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놀자] 공항동 자연놀이터 | 1교시(첫 번째 여행. 안양예술공원)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2. 6. 21. 18:37
(글쓴이 : 정해웅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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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놀자] 공항동 자연놀이터 | 길 위의 학교 입학 2022.06.14. 정해웅
여행 회의
5월 26일(목)에는 아이들하고 여행 일정과 여행 장소를 이야기 나눴습니다.
먼저 여행 일정부터 정하기로 했습니다.
토요일에 여행 가기로 했었지만,
6월 중순까지 아이들 개별 일정으로 토요일 시간을 맞추는 게 어려웠습니다.
6월 말 토요일에 첫 여행을 가자니 너무 늦어지는 것 같다며
당장 이번 주라도 가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여행지는 저희가 찾아봤어요. 여행 가기 전에 한 번만 더 회의하면 바로 갈 수 있어요.”
여행지 후보로는 계곡, 산, 바다 등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여행지를 조사까지 해왔습니다.
여행지 조사, 식당 조사, 여행에 도움을 주실만 한 어른을 찾고 부탁하기 등
함께 여행을 준비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몇 번을 더 만나며 여행 준비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런 활동들로 여행이 늦어지는 게 아쉬웠나 봅니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떠나는 첫 여행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 이웃과 관계를 살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이유로 회의 회기를 늘리거나 시간을 끌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첫 여행을 스스로 잘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첫 여행을 잘 놀고 오면 다음 여행은 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여행 날짜는 6월 1일(수)로 정해졌습니다.
토요일은 시간이 맞지 않아 아이들 모두 학교와 학원을 가지 않는 지방선거일로 정했습니다.
선생님은 사전투표하고 오라며 투표권을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5월 31일(화), 여행 전날 최종 회의를 했습니다.
여행지로 인왕산 수성동계곡, 안양예술공원, 고기리 계곡이 후보로 올라왔습니다.
모두 아이들이 직접 찾아본 곳들이었습니다.
서로가 어떻게 가면 되는지, 여행지로 왜 좋은지 친구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가면 얼마나 멋진 경치와 자연들이 있는지 신나게 설명했습니다.
세 곳 모두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거리이고 자연으로 여행 가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여행은 어떻게 놀았으면 좋겠는지,
어떤 곳을 가고 싶은지 이야기 나눠보고 결정하면 어떨지 제안했습니다.
“산을 가더라도 물에 들어가면 좋겠어.”
“맞아, 이번 여행은 물에 들어갈 수 있고 많이 놀다 올 수 있는 곳으로 가자.”
한 명씩 돌아가며 어떤 여행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했습니다.
최대한 가까우면서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모이자
자연스럽게 여행지도 안양예술공원 계곡으로 정해졌습니다.
장소가 정해지고 준비물도 아이들과 적어가며 이야기 나눴습니다.
간식은 친구들끼리 나눠 먹으면 좋겠다며 하나씩만 챙겨오기로 했습니다.
“그럼 제가 돗자리 가지고 올게요. 같이 간식도 먹고 앉아있을 곳도 필요하잖아요.”
승민이가 친구들과 둘러앉아 쉴 수 있는 돗자리를 가지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놀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고 귀합니다.
간식과 돗자리 외에도 갈아입을 옷, 쓰레기봉투, 교통카드 등 준비물을 다 함께 정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날 저녁, 원택이가 친구들을 모두 초대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물놀이하니까 수건도 필요하지 않을까?”
단톡방을 만든 이유가 추가로 필요한 준비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친구들과 마실 물도 필요하다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온전히 아이들의 여행입니다.
친구들과 회의하고 직접 준비하는 것부터가 재밌습니다.
티격태격하는 것조차 모두 우리 여행의 추억 중 하나입니다.
여행 당일
6월 1일(수), 아이들과 송정초에서 만났습니다.
가율, 윤성, 규담, 원택, 승민, 근우 모두 모였습니다.
승아는 여행에 함께 가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기획단 활동도 앞으로 함께 못하게 됐습니다.
아이들 각자가 어떤 간식을 가지고 왔는지 자랑하며 서로 챙겨온 준비물을 확인했습니다.
준비물 확인 후 아이들과 안양예술공원까지 가는 길을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출발 전 아이들과 마트에 들러 송정초 교육복지실 김정주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해주신 음료수를 받았습니다. 좋아하는 음료와 여행 응원을 받으니 출발 전부터 신이 납니다.
김정주 선생님께서 챙겨주신 음료수,
아이들 부모님이 챙겨주신 간식, 돗자리, 물총 등
가족과 이웃의 많은 사랑과 응원을 가방 안에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여행지인 안양예술공원은 저도 가보지 않은 곳입니다.
아이들과 여행 장소 회의를 하면서 알게 된 곳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송정역에서 한 번 더 지하철 노선도를 확인했습니다.
어느 역에서 갈아타야 하는지, 어디서 내리면 좋을지 확인하고 전철을 탔습니다.
“이렇게 지하철 타고 멀리 가보는 건 처음이라 설레요”
“이번에 지하철 여행 간다고 교통카드도 만들었어요”
친구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연으로 떠나는 여행,
전철을 타는 것조차 우리에게는 놀이이자 재미였습니다.
서로 내려야 하는 정류장, 남은 정류장도 체크해주기도 하면서 1호선 신길역에서 환승도 잘했습니다.
1호선은 5호선과 달리 바깥 풍경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다 같이 핸드폰을 들고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요즘은 긴 동영상을 빨리 감기 해서 짧게 만드는 영상편집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우리 여행길을 영상으로 남겨도 좋은 추억이 되겠다며 아이들 모두 카메라 감독이 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여행길 브이로그 영상을 찍다 보니 어느새 관악역에 도착했습니다.
