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동 어르신 나들이

 

<글쓴이 : 이미진 사회복지사>

 

[나들이 준비]

공항동 어버이날 잔치 후속모임 진행했습니다.

후속모임으로 나들이를 진행하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놀러가서 사진찍고 이런저런 이야기나누면 금방 친해지실거라 생각했습니다.

 

선행연구로 복지관에서 진행했던 우리가 날던 날과

정릉종합사회복지관에서 단기사회사업으로 진행했던 어르신 나들이 이야기, 

김세진선생님의 복지관 지역사회보호사업 공부노트의 '나들이 사업'을 읽었습니다.

어르신들께 어떻게 나들이 설명드리면 좋을지 어떤 것을 묻고 의논하면 좋을지 정리했습니다.

 

나들이에 같이 가고 싶다하신 서자연 어르신, 강선예 어르신,

정경선 어르신, 육을순 어르신과 연락하여 나들이 논의 할 일정 잡았습니다.

 

나들이 논의하기로 한 날이 되었고 공항동 장미공원에 위치한 장미경로당에 갔습니다.

어르신들은 늘 그렇듯 화투를 치고 계셨습니다.

경로당 밖으로 나와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날이 추워진 탓에 경로당 안에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복지관에서 관계를 주선하는 이유와 나들이를 가려는 의도 설명드렸습니다.

"옛날에는 이웃사촌이 사촌보다 더 가깝다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누가 어디에 사는지 누가 이웃인지 잘 모르는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점점 더 고독사로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지고 있고요.

저희 복지관에서는 이웃과 인정이 넘치는 공항동을 꿈꾸고 있어요.

 적어도 공항동에는 이웃과 인정이 넘쳐 고독사로 돌아가시는 어르신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들으시던 어르신들께서 고개를 끄덕끄덕하십니다.

 

다음으로 언제 나들이를 갈지,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혹시 나들이는 언제가시는게 좋으세요?"

"그냥 갈 수 있는 날짜를 딱 정해. 그럼 우리가 그 날에 갈게."

 

"어디 나들이 가고싶은 곳 있으세요?"

"그냥 선생님이 가고싶은데로 가. 우리는 잘 몰라."

 

"어떻게 가는 게 좋으세요?"

"큰 버스 빌려서 가는 거 아니야? 우리는 다리 아파서 못가."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여쭈었습니다.

 

"어르신. 이 나들이는 제가 가는 나들이가 아니고 어르신들이 가시는 나들이에요.

제가 가는 나들이면 당연히 제가 정하는게 맞지만

어르신들이 가시는 나들이니 어르신들이 정하시는게 맞지 않을까요?

저는 어르신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것을 보고 싶은지 잘 알지 못해요. "

 

계속된 저의 질문 끝에 11월 6일 복지관 차를 빌려서 마곡서울식물원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기 위한 때와 장소가 적절치 못했습니다.

화투를 치시며 이야기하느라 정신없었고 경로당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같이 나들이를 가지 않는 어르신들도 한두마디 더 얹어 이야기 했습니다.

 

나들이 함께 가기로 했던 어르신들께

묻고 의논하고 부탁할만큼 관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버이날 잔치 때 뵙고 지나가다 만나면 인사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나들이에 다녀와서 어르신들과 관계를 더 쌓아

다음에는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리라 생각했습니다.

 

 

[나들이 당일]

11월 6일 나들이 당일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을 만나뵈러 장미경로당으로 갔습니다.

 

서자연어르신은 자리에 안계셨습니다.

전화기는 꺼져있었고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집까지 찾아갔지만

집 문은 닫혀있었습니다.

같이 나들이가기로 한 날을 까먹고 밖에 외출하신 듯 했습니다.

아쉽지만 세명의 어르신과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복지관 차를 빌려 나들이를 가기 때문에 물품대여신청서 작성 후 출발했습니다.

 

물품대여신청서 작성하시는 어르신

 

공항동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마곡서울식물원

미세먼지농도는 매우 나쁨이지만 실내에 있는 식물원이기에 끄떡없습니다.

 

식물원에서 어르신들이 가자는 곳으로

뒤따라가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평소에 놀러 많이 다니시는지,

누구와 다니시는지,

어떻게 다니시는지 여쭈었습니다.

 

육을순 어르신께서는 평소 가족들과 같이 놀러다니신다 하셨습니다.

 

작년 겨울에는 가족들과 눈썰매장에 가서 눈썰매를 타셨고

최근에 월미도에 가서 자이로드롭을 타셨다고 하셨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역동적인 나들이를 다니신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어르신들도 역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강선예 어르신은 평소 친구들과 버스를 대절하여

단체로 많이 놀러다니셨다 하셨습니다.

 

공항동에서 얼마나 거주하셨는지도 여쭈었습니다.

 

정경선 어르신은 20년, 육을순 어르신은 50년,

강선예 어르신은 60년을 사셨다고 하십니다.

정말 공항동 토박이분들이셨습니다.

다음에 만났을 때 공항동 소개시켜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식물을 보며 이야기 나누는 어르신

 

식물원 안에서 어르신의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어드리고 이야기 나누며 돌아다니니

식물원에 놀러온 다른사람들의 눈에는 신기했다봅니다.

 

지나가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여쭤보셨습니다.

"손녀딸인가봐요? 할머니 친구분들 모시고 같이 놀러나왔나보네. 착하네."

 

그 말을 들으신 육을순 어르신께서

"네. 우리 손녀딸이에요. 나랑 많이 닮았죠?"

하십니다.

 

처음엔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리기도 어려웠었습니다.

나들이나와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니 어르신들과 관계가 쌓였나 봅니다.

 

식물원 구경을 마치고 나와 식당으로 옮겨 식사했습니다.

식사 후 육을순 어르신께서 우리가 나들이 다녀올 수 있게 도와주어 고맙다며

식사 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공항동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어르신들이

경로당 안에서 얼굴 마주하고 화투만 치다보니

이야기 많이 못나누어봤다 하셨습니다.

오늘 나들이 통해 서로 더 잘알게 되셨다 하십니다.

다음에 또 나들이 다녀오자 하십니다.

 

완벽한 나들이는 아니었습니다. 준비부터 모든게 어설펐습니다.

그래도 어르신들과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오늘 관계가 쌓였으니 다음에는 더 잘 묻고 의논하고 부탁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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