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연수] #2 배웠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조각들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9. 9. 24. 11:37
새내기 연수에서 배웠던 것이 굉장합니다.
그 당시에는 '이 모든 것을 적용시켜 나의 실천을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해봐야겠다.'하는 마음으로 두근두근합니다.
하지만 정말 김세진 선생님의 말씀처럼 절반 이상은 공주 휴게소에서 알밤 까먹으며 잊게 됩니다.
노트에 열심히 적어두어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내용들은 여운과 감동으로 잊히지가 않아요.
며칠이 지나도 잔향처럼 남는 배움.
그것이야말로 실무에 닿게 적용하고 싶은 배움의 알짜가 아닐까요?
그 조각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배움 1. 건/명이 뭐가 중요합니까!
[사업명 : 어르신 생신잔치 / 9월 실적 : 2건, 21명]
실적을 봅니다. 2건, 21명이 의미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2건, 21명은 충분한 정도일까요? 부족할까요? 잘 된 생신잔치일까요? 아쉬움만 남는 잔치일까요?
실적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알기 어렵습니다.
실적은 우리가 사업을 해온 기록을 남기는 수단일 뿐이므로 그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지는 못합니다.
이런 평가 기준은 어떨까요?
‘생신잔치로써 자주하게 도왔습니까? 어울리게 도왔습니까?’, ‘어르신께서 당신이 했다 말씀하시나요?’,
‘생신잔치 이후로 서로 아는 사이가 늘어났나요? 새로 알게 된 사람을 더 만나고 싶어 하나요?’
여기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면 건/명이 조금 부족할지라도
생신잔치 제대로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생신잔치로써 사회복지사가 자주하고 도왔고, 어울리게 도왔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신입 사회사업가에게 꼭 필요한 배움이었습니다.
처음 복지관에 입사하면 잘 하고 싶은 마음, 잘 돕고 싶은 마음은 발끝부터 솟아 나는데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인지 모르니 일단 제가 맡은 사업의 실적부터 채우기도 하였습니다.
실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지만 어느정도 채워놓고 나면
사업 잘 했다고 판단하고 마음 내려놓기도 하였습니다.
배운 만큼 이제는 그 마음을 경계합니다.
건/명이 뭐가 중요합니까? 잘 했다면 지역사회와 당사자들 사이에서 선명히 드러날 것입니다.
여기에 마음의 초점을 두어 봅시다.
배움2. 사례관리 문제관리?
사람답게 도와야 합니다. 자기 삶을 살게 돕고 누군가와 어울리게 도와야 합니다.
당사자가 저장강박이라도 사람과 어울리게 도와야 합니다. 당사자 문제 자체를 주목하지 말고 문제 외 잘하고 있고, 잘해왔던 것 세워 드릴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장강박이 있는 사람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의 집에 누군가 놀러 온다면 적어도 그 이웃이 앉을 자리는 정리하게 됩니다.
그때 그 일에서 당사자의 문제가 먼저 보이나요?
아흔 아홉 번의 ‘문제’는 오목렌즈로 작게 봅니다. 외면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한 번의 강점은 볼록렌즈로, 극대화해서 세워주세요.
하나의 강점이 사람의 자신감을 키우고 해볼 만한 마음을 키워 문제를 따돌립니다.
그렇게 믿고 나아갑니다.
배움3. 사회복지사는 가치편형적인 직업?
사업을 하다 보면 더 좋은 성과를 위해 속도를 내고 싶어 할 때가 많습니다.
성과가 나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는 속도보다 방향을 생각하며 사회사업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속도보다 방향’, 어느 목표, 어느 것을 지향하며 가는가, 저희는 이웃과 인정 바라보며 사회사업합니다.
배움4. 혼자인 게 좋아? 누구보다 외로우면서!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섬이 되어 떨어져 있습니다.
같이 지내는 것보다 혼자 있는 편이 낫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외롭다고 말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립되어가는 섬이 많아지니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이웃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외로움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오고 싶을 때 오고 싶은 만큼만 올 수 있는 가벼운 모임이 있다면 어떨까요?
나와 타인의 거리는 충분히 유지하면서 또 관계가 든든해지는 모임 말입니다.
