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자람책놀이터] 주민만나기-도서관이 조용했으면 좋겠어요.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9. 2. 27. 16:02
(글쓴이 : 정한별 사회복지사)
꿈자람 책 놀이터에 꾸준히 오시는 지역주민이 한 분 계십니다.
도서관에 가끔 갈 때에도 종종 뵐 수 있을 정도로 자주 오셨었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내 마음을 담은 동화책'을 도서관에서 진행할 때에 만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면서 활동을 하자
"도서관에서 너무 소란스러운 것 아닌가요?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였습니다.
어르신께 우리 도서관은 조금 떠들고 복작복작해도 괜찮은 도서관이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래요?" 하시며 도서관의 취지는 이해해 주셨지만
어르신 말씀대로 책 읽는 사람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느정도의 소음.
과연 어느정도의 소음이 책 놀이터로서 괜찮은 소음일까요?
고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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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을 오래간만에 뵈었습니다.
늘 앉으시는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 어떤 종이를 펴서 공부하기도 하셨습니다.
<항상 앉으시는 그 자리>
'자기 몰입의 시간'
그 시간이 찾아오면 주변의 소란함은 차단되고 오로지 책과 나만이 소통합니다.
물리고 물릴 때까지 몰입한 뒤에야 빛과 소리를 인식합니다.
도서관에서 책에 푹 빠져 있는 모습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시며 책 목록을 훑으시는 틈을 타 말을 붙여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오~ 안녕하세요." 저를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간만에 왔다고 하십니다.
"지난번, 도서관에서 책 읽기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쓰였어요.
담당자인 저도 조용한 도서관을 많이 이용해와서 그 마음이 무척 이해가 되었어요.
동네 도서관이고 어린이들이 많이 오다보니 자유롭게 책 읽고 이야기하는 도서관이 되었어요."
"원래 회의도 하고, 이야기 해도 되는 도서관인지 몰랐어요.
책을 읽을 때는 집중을 해서 괜찮은데 뭔가 암기해야 할 때 잘 안돼요.
지금 이야기 할머니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외워야 하는 게 좀 있어요.
그동안 롯데몰에 있는 영풍문고에 가서 하고는 했는데 우리집이랑 거리가 있으니 영 불편하더라구요.
공간으로서는 여기가 참 편해요. 아침에 피아노를 치거든요. 다시 오게 되네요."
"저도 (어르신) 생각이 계속 났어요. 도서관에서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다가
작은 귀마개같은 것도 구비해두었답니다.
혹시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집중하고 싶으시다면 말씀하세요. 빌려 드릴게요."
소음을 차단하는 귀마개가 있는 줄 몰랐다면서 반가워하셨습니다.
구매를 희망하셔서 방법을 알려드리니 제 손을 잡아 주시며 여러번 쓸어 주셨습니다.
'그 때의 마음을 기억하고 알아주다니 고마워요.'하는 속마음이 제게 닿았습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책에 대한 것으로 흘렀습니다.
예전에는 꽤 많은 책을 읽으셨는데 요새는 눈이 좋지 않아 예전만큼은 못읽는다고 하십니다.
어떤 책을 좋아하시는지 여쭈니 에세이를 좋아한다 하셨습니다.
신간들이 많이 꽂혀있는 서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런 곳에 서가가 숨겨져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며 '이 책도 읽었고, 이 책도 읽었고.' 읽은 책이 상당합니다.
한 권 추천도 해주십니다.
"별 내용은 없는데, 읽다보면 재미있어요."
<별 내용은 없는데 읽다보면 재미있는 책, 숙향전. 김정인님 추천>
같은 책을 읽으며 마음을 나누는 것만큼 짜릿한 경험이 있을까요.
느림보처럼 책을 읽는 저이지만 한번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또 우리에겐 새로운 화제가 생기겠지요.
소소한 대화였을 뿐입니다.
도서관에 자주 오시는 단골 주민을 알게 된다는건 도서관지기로서는 큰 기쁨입니다.
또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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