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림책] 우리끼리가 좋아.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9. 11. 14. 18:40
어르신들 그림 그리는 활동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작가의 말을 쓸지 말지 고민이 됩니다.
여쭤보니 쓰자고 하십니다.
그 자리에서 종이와 볼펜 갖고 금방 써 내려가십니다.
그렇게 ‘작가의 말’ 코너가 추가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도 보고하였습니다.
원고를 퇴고하는 과정이며 인쇄하기 좋은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디자인을 맡기지 않고 직접 하기로 결정하여 컴퓨터로 옮기는 중이라고 하였습니다.
기특하다 하십니다. 잘 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조급할 것이 전혀 없으니 천천히 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출판기념회 어떻게 할까요?
"거창하지 않게, 소박하게 우리끼리 해요."
누구를 초대할까요?
“누구를 불러요. 우리끼리 해요. 작게하자, 작게.”
그럼 직원은 어때요? 직원들은 와도 될까요?
“직원들은 와도 좋죠.”
최측근은요?
“최측근이라는 것도 없지. 가족도 뭐 와요. 우리끼리 해요.”
“그럼 식구가 있는 사람은 어떡해? 아저씨가 있는 사람은?”
“그럼 아저씨 있는 사람은 아저씨 데리고 오지.”
“나는 손녀랑 같이 사니까 손녀 데리고 오면 되겠네.”
미술 선생님은요?
“아이고. 미술 선생님은 당연하지.”
지난번에 오고 싶다고 했던 대학생들은 와도 될까요?
“응 와도 괜찮아요.”
시간은 언제 하면 좋을까요?
“다 올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하니까 저녁이면 좋겠네요.”
큰 틀만 정해 놓고 가니 어르신들께서 다 채워 주십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
식사 대접은 어렵지만 여섯시 반이면 한참 배고플 때이니 다과가 필요합니다.
음료수나 과자, 커피 정도는 복지관에서 준비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은 다른 것 준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내가 고구마를 가져올게요.”(이막내님)
“고구마 하면 김치인데, 내가 김치 가져올게요.”(장재희님)
“나는 뭘 가져오지? 음료가 부족할 수도 있는데 그럼 나는 유자청을 가져올까?”(오정희님)
“나는 살구 저며서 만든 살구청 있는데. 그거 할게요.”(고경자님)
“아무래도 배가 고플 것 같은데. 부침개 한 열장쯤 부쳐가면 돼요? 정구지랑 호박 녀코.”(장재희님)
“잉. 그럼 나는 사과 갖고 온께.”(한숙자님)
책 몇 권 갖고 싶은지도 여쭈었습니다.
주변에 드릴 사람 생각해보니 딱 다섯권 쯤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한번 팔아보면 어떨지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무래도 파는 것은 됐다. 하셨습니다.
술술. 술술.
풀립니다.
이제는 서로 잘 알게 된 어르신들이기에 더욱 마음이 맞아 금방 풀리는 것 같습니다.
제 걱정도 해주셨습니다.
살이 빠져 보인다고, 아파 보인다고, 우리 때문에 힘들어진 것이 아니냐고.
그런 것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걱정스러운 표정이셨습니다.
걱정하는 마음이 제 마음에 착! 와 붙습니다.
그림책이 나오면 출판 기념회 구상 차 모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우리끼리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왜 없겠어요.
나는 3동에서 밖에 볼 때마다 항상 1층 화단에 물 주시는 분 보면서 누굴까 했는데
그분이 바로 이 분이잖아. 이막내님. 이렇게 인연이 닿은 건데 얼마나 큰 의미에요. 우리끼리.”
다음날 고경자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사실 태생은 전북 장수가 아니라 충북 금산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태생이 애매하여 백세 고모에게 전화하여 여쭈었다고 합니다.
“고모, 나 어릴 때 산 곳은 장수인거 아는데 태어난 곳은 어디지요?”하니 충북 금산이라고 합니다.
태어나자마자 이사해서 잘 알지 못하는 동네여도
태어난 곳이니 고쳐야 한다고 전화 주셨습니다.
이 김에 고모랑 안부 물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또 왜 어렸을 때는 그렇게 이사다니며 지냈는지 속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고. 중요한 것을 잘못 쓸 뻔했어요.”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우리 별이 힘들어서 우째?
우리 이거 다 끝나고 나면 정말 맛있는 밥 한끼 먹자.
고기든 쌈이든 뭐든 맛있는 것 먹자.
운전 해야 하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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