김세진 선생님께서 일상 속에서 주민 동아리를 만들어 보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담당하는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겠지요. 소수가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가벼운 모임. 우리의 목표는 ‘모임의 유지’가 아니라 ‘눈 맞추며 인사하는 이웃 알기’입니다.
층간소음도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 간에는 ‘거참. 그 놈 참 잘 뛰네.’한다고 하니까요.
좋은 모임에는 다섯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1) 격식이 없다. 2) 소박하다. 3) 수다가 있다. 4) 출입이 자유롭다. 5) 음식이 있다.
어떤 내용이든지 위의 어렵지 않은 다섯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가고 싶은 좋은 모임’, ‘집에 있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더 좋은 모임’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임이라면 나부터도 마음이 혹 합니다.
강민지 선생님의 클래식 모임, 글쓰기 모임과 신미영 선생님의 육아 모임, 컴퓨터 모임 발표를 들었습니다. 클래식 모임을 주관하시는 카페 사장님께서는 주민 모임을 더욱 귀하게 생각하셔서 모임 중에는 믹서 음료도 판매 중지한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모임에서는 한 주민분이 ‘여기 계신 여러분들 만나니 좋네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같아요. 눈물이 나네요.’라고 하셨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신입 사회사업가의 가슴은 벌렁벌렁합니다.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됩니다.
배움5.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민 모임, 사례관리, 밑반찬 사업, 도서관, 아이들 놀이 프로그램…. 모두 다른 모양이지만
잘 된 사업에는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김세진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다양한 사례발표를 들으면서 더 또렷해졌습니다.
바로 ‘자세’입니다. 사회사업가는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할 때 결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간절하게 진심으로 바라며 고민합니다. 그 모습이 꼭 기도하는 모습 같았습니다.
신미영 선생님이 도운 남매 이야기에서도, 강민지 선생님이 카페 사장님 마음을 열기 위해 천천히 기다린 이야기에서도 오랜 기다림과 믿음이 있었습니다. 해님과 바람에서 해님처럼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아무리 업무가 바쁠지라도 놓치지 않아야 할 속도로 보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단순하게, 진심으로, 쉽게 부탁드립니다.
사회사업가가 해야 할 업무가 폭풍우처럼 쏟아지더라도 당사자를 만나는 그 순간은 오직 그 순간에 집중합니다. 통화할 때나 만날 때나 늘 기다렸다는 듯이, 늘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이 만납니다.
사회사업가는 숨을 고르고 여유를 의도적으로 찾아서 보통의 삶이 호흡하는 속도로 녹아들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간절하게.
배움6. 기록을 잘 하는 방법
기록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록은 잘 되지 않습니다. 우선순위가 뒤로 가 있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실무를 하다보면 급급한 업무에 치여 기록을 뒤로 미뤄지기 일쑤여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도 있지요. 두 가지 원칙을 배웠습니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비밀을 특별히 공유하겠습니다.
1. 시간을 정해 매일 꾸준히 글을 씁니다.
- 글쓰기는 정신노동이 아닌 육체노동에 가깝습니다. 운동으로 육체를 단련하는 것처럼 글쓰기도 단련이 되어야 합니다. 사진가들은 사진 찍어야지 마음먹고 찍지 않습니다.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가 순간을 담지요. 수첩을 사진기처럼 들고 다니며 찰나를 단숨에 사로잡아야 합니다.
2. 많이 읽으면 됩니다.
- 우리가 음식을 많이 먹으면 그만큼 많이 배출하지요. 글쓰기도 비슷합니다. 많이 읽으면 그만큼 쓰고 싶은 욕구가 늘어납니다. 책 한권을 내려면 10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계속 읽다보면 쓸거리가 툭 하고 튀어나올 것입니다. 기록은 엉덩이와의 싸움, 씨름입니다.
사회사업 기록은 바른 실천의 도구라고 하였습니다. 지난 번에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기록을 합니다. 우리가 실천하는 의도와 맥락을 다잡기 위해 기록을 합니다.
당사자와의 신뢰를 쌓기 위하여 기록을 공유합니다.
의식 있는 사회사업가이고 싶습니다.
가장 쉬운 일(노트를 한 권 산다!)부터 시작해봅시다.
마지막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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