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마실] 아파트 상가에 확진자가 다녀가서 참여가 어려워졌어요.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0. 10. 16. 16:49
(글쓴이 : 박혜원 사회복지사)
남 씨 어르신을 만나 뵙고 온 지 며칠 후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부재중 메모를 몇 개 전달받았습니다.
남 씨 어르신의 전화였습니다.
연락을 달라는 메모였습니다.
메모를 보자마자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설마.. 같이 하기 어렵다고 연락을 주신 걸까?
날짜를 바꿔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거겠지?
이번에도 못 하는 걸까...’
떨리는 마음으로 남 씨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어르신~ 저 방화11복지관 박혜원 사회복지사예요~
메모 전달받고 연락드렸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그게 아니고. 코로나 확진자가 우리 아파트 상가를 다녀갔대요.
그래서 저번에 말했던 거 하기 좀 어려울 거 같아서 연락했어요.
확진자가 더 생긴 건 아니긴 한데 여기 동네 사람들도 그렇고
지금 나도 마음이 괜히 불안해서 이번에는 못 할 것 같아요.”
“아 정말요? 어르신도 많이 놀라셨겠어요...
그래도 확진자가 더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게 모여서 같이 반찬이나 밥을 나눠 먹는 건 아니라
마스크 쓰고 반찬 만들어서 이웃에게 전달만 하는 거긴 한데
그래도 좀 마음이 불편하신 거죠~?”
“아무래도 그렇지요.
그냥 지금은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도 좀 그래요.
미안해요. 기대 많이 했을텐데...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얘기해봐요.”
“아니에요. 어르신. 그래도 이렇게 연락 주셔서 감사해요.
어르신 마음 이해해요. 그러면 또 다음에 연락 드릴게요~”
남 씨 어르신과 함께 반찬 나누는 활동 못 하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큰 게 사실이긴 했지만
어르신의 불안한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르신의 말씀대로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이전에 함께 해보겠다고 하셨던
박 씨 어르신께 전화를 드려보았습니다.
박 씨 어르신께서는 다 같이 모이는 건 무섭다고,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 걸리면 너무 위험하다고 말씀하시며
식사 마실 모임을 거절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되며
심각한 상황이었기에 지금 다시 제안드려보면 혹시 함께 하시지 않을까.
같이 모이지 않고 반찬 만들어 나누는 활동이기에 괜찮다고 하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박 씨 어르신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요새 몸이 좋지 않아 어디 나가지도 않고 누워만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 어르신께 반찬 나누는 활동을
제안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여 안부만 여쭙고 통화를 마무리했습니다.
막막했습니다.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떤 분과 어떻게 해야 할까...’
‘급하게 공항동에 홍보를 나가볼까?’
‘이 시국에 낯선 사람이 반찬 만들어
이웃과 나누자고 한다면 흔쾌히 하겠다는 분이 있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작년에 송편빚어준데이 활동 당시 참여하고
송편 빚는 것을 도와주셨던 심원섭 어르신께 전화를 드려보기로 했습니다.
전화로 간략히 설명을 드리다가 이러다 거절하시겠다 싶은 마음에
지금 당장 찾아 뵈어도 괜찮을지 여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지금 와도 상관없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서둘러 공항동으로 향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심원섭 어르신 댁이기에 조금 헤맸지만 금세 도착했습니다.
어르신께 함께 하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흔쾌히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평소 심원섭 어르신은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이기에
봉사활동으로 오해하시는 듯 했습니다.
반찬 나눔 활동의 취지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 이건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반찬 만들어 나누며
주변에 사는지 몰랐던 이웃과 오가다 만나면 인사하는 사이,
안부 묻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하는 거예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과는 더욱 가까워질 수 있고요."
그리고 굳이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아니어도
혼자 살아 반찬을 잘 만들어 먹지 않는 분,
조리 방법을 잘 몰라 만들어 먹지 못하시는 분께 반찬을 만들어 나누고,
조리법도 알려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그분이 조리법을 보고 반찬을 또다시 이웃과 나눌 수도 있지요.
이건 제 희망사항이에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맞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다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해요.
알고 지내면 좋죠. 아주 좋은 거죠.
나는 예전부터도 이웃 할머니들한테 반찬을 해서 나누곤 했어요.
나보다도 훨씬 나이 많은 분들이 많아서 챙겼죠.”
심원섭 어르신께서 함께 해주시기로 하셨기에
이제는 어떤 이웃과 반찬을 만들면 좋을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제가 평소 알고 지내던 장 씨 어르신과 심원섭 어르신이 나이도 같고,
집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만큼 가까우니
인사하는 사이, 안부 묻는 사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씨 어르신께는 미리 의사를 여쭤본 후 심원섭 어르신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어르신 혹시 이 근처에 사시는 분 중에
반찬을 나눌만한 분이 있을까요?
저는 어르신 댁 바로 앞에 30초 거리에 있는
빌라에 사시는 남자 어르신이 한 분이 떠올라요.
어르신이랑 동갑이기도 하고 이사 오신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같이 알고 지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요. 좋네요. 내가 여기 토박이라서
대부분 다 아는데 그분은 모르겠네요.
나는 또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바로 옆에 사는 97세 노인이 있는데
그분한테도 같이 나누면 좋겠네요.”
“네. 좋아요. 어르신.
반찬은 어떤 걸 만들면 좋을까요?”
“노인들은 치아가 없거나 약해서 부드러운 게 좋을 텐데
지금은 딱히 생각나지를 않네요. 14일에 하자면서요.
14일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고민해볼게요.”
“네. 어르신. 저도 같이 고민해볼게요. 그러면 14일에 봬요.”
우여곡절 끝에 심원섭 어르신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웃과 반찬 나누는 활동 잘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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