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공항동 중장년 남성 나들이 모임 ① : 첫 인사, 모임 기획 회의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4. 8. 5. 15:01
(글쓴이 : 양서호 사회복지사)
오랜만에 중장년 남성 나들이 모임 참여자들이 모였습니다.
올해 6월에 입사하며 새롭게 중장년 남성 나들이 모임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입사하기 전부터 복지관 홈페이지에서 중장년 남성 나들이 모임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제가 담당자라면 어떻게 이뤄보고 싶은지 종종 생각해 보던 모임입니다. 입사 전부터 관심 가진 모임이기에 잘 이뤄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6월 24일 첫 인사
중장년 남성 나들이 모임 기존 참여자분들에게 전화로 인사드렸습니다. 입사 이후 처음 당사자분께 전화한 경험입니다. 어떻게 안부 여쭤보면 좋을지, 여쭤보면 좋을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전화를 마무리하면 좋을지 궁리했습니다.
노트에 인사 어떻게 드릴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방화11복지관 양서호 사회복지사입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나들이 모임을 담당하게 되어 인사드리고자 연락드렸어요.
마지막 모임 이후 어떻게 지내셨어요?
건강이나 특별한 일은 없으셨어요?
나들이 모임을 기획하며 나들이 장소를 어디로 하면 좋을지 잘 떠오르지 않아요.
그동안 가보신 나들이 장소나 주변에서 추천받은 장소 중에 가볼 만한 곳이 있을까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분씩 전화해 인사드렸습니다. 모든 참여자분께서 기쁘게 받아주셨습니다.
“5월에 모일 뻔하다가 못 모여서 아쉬웠는데, 우리 한 번 모여야죠?”
“작년에 광명동굴이랑 도덕산 흔들다리에 갔다 왔어요. 동굴은 시원~하니 좋았고 흔들다리는 다리가 후들거리더라고요. 선생님은 그쪽 가보셨어요?”
긴장한 제게 오히려 첫 모임을 제안하신 분도 계십니다. 작년 모임에서 만든 즐거웠던 추억을 나눠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인사만 잘해도 사회사업은 반을 넘습니다. 인사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인사 다니면서 알게 되는 사람들이, 사회사업 실마리이고 밑천입니다. 사회사업하는 지혜 열정 저력 자신감 여유가 모두 여기에서 나옵니다.’ 「복지요결, 인사」
전화로 인사드리기 전에는 갑작스럽게 전화 온 새로운 담당자가 신입 사회복지사임에 불편함을 표현하진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전화로나마 인사드리며 앞으로 모임을 잘 이루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니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잘 이어진 모임이기에 저 또한 재밌게 잘 이룰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7월 17일 첫 만남
중장년 남성 나들이 3회기 모임했습니다. 담당자가 저로 바뀐 이후로는 처음 대면으로 만났습니다. 복지관에 입사한 이후 처음 주민들과 의논하러 가는 자리이기에 권민지 과장님께서 동행해주셨습니다.
비를 뚫고 모임 장소인 공항동 주민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김씨 아저씨께서 먼저 도착해 저와 권민지 과장님을 맞이해주셨습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참여자분들께도 연락을 돌리려는 찰나에 태씨 아저씨, 유씨 아저씨가 도착하셨습니다. 오씨 아저씨는 일정이 있으신지 오전부터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선은 모인 사람들끼리만 근처 카페로 장소를 옮겨 이야기 나누기로 했습니다.
“막둥이가 연락이 잘 안 되죠? 걔는 자기 일이 있어서 시간을 내는 일이 어려울 거예요.”
카페로 이동하는 길에 유씨 아저씨께서 오씨 아저씨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모임 안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오씨 아저씨를 ‘막둥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오씨 아저씨를 향한 유씨 아저씨 마음이 잘 느껴졌습니다.
당일 모임 인원이 줄어들어 긴장한 사회복지사가 긴장 풀기를 바라는 유씨 아저씨 마음도 느꼈습니다.
