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놀자]구효순 어르신의 추석인사

구효순 어르신과 함께 연초에 계획을 세웠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고마운 이웃들을 초대해서 어르신 댁에서

부침개 부쳐 나눠먹으며 한바탕 잔치하기로 말입니다.

 

코로나19가 끈질기게 우리 곁에 있어 그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렵지만 처한 상황 속에서 관계를 떠올립니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어르신,

아이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간식 챙겨주고 싶어 하시는 어르신,

올해는 특별히 아이들 셋 이상 이름을 외워서 불러주겠다고 계획하신 어르신입니다.

 

올해 추석에는 아이들에게 추석인사 영상 선물하면 어떨까요?

제가 영상을 찍어서 아이들에게 보낼 수 있어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할래요.”

 

소박하게 제안드렸습니다.

소박한 제안인 만큼 여쭙자마자 하고 싶은 마음 내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사탕을 준비해주기로 하셨습니다.

 

아이들 이름을 외우기로 하셨기에 방화동 놀이공작소 기획단

아이들 네 명 이름을 종이에 써드렸습니다.

옆에 계시던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이야기 들으시곤

어르신이 아이들 이름 외우시도록 곁에서 돕기로 하셨습니다.

 

그때 휠체어 밀어줬던 아이 이름도 써줘요.”

 

지난해 친구야 놀자 감사공연에 어르신을 초대하며

정우가 어르신을 모시러갔습니다.

서툴지만 어르신 휠체어를 밀어드렸습니다.

어르신이 정우를 기억하시곤 두고두고 이야기하십니다..

방 한편에 정우 사진을 꺼내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정우를 자랑하십니다.

 

 

사회복지사가 주선한 관계에서 온전히 어르신과 아이들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종이에 정우 이름까지 적어드렸습니다.

천천히 이름을 한 자씩 읽으셨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어르신 댁을 다시 찾았습니다.

아직 이름을 외우지 못하셨지만 종이 보며

정성껏 아이들 이름 불러주시며 인사 전하셨습니다.

 

“이정아, 세연아, 다민이, 나은, 정우.

보고 싶어 죽겄다. 언제 한번 올래?

이노무 코리아 병 때문에 오도 못허고

할머니도 가도 못허고 죽것다. 고맙다 아가 보고 싶다.

 

추석 잘 보내고 엄마 말 잘 듣고 그래~

그래야 할머니를 보지. 알았지? 그렇게 알고 있어.

과자 줄라고 내가 사다 놨으니 집에서 애들일아 노나 먹고 있어라. 

고맙다. 바이 바이~"

 

 

기획단 아이들 보호자 단체 대화방에 동영상 링크를 보내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 챙겨주신 사탕은 김민지 선생님이

예쁘게 나눠 담아 아이들에게 직접 전해주었습니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 이정

 

‘할머님 추석 인사 감사합니다~^^

다민이한테도 보여줬어요. 좋아요를 꾹 누르네요^^’ - 다민 어머니

 

‘감사합니다. 추석 연휴 다들 잘 보내시고 허락되는 날 뵐게요.’ - 나은 어머니

 

어르신 추석 인사 영상을 보고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답장 보내주셨습니다.

어머니들도 어르신께 고마움 느끼셨습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아이들과 함께 어르신 댁에 찾아뵙고

왁자지껄 한바탕 노래 부르고 놀다 왔을 겁니다.

아쉽지만 이렇게나마 관계 돕습니다.

얼른 한자리에서 얼굴 마주하고 하하호호 웃을 날을 기다립니다.

 

 

 

(글쓴이 : 곁에있기팀 손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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