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그림책] #3-2 빛이 너무 밝으면 앞이 보이지 않아요.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9. 9. 24. 17:09
(글쓴이:정한별사회복지사)
이막내 어르신께서 모시고 온 오정희 어르신은 그림 실력이 뛰어나십니다.
예전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할 정도입니다.
이지희 미술 선생님도 “어머니~! 저랑 같이 전시회 여셔야겠어요!”라고 하셨습니다.
주어진 그림을 거침없이 그리는 어르신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계신 어르신들도 슬쩍 슬쩍 오정희 어르신이 그린 그림을 보시더니
“그림을 너무 잘 그리시네. 어디서 배우셨나보다.” 하셨습니다.
오정희 어르신은 다른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지 않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 그림책 수업에 함께 하신다고 공유하였더니 "예전에 고향 프로그램 같이 가자고 말씀드릴 때에는 아무리 묻고 부탁드려도 절대 안 하시겠다고 하셨는데..."라고 원종배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어려운 선택을 해주신 만큼 이번 활동이 얼마나 당신께 유익하게 느껴지실까 싶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오정희님께서 이 활동에 함께하게 된 것이 축복으로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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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업이 진행될수록, 그림이 완성되어 갈수록 어쩐지 초기 멤버인 장재희님과 고경자님께서 자신감을 잃으시는지 자꾸 못 그리겠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나중이 되니 고경자님은 연필을 아주 내려 놓아버리셨습니다.
잘 그리시던 어르신께서 왜 갑자기 자신감을 잃으셨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잘 못 하겠어.”
“저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잘 그릴까?”
그 마음이 무엇일지 정확하게 헤아리기 어려웠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김미경 과장님과 오늘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보면서
새롭게 들어온 어르신들이 기존에 조금 배우셨던 분들보다 훨씬 더 잘 그리시니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꺾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장재희님께서 손목을 툭 꺾으시는 모양을 보이며 “나는 오늘 사기가 푹 꺾였어요.” 하신 것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과장님의 제안에 따라 어르신들께 전화드렸습니다.
"처음부터 해 주신 어르신들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중요한 것은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인 만큼, 너무 염려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들 많이 말씀해주셨는데
어르신들께서 지난 수업 때 그림으로 어쩐지 힘 없어 하셔서 걱정되어 전화드려요."
고경자님 장재희님 모두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별 중요하지도 않은 전화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림 때문에 좀 흥미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안 나오는 것도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전화를 준다는 것은 곧 내 생각을 하는 것이니 그 마음이 참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을 알아주는 것.'
잘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인 줄 알면서도 활동에 매몰되다보면 잊기 쉽습니다.
마음을 알아줄 때, 내 생각을 이해해 줄 때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시 한 번 짚어주신 김미경 과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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