공항동 카페인 ‘하디’에서 모였습니다. 카페 통유리창 밖으로 비가 오니 카페 분위기도 조용하고 운치 있었습니다.
“나들이 모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작년에 ‘구피랑 놀자’ 모임에서 알게된 사람들끼리 시작한거지. 이 모임원들이 알고 지낸지도 벌써 4년이에요.”
유씨 아저씨께서 모임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관상어인 구피 키우기에 관심을 가진 분들끼리 모임을 만들었다가 나들이 모임까지 발전했다고 합니다. 모임 참여자분들끼리 알고 지내신지도 4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동안 전 담당자인 강수민 선생님이 모임을 잘 주선해주셨다고 합니다. 저도 참여자분들과 성의정심으로 만나 뵙고 이어온 모임인 만큼 잘 만나 뵙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한 시간 정도 모여 나들이를 의논하면 어떨지 제안했습니다.
“우리는요 언제든지 선생님이 ‘언제 모입시다~’하면 모일 준비가 되어있어요.”
“미리 정해지기만 하면 의논해서 언제든 만나요.”
한 달에 두 번 모여 첫 번째 만남에는 나들이 장소와 진행에 대해 의논하고 두 번째 모임에는 나들이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모일 장소와 시간은 제가 알아보고 참여자분들에게 공유드리기로 했습니다. 언제나 모일 준비가 되었으니 연락 달라는 참여자분들 말씀에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함께 나들이 다녀오면 좋을 장소 의논했습니다. 작년 모임에서는 일산호수공원, 광명동굴, 도덕산 흔들다리에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한강 유람선도 타러 다녀왔다고 자랑하셨습니다.
“선생님도 쉬셔야 하는데 멀리 가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저 운전 잘합니다~ 운전은 저한테 맡겨주세요. 그리고 멀리 나들이 가면 제가 일찍 출근하는 방법도 있어요. 함께 나들이 다녀오면 좋을 장소가 생각나시면 언제든지 의견 내주세요.”
나들이 모임은 참여자들과 담당자가 의논하여 이뤄가는 모임입니다. 당일치기로 수도권을 다녀오는 일도 함께이기에 즐겁습니다. 1박 2일로 바다나 별을 보러 다녀오는 일도 더없이 소중할겁니다. 함께 의논하면 안 될 일이 없으니 많은 의견을 내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가을에는 순천이나 강진으로 갈대를 보러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단풍을 보러 철암에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참여자분들 대부분이 열차비용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이이니, 기차를 타고 나들이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이웃만 있으면 어디든 즐거울 것 같습니다.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들이 모임이 운영됩니다.
“우리 모임 이름을 지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요?”
“방화동에는 ‘맨발의 청춘’이라는 모임이 있다면서요? 그러면 우린 ‘마음은 청춘’합시다!”
모임 이름은 김씨 아저씨께서 제안해주셨습니다. ‘청춘’이라는 단어의 뜻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두고 ‘봄’으로 표현했습니다.
참여자분들이 우선은 임시로 마음의 청춘이라고 하고, 더 좋은 모임 이름이 있을지 다음 모임까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저도 고민해서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나들이 모임 참여자분들이 이웃과 어울려 사는 모든 순간이 청춘이길 소망합니다.
'하는 일 > 실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네로] 7월 지역탐색 및 주민만나기 (1) | 2024.08.09 |
---|---|
2024 여름 단기사회사업을 마치며 (1) | 2024.08.05 |
[골목놀이터] 전통, 역사와 점점 더 친해지는 아이들과 함께한 박물관 견학 나들이! (0) | 2024.08.01 |
[동네, 안녕!] 곁에있기과 7월 상가인사캠페인 이야기 (0) | 2024.08.01 |
[동네사람들] 방화11단지 동년배 번개 모임 이야기 (0) | 2024.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