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어르신과의 만남

(글쓴이 : 신미영 사회복지사)



2018년 복지관 조직개편으로 공항동 팀이 생겼습니다

공항동 지역주민과 지역주민의 관계를 이어, 공항동

지역사회에 관계가 넘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어주기 팀

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공항동이 누구나 정붙이고 살만한

동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 한해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나가려 합니다.

 

지난겨울 공항동 주민센터의 추천으로 김장김치가 필요한 분에게

김치를 드리려 했다가, 신청이 무산되어 후원쌀을 드리기로 

한 어르신 다섯 가정이 있었습니다. 그 중 아직 방문하지 못한

고 씨 어르신 댁에 전화를 드리고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무료급식사업 밑반찬 서비스를 이용하는 두 어르신 댁과 

지역 곳곳을 탐방하고 큰미래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전날 공항동에서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팀원들과 의논했습니다.

이곳에서 주민들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어떻게 할지 상상했습니다

설레었습니다.

고씨 어르신 댁에 방문했습니다.

어르신 댁에 도착하여 번호 키를 누르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 어르신께 전화 드렸습니다.

어르신 댁 1층에 도착했는데 현관문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번호 알려 줄 테니까 열고 들어와요.”

 

자세히 알려주셔서 문을 빠르게 열었습니다

저는 어르신을 처음 뵙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두근두근 떨렸습니다.

저와 다르게 정우랑 팀장님은 편안해보였습니다

사전에 어르신과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해서인지 

어르신과 이야기 나누는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복지관 입사 후 외부에서 모르는 분을 연락하여 찾아뵙는 것이 처음입니다. 

항상 주민모임에서의 리더들 만나다가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 어르신을 만나니 더 새로운 느낌입니다.

팀장님과 층을 확인 하고 올라갔습니다. 6층 정도이면 보통 엘리베이터가 

구비되어 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우랑 팀장님과 함께 올라가면서 숨이 가빴습니다.

젊은 저로서도 버거운 계단 높이여서 힘들었습니다

어르신은 이곳을 매일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힘드셨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르신 댁 문 앞에 도착하여 "쿵쿵"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르신 방화11복지관에서 왔습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문 앞에 상이 놓여 있었고 막걸리와 안주로는 말린 대추가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며 신발을 벗고 들어갔습니다.

 

어르신 쌀 들고 오다가 위를 잘못 잡아서 찢어졌어요.”

아이고 괜찮아요. 고맙지 나야.”

 

들어가니 원룸의 방이었고 어르신이 누울 자리와 한 편에 화장실이 전부였습니다

상 뒤에는 이불이 깔아져 있었습니다.

 

"이불 위로 올라가세요."

 

저와 팀장님은 주춤했습니다. 아무래도 잠자는 곳을 

발로 밟아도 되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어르신은 

이불 위가 따뜻하니까 그곳에 앉으라고 했습니다

어르신의 마음을 알기에 이불 위에 앉았습니다.

 

"차 뭐 마실래요. 우리 집에 생강차 있는데"

 

어르신께서는 생강차를 말씀하시면서 몸에 좋은 거 먹으라며 타주신다고 했습니다

또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는 것보다 불에 끓이는 것이 더 맛있다며 

냄비에 물을 받아 버너 위에 올렸습니다.

맛있는 차로 손님을 대접하는 어르신의 마음이 무척 따뜻하고 감사했습니다

생강차 맛있게 마셨습니다. 팀장님은 어르신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어르신 약주하고 계셨나 봐요.”

. 한잔 하고 있었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3일 동안 막걸리만 먹고 있어요. 혼자 뭐 해서 먹으려니까 귀찮아서.”

혼자 사시는 어르신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그래도 3일 내내 

술로 끼니를 대신한다는 말에 어르신 건강이 걱정됐습니다. 이 이야기를 

한 후에도 어르신은 본인의 젊었던 시절부터 지금 이곳에 거주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공항동에 사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15년 정도 됐나.”

 

손으로 횟수를 세시더니 20년 됐다고 다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굉장히 오래 거주하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건물에 거주하게 된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이 동네 통반장과 친해졌고 함께 어울리다가 건물주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르신의 사정을 들은 건물주 분이 전기세 등 공과금을 포함하여 

월세 25만원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르신의 말 속에서 주변에 

알고 계시고 도움주시는 고마운 분들에 대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건물주 분과 통반장님이 계셔서 생활하는데 살만하다고 느끼시는 듯 보였습니다.

 

, 건축종합설비 일을 하셨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나빠요. 우리나라 나빠요.”

 

중국에서 일하러 오는 젊은 사람들에게 일을 주고 나이가 많은 어르신에게는 

일을 주지 않아 설비 심사에서 탈락되었습니다. 어르신은 나이가 많아 일을 

못하는 것에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건물 1층에 주차 창고가 있는데 건물주가 

자리를 내주어 건축설비에 사용되는 도구들을 그곳에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우랑 팀장님과 저는 어르신 댁에 올라가기 전 지나가면서 얼핏 그 곳을 봤습니다.

 

어르신과 대화하면서 가족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자녀분이 결혼할 당시에 

통영으로 내려갔습니다. 손주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천재 머리를 가졌다며 

손주 자랑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어르신 손주 지금 몇 살 정도 됐어요?”

지금쯤이면 한 고등학교 3학년 됐으려나.”

 

어르신은 손주를 못 본지 꽤 된 듯 했습니다. 가족들이 떨어져 있지 않으면 

어르신의 적적함이 덜했을 텐데 먼 곳에 있으니 외로우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통반장님과 주변 아시는 분들 만나면 주로 뭐 하세요?”

술 마시지 맨날 나가서 술 먹고 집 와서 자고 일어나면 적막해.”

 

그래도 주변에 아시는 분들이 도와주시고 술도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도 그러면서 사는 거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이웃 중에 고칠 물건이 있는 분이 계시면 어르신께 수리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어. 해도 돼지.”

 

어르신이 도와주시겠다고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정우랑 팀장님과 저는 

이후 다른 분과의 약속이 있어 가야한다고 어르신께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나만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어쩌지.”

괜찮습니다. 많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고씨 어르신은 건축자재를 많이 가지고 계시며 물건을 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을 대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분입니다. 동네에 이야기 나누며 지내는 친구도 있으십니다.

 

이러한 어르신의 강점을 통해 홀로 사시는 어르신 댁에 고장 난 물건이 

있을 경우 요청하면 좋겠습니다어르신도 좋다고 했습니다

공항동에 물건 수리 원하는 분이 계실 때 고씨 어르신께 도움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도움을 요청한 분, 도움을 준분이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이후에는 

동네에서 만나면 인사하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이웃 간에 오고가는 정이 생기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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