이웃에게 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김민지 작가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말을 건넬 수 있을지 조금 가닥이 잡힌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처럼 단호했던 문장도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말투를 바꾸었습니다. 나의 경험을 들려주되,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그렇더라고요.'하고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말투로 바꾸니 다정한 시가 되어갑니다.

 

해당화 작가님의 여행에 대한 시도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개인적인 여행의 추억이 시의 중심이었다면, 바뀐 시는 고민 당사자가 여행을 재미있게 다녀올 수 있도록 이런저런 방법을 제안하는 내용이 되었습니다. 여행은 행복하기 위해 가는 것이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담아 시의 구조를 정했습니다. 시의 구조는 완성했지만, 어떻게 글로 옮기면 술술 읽히는 시가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평소 작가님의 말투와 생각이 시 속에 잘 묻어나도록 글을 옮기는 과정만 담당자가 거들었습니다.

 

백일홍 작가님은 ‘이웃 간에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시를 쓰셨습니다. 이웃과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기특하고, 내가 이웃들과 지내는 모습과 우리 동의 문화를 알려줄테니 참고해보라고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깍두기 한쪽이라도 나누고, 앞서 백일홍 작가님이 쓰신 우리 집 꽃밭 이야기에 나왔던 수박을 이웃과 나누었던 구체적인 장면을 더합니다. 요즘은 아침 7시 반이 아니라 8시에 커피 마시는 것으로 약속 시간이 조금 바뀌었다며 시 속 적어두었던 시간도 실제에 맞게 고쳤습니다. 사소한 장면들을 더하며 이웃과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시가 되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도 이렇게 각자의 삶에서 경험을 꺼내어 고민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 시로 옮겨갔습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들어봅니다]

초고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서로의 시를 바꾸어 낭독해보았습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지나쳤던 부분도 다른 사람이 읽어주니 다르게 들립니다. 서로의 시를 천천히 읽으며 호흡이 어색한 곳, 문장의 순서가 어색한 곳, 어려운 표현은 없는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나는 이 문장이 들어가는 것보다 나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직접 예시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 문장이 어색해요. 조금 더 쉽게 바꿔주면 좋겠네요.”

“나한테는 어려운 말이 많네요.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많이 썼어요. 더! 더 쉬운 말로 써봐요.”

“안 그래도 작가님이 어려운 말이 많다고 해서 한자어들을 거의 줄였는데, 외래어가 또 있었네요. 그것도 수정해볼게요.”

 

내가 열심히 쓴 시를 다른 사람이 고쳐보라 하면 처음에는 조심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님들은 흔쾌히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더 나은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보니 직접 들어보니 어색한 부분이나 어려운 표현이 바로 느껴진다고 합니다. 한껏 웃으시며 오히려 대놓고 말해주니 좋다고도 하십니다.

 

“그래도 좀 대중적인 영어여서 그대로 뒀는데, 읽으면서 뜻을 이해하기 어려워하시는 걸 보니 내가 너무 시를 어렵게 썼네요. 좀 더 쉬운 단어로 고쳐야겠어요. 로드맵은.. 지도로 고치고, 버킷리스트는 소원 항목으로 해도 좋겠어요.”

 

어려운 말을 잘 쓰는 것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시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고민에 답하는 글이기에 고민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세심히 살펴야 합니다. 서로의 시를 바꾸어 읽어보니 자연스레 독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서로 바꿔서 읽으니까 어려운 말을 독자의 시선에서 보게 돼서 고칠 부분이 생각나요.”

“다른 사람 목소리로 들으니까 시가 더 생생하고, 마지막에 그렇겠지. 하고 읊조리는 말투로 읽어주어서 그 조심스러운 감정이 잘 느껴졌어요. 제 시를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시를 낭독한 후 의견을 나누면서 덜어낼 표현과 필요한 이야기들을 메모합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 최종 퇴고 때 잊지 않고 반영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한 편의 시가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서로의 시를 읽고 고쳐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작가님들은 혼자서는 이걸 시작할 생각도 못 했을 거라고 하십니다.

“하면서도 얼떨떨하고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네요.”

“잘하시면서 엄살은.”

“그냥 놀이처럼 내가 집에서 끄적이는 것처럼 쉽게 생각해요. 부담 가지지 말고.”

라며 서로 격려하기도 합니다.

 

혼자였다면 더욱 어렵게 느껴졌을 시 쓰기가 함께 읽고,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조금씩 풀려갑니다.

 


 

작가님들은 지난 시간부터 고민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답할 것인가라는 궁리를 계속하고 계십니다. 가르치듯이 말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지 않으려면 어떻게 써야 할지 여전히 어렵다고 합니다. 담당자와 김민지 작가님이 참여 어르신들에게 정답을 알려줄 수 없었던 것처럼, 작가님들도 정답을 알려주는 시보다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의 경험을 건네며 나는 이렇게 살아왔어요.” 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아직도 고민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는 어렵고,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에서 건넬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작가님들의 답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활동에서는 내가 쓴 시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최종 퇴고에서 차차 어려운 말은 덜어내고 어색한 표현은 고쳐보기로 합니다.

 

작가님들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시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기대됩니다.

다음 실천기록도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