힘든 내색도 없습니다.
다 함께 지도를 보고 우리 목적지를 찾아갑니다.
“선생님 지도 좀 보여주세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볼게요.”
안양예술공원에 와본 적이 있는 원택이가 지도를 보고 친구들에게 목적지를 설명해줬습니다.
“안양예술공원 주차장까지만 걸어가면 돼. 거기부터는 다 계곡이라 바로 물에 들어갈 수도 있어.”
핸드폰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갑니다.
안양예술공원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보니 나왔다는 생각에 신이 나기만 합니다.
가율이와 규담이는 이 소식을 승아에게도 전하고 싶었는지 승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 같이 돌아가며 승아와 통화했습니다. 여행 왔다며 자랑도 합니다.
함께 오지 못한 친구를 생각해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안양예술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수영을 할 수 있는 곳까지 더 올라가던 중 아이들 모두가 멈춰 섰습니다.
“우와 ‘학’이다. 이건 찍어야지”
“여기 물이 진짜 깨끗한가 봐”
자연 속에서 만난 학이 반가웠나 봅니다.
다 같이 입을 모아 먼 길을 걸어온 보람이 있다고 합니다.
진짜 ‘길 위의 학교’라며 힘들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원택이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며 아이들을 다독였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좋은 곳에 데리고 와줘서 고맙다며 아무 말 없이 따라갔습니다.
멀쩡한 길을 두고 아래로 내려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에게는 딱 두 가지만 중요했습니다.
돗자리를 펼 수 있는 공간과 충분히 입수할 수 있는 깊이가 되는 물놀이 장소였습니다.
마침내 아이들이 원하는 물놀이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풀고 함께 계곡에 들어갔습니다.
원택이가 조금 더 올라가면 더 깊은 계곡이 있다며 더 올라가자고 말했지만
아이들이 벌써 계곡에 뛰어든 후였습니다.
더 올라가자는 친구도 있었고, 그냥 여기서 놀자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신나는 공방 끝에 30분만 놀다가 더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이 다를 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의 여행이니 서로의 의견을 치열하게 나누길 바랐습니다.
각자가 하고 싶은 여행을 이야기하고 함께 조율해야 합니다.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우길 바랐습니다.
신나는 물놀이 전반전을 마치고 더 깊은 곳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물에 젖은 옷을 입고 오르는 산행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헷갈려서 원택이가 원택이 아버님께 전화 SOS를 하기도 했습니다.
원택이와 아이들이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갔습니다.
근우는 ‘그래도 숲길을 걸으니 좋네요’라며 지친 친구들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걷기 여행 끝에 원택이가 말했던 물놀이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다 함께 소리를 질렀습니다. 한바탕 웃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비가 오지 않아 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망한 모습을 뒤로하고 승민이가 친구들을 위해 가지고 온 돗자리를 폈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가지고 온 간식을 꺼내 같이 먹으며 놀았습니다.
아이들도 친구들에게 좋은 곳을 소개해주고 싶었던 원택이의 마음을 아는지
실망한 마음을 뒤로하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간식을 먹으며 다음 일정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놀이는 다시 하러 가자는 의견으로 모였습니다.
하지만 점심 먹을 식당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돈가스를 먹자는 친구들도 있었고, 라면을 먹고 빨리 놀자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회의 끝에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물놀이를 다시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든든한 식사를 챙겨 먹지 못한 일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밥 먹을 장소까지 회의하지 못하고 여행 온 것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아이들과 여행지 주변 식당도 조사해 오면 좋겠습니다.
식사 후 다시 물속에 들어가 신나게 놀았습니다.
서로 가지고 온 물총과 물안경을 빌려주기도, 슬리퍼를 빌려주기도 하며 놀았습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놀았습니다.
놀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배려하고 어울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오후 4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물놀이를 마친 후 아이들과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시끌벅적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가야 해서 다들 지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친구들과 떠난 첫 여행이 좋았나 봅니다.
다음에는 어디를 가면 좋을지 신나게 이야기하며 전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은 오전보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모두가 자리에 앉지 못하자 윤성이는 다른 친구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주기도 했습니다.
앉아있던 다른 친구들도 서로 앉으라며 배려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여행 평가 & 감사 인사
여행 이후 아이들과 송정초 교육복지실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우리 첫 여행이 어땠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힘들었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서운했던 순간이 기억나 티격태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재밌었던 이야기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음 여행 장소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서로에게 고마웠던 기억과 재밌었던 기억이 있기에 가능한 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 우리가 함께한 여행이자 추억입니다.
다음 여행 장소 회의는 다음으로 미루고 여행에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감사 인사가 왜 중요한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우리 여행에서 누구의 도움이 있었는지 함께 떠올려 봤습니다.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고 준비물도 같이 챙겨주셔서 재밌게 놀다 올 수 있었어요.”
“학교 선생님이 음료수도 지원해주셨어요.”
“학교 선생님이 교실도 빌려주셔서 여행 회의도 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 스스로 한 여행이기도 했지만
부모님, 학교 선생님과 같이 도움을 주신 어른이 있었기에 잘 다녀올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여행에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는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마음을 잘 표현하고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여행 사진엽서에 부모님께 한 장, 학교 선생님께 한 장씩 감사 편지를 썼습니다.
자연놀이터 ‘길 위의 학교’ 기획단 첫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여행 잘 돕고 싶습니다.
당사자의 일이게 돕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길 위의 학교’ 여행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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