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로] 바둑모임 후속 이야기 - 둘레사람과 함께한 소박한 집들이 이야기

글쓴이 : 방소희 사회복지사

 

집들이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조 씨 어르신은 방화2동에서 바둑으로는 이길 자가 없을 정도로 바둑을 잘 두는 분이십니다. 이런 조 씨 어르신의 강점을 중심으로 바둑모임이 시작되어 5월부터 찬찬히 모임원을 모집하여 모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모임이 끝날 즈음, 조 씨 어르신께서 저를 부르시며 서류를 보여주셨습니다.

"복지사 님, 제가 LH에서 이런 서류를 받았어요. 서류가 많고 복잡해서 내가 어떤 것을 준비하면 되는지 잘 모르겠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나요?"

 

조 씨 어르신께 서류 내용을 쉽게 설명해드리며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과 함께 안내지에 나와있는 매물을 살펴보러 다녔습니다. 어르신께서 직접 마음에 드는 매물을 선택하시고 계약서를 작성하셨습니다. 새집으로 이사도 잘 하셨습니다. 

 

집들이 준비하기

이사를 하고 난 뒤, 조 씨 어르신께 새집 마련을 축하하는 집들이를 제안드렸습니다. 조 씨 어르신께서는 "무슨 집들이에요~" 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집들이 당일에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을지, 어디에서 음식을 구매하면 좋을지 직접 찾아보셨습니다. 

 

집들이에 누구를 초대하면 좋을지 조 씨 어르신께 여쭤봤습니다. 작년까지 조 씨 어르신을 꾸준히 만나왔던 성빈 선생님, 올해부터 조 씨 어르신을 만나고 있는 담당자, 바둑모임을 통해 친해지게 된 박 씨 아저씨, 최 씨 아저씨를 초대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박형, 최형! 다음 주에 이사 기념으로 집에서 같이 점심 먹으려고 해요. 여기 복지관 선생님들도 온다고 하는데, 우리 복지관 식구들끼리 같이 와서 밥 먹으면 어때요?"

"좋지요~ 그날 갈게요."

 

조 씨 어르신께서 박 씨 아저씨, 최 씨 아저씨를 박형, 최형이라는 친근감 있는 호칭으로 불러주시며 집들이에 초대하셨습니다. 박 씨 아저씨, 최 씨 아저씨께서도 그날 꼭 가겠다며 말씀해주셨습니다.

 

조 씨 어르신께서 집들이 음식 메뉴로 짜장면을 선택하시고, 어느 가게에서 배달을 하면 좋을지 미리 고민하셨습니다. 그 런 데... 공교롭게도 집들이 날짜와 짜장면 집 휴무일이 겹치게 되었습니다. 조 씨 어르신께서는 이런 상황을 말씀해주시며 집들이 음식 메뉴를 삼겹살로 해야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도 어르신 집들이에 초대받아서 가는 거니 집들이 때 먹을 과일을 복지관에서 준비할게요~"

"아니요, 괜찮아요~ 이미 수박이랑 참외랑 다 사뒀어요. 그냥 오셔도 돼요."

 

복지관 담당자도 집들이에 초대받아서 가는 것이니 조그만 것이라도 챙겨가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신 권민지 과장님의 슈퍼비전을 바탕으로 조 씨 어르신께 여쭤봤습니다. 이번 집들이 만큼은 당신께서 왠만큼 다 준비하고 싶다고 하셨던 조 씨 어르신께서는 이미 과일까지 준비했다고 하셨습니다. 블랙 커피를 자주 드시는 어르신을 생각하며 그러면 함께 먹을 커피를 준비해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집들이 당일

 

집들이 당일입니다. 조 씨 어르신 댁에 도착하니 벌써 최 씨 아저씨, 박 씨 아저씨가 도착해계셨습니다. 미리 오셔서 조 씨 어르신의 음식 준비를 돕고 계셨다고 합니다. 조 씨 어르신께서 직접 구운 삼겹살, 미리 손질해둔 야채들이 상에 한가득 차려졌습니다. 함께 둘러앉아 조 씨 어르신의 이사를 축하하며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복지관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저 위에 언덕배기에 있는 집부터 공항동 집까지. 혼자 했으면 엄두가 안 났을거예요."

"집 좋네~ 창도 탁 트이고, 햇살도 잘 들고. 축하해요~"

"삼겹살이 너무 맛있어요! 야채들도 직접 손질해두신거죠? 이른 시간부터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너무 감동이에요."

"최 형, 박 형. 두 분은 언제든 오셔도 돼요. 언제든 환영이에요."

 

이사할 곳을 찾고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 새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가까워진 세 분을 보고 있자니 참 좋았습니다.

 

감사인사 전하기

집들이를 주도적으로 이뤄주신 조 씨 어르신께 어떻게 감사인사를 전할지 궁리했습니다. 진심을 전하는 데에는 손편지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들이 당일 둘레 사람과 함께 행복해 보이는 조 씨 어르신의 사진과 손편지를 액자 형태로 만들어 전달해드리기로 했습니다.

 

권민지 과장님과 감사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과장님께서 집들이를 주도적으로 이뤄주신 것에 대한 감사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거주하시던 지역을 떠나 새로운 지역에 자리를 잡으셨으니 잘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도 같이 담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조 씨 어르신! 집들이 때 찍었던 사진을 액자에 넣어봤어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서 꼭 전달해드리고 싶었어요."

"복지사님, 자꾸 이런 걸 주면 내가 너무 미안해져요. 나는 와준 게 더 고마운데 미안하게 이런 걸 다 준비했어요."

"그때 맛있는 고기도 구워주셨잖아요. 제 소박한 마음이에요. 실은 하나 더 있어요. 편지도 썼거든요."

"아이구, 너무 고마워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 고마워요."

 

조 씨 어르신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읽어드렸습니다. 주도적으로 집들이를 이뤄주신 내용, 이사가신 곳에서도 건강하게 잘 정착하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조 씨 어르신께서 액자를 귀한 보물을 다루듯 소중히 잡고 계셨습니다. 

 

"액자를 어디에 두면 좋을까 고민도 되네요."

"지난 번에 집들이 갔을 때 제가 '여기 선반에 액자같은 것 진열해 놓으면 너무 좋겠어요!'했던 곳 기억나세요? 거기에 두면 추억이 하나씩 쌓이지 않을까요?"

"이 액자는 추억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것 같아요. 많이 소중한 추억이에요. 너무 고마워요."

 

조 씨 어르신께서 둘레 사람과 함께한 집들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주시고, 담당자의 마음을 귀하게 여겨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조 씨 어르신! 새로운 곳에서도 항상 건강하게 지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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