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놀자] 공항동 자연놀이터 | 우리의 두 번째 여행(남산)

(글쓴이 : 정해웅 사회복지사)

 

두 번째 여행을 한 달간 준비했습니다.

여행지 조사와 선정부터 길을 찾아 떠나는 것까지 모두 아이들 스스로 준비하고 다녀왔습니다.

부모님들께도 아이들이 준비한 여행을 많이 물어봐 주시고 챙겨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사회복지사가 동행하여 인솔하고 보호자 노릇을 하는 여행이 아님을 말씀드렸습니다.

 

온전히 아이들의 여행으로 다녀오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여행에 부모님이 함께해주셨으면 하는 마음뿐이었습니다.

 

11131030, 송정초에서 손오공, MJ, K-, 레몬비트, 작비를 만났습니다.

히유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게 되어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다른 친구들이 다녀와서 얼마나 여행 잘 다녀왔는지 사진으로 설명해주기로 했습니다.

 

남산은 여행을 함께하는 사회사업가도 가보지 않은 곳입니다.

송정역에서 남산까지 가는 길은 아이들이 여행 회의할 때 아이들에게 배웠던 길이 전부입니다.

송정역부터 남산까지 아이들을 따라가며 여행길을 아이들에게 배웠습니다.

 

아이들과 처음으로 떠나는 대중교통 여행이기에 전철을 타는 것조차 놀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도 서로 어떤 간식을 챙겨왔는지 물어보며 서로의 준비물을 자연스레 점검해줍니다.

목이 마른다는 친구가 있으면 물이 있는 친구가 물을 건네줍니다.

배가 고프다는 친구가 있으면 초콜릿이 있는 친구가 초콜릿을 건네줍니다.

 

 

출발

 

무려 5호선에서 1호선, 1호선에서 4호선까지 두 번을 갈아타야 하지만

아이들은 정확하게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서로 어떻게 가는 게 가장 빠른지 이야기하며 남은 정거장을 체크해주기도 합니다.

5호선에서는 어디까지 가봤는지, 1호선은 어느 역에 가봤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자연으로 떠나는 남산 여행이지만, 가는 길이 곧 지하철 여행이 되는 순간입니다.

 

핫도그는 친구들과 이렇게 멀리 나가보는 게 처음이라 떨린다고 합니다.

레몬비트는 지하철을 타고 멀리까지 가본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며 다음 여행지를 제안해주기도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자연스레 서로를 알아갑니다.

 

 

 

남산 돈가스

드디어 회현역에 도착했습니다.

남산에 올라가기 전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남산 가는 길 만큼이나 열심히 찾아보았던 남산돈가스 집입니다.

아이들 부모님이 남산을 여행 간다고 하니 추천해준 맛집이기도 합니다.

 

맛집인 만큼 15분가량 대기가 있었습니다.

식당 입장을 기다리며 어떤 메뉴를 먹을지 고르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방역수칙으로 인해 4, 3명 나누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모님이 추천해줬다고 자랑을 하는 아이들,

내가 찾아왔다고 말하는 아이들 앞에서 맛이 없을 수 없는 돈가스입니다.

 

선생님, 저 버킷리스트 하나 달성했어요.

친구들끼리 멀리 놀러 가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이렇게 맛있는 것도 먹고, 남산도 놀러 가게 돼서 너무 좋아요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대중교통을 타고 체험학습을 가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이 더 특별한 이유는 스스로 계획한 여행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복지관에서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이 아닌,

스스로 계획해서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으로 인식해주어 고맙습니다.

 

 

남산 도착

 

배를 채우고 남산에 올라갔습니다.

여행을 출발할 때 약속한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항상 핸드폰을 하는 아이들이 여행 당일만큼은 핸드폰과 멀어지길 바랐습니다.

핸드폰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일은 요즘 시대의 변화 또는 학생들에게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문제로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레 핸드폰을 안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고, 자연 안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방법이었습니다.

돌아보면 남산 여행 당일, 한 번도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하지 말라고 말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남산을 오르며 만나는 물, 나무, 자연, 서울 경치 모두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보따리였습니다.

 

비슷한 곳을 여행 갔던 이야기, 좋아하는 곤충, , 나뭇가지를 들고 뛰어놀던 순간,

산을 오르다 돌아보며 찍는 서울의 모습 모두 친구들과의 추억이 됩니다.

 

길을 잘못 들어도 재밌습니다.

언덕과 계단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합니다. 전망대까지 가는 길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아이들 걸음에 같이 뛰어놀다 보니 어느새 팔각정이었습니다.

 

 

팔각정에서 마피아도 하고, 보물찾기도 하며 많은 놀이를 할 계획이었지만

토요일 남산은 사람이 너무 많았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빨리 내려가자는 친구, 서울 시내에 나왔으니 다른 곳을 또 지하철 타고 가자는 친구,

너무 피곤하니 이제 집으로 가자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힘들다고 하니 이대로 집에 가는 게 맞을까,

남산에서 노는 게 싫으면 다른 곳으로 지하철 여행을 떠나는 게 맞을까,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만큼, 모두가 함께 놀 수 있는 만큼 하기를 바랐습니다.

결국 집에 가는 쪽으로 결정됐습니다.

너무 빨리 여행이 끝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 그랬던 걸까요.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만 가지고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앞장선 친구가 길을 잘못 들어도 다독여두던 모습,

서로 간식을 나누며 서로의 관심사를 신나게 나눈 이야기,

서로에게 감사한 일들과 아이들의 강점이 넘쳤던 하루이기 때문입니다.

 

짧은 여행이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짧은 여행 속에서 보였던 아이들의 수많은 강점을 바라만 보아도

친구야놀자 자연놀이터활동에 꼭 알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그날 있었던 아이들의 추억, 아이들의 강점을 보호자 분들에게도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사업가가 칭찬하기보다 당사자의 가족, 둘레 사람이 칭찬해주길 바랐습니다.

아이들이 잘한 일들을 아이들의 곳에서 다시 한번 격려받기를 바랐습니다.

 

 

 

집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금세 다음 여행지를 이야기합니다.

이번 여행이 올해 마지막 여행임을 말했습니다.

손오공은 아쉬움이 있는지 중학생이 되어서도 함께하자고 합니다. 또 언제 만나느냐고 묻습니다.

 

앞으로 두 번의 활동이 남아있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영상으로 만들며 추억을 공유하는 활동,

그동안의 활동을 자랑하고 칭찬하는 수료식(마침식)이 남았습니다.

 

길 위의 학교로 시작한 친구야 놀자 자연놀이터활동이 벌써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마지막까지 잘 마치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활동 영상 만들기도, 수료식(마침식)도 잘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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