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로] 개화동 중년남성모임, 이제는 맨발의청춘! 5월 모임 이야기

글쓴이 : 방소희 사회복지사

 

5월 한 달은 중년남성모임 참여자분들, 담당자인 저에게 참 의미가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마을축제 부스를 어떻게 꾸리면 좋을지 궁리하고 준비하며 복지관 모임으로서 복지관의 일에 동참해주시기도 했고, 함께 모임의 방향성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마을축제 운영 부탁드리기

6월에 예정인 두근두근우리마을축제에서 곁에있기 팀원들이 각각 부스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모임과 함께 부스를 운영하면 좀 더 즐겁고 의미있게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하니 중년남성모임분들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곧 저희 복지관에서 개관 30주년 기념 마을축제를 하거든요. 각자 직원들이 부스를 운영해야 하는데 제가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벅찰 것 같아서 같이 부스 준비해주시고 당일에 운영하는 것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아유 그럼!! 소희씨가 우리 즐겁게 지낼 수 있게 도와주서 항상 고마운데 도울 수 있는 거면 당연히 도와야지!!!"

 

박 씨 아저씨께서 이런 일에 당연히 당신께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흔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축제부스 운영을 도와주시기로 약속하면서 손가락 걸어주신 박 씨 아저씨, 최 씨 아저씨

 

축제 부스를 어떻게 꾸려가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세 분께서 잘 이해하실 수 있도록 작년 두근두근 우리마을축제 부스 사진들을 보여드리며, 올해는 세 분과 함께 전통놀이 체험 부스를 운영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씀드렸다. 

 

“글쎄 아까 말한 것을 들어보니 주로 체험해서 뭔가를 가져가고 이런 이득이 있는데,, 우리 부스는 그냥 들러서 체험만 하고 가니까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 사람들이 안 올 것 같은데...”

“작년에 했다던 그립톡, 엽서, 음식 이런 거는 가져갈 게 있잖아요. 근데 전통놀이 체험은 그냥 하고 가는 거니까 별로 안하고 싶어할 것 같네”

“연령대가 어떻게 돼요? 회전율도 고려해야 하니 사방치기는 좀 어렵겠어. 그리고 재미가 없잖아. 대결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콩주머니 던지고 시작했다 다시 돌아오기만 하니까요. 재밌어야 사람들도 와서 참여하지 않을까 싶은데?”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뭔가 활동적인 놀이면 어려울 수도 있어요.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놀이랑 움직여야 하는 놀이를 섞어봐도 좋겠네.”

 

부스에서 투호, 구슬치기, 사방치기, 활쏘기를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런 저런 의견들을 주셨습니다. 회의하면서 기대보다 더 진심을 다해 이 축제를 함께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크신 세 분의 모습을 보며 참 감사했습니다. 

 

결국 부스를 준비하며 걱정하는 부분들은 ‘주민들이 즐기러 오시는 건데 재미가 있어야 한다.’였는데, 이 씨 어르신께서 당신 경험에 빗댄 의견을 새롭게 제안해주셨습니다.

 

“내가 안그래도 며칠 전에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갔다가 거기서 전통축제 같은 걸 하길래 보고 왔거든. 근데 거기도 똑같은 놀이는 아니긴 하지만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게 마련해뒀더라고. 사람들 엄청 많이 와서 했어. 이게 하다보면 재밌으니까 그냥 한번 와서 즐기고 가는거야. 꼭 뭔가를 주거나 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 순간에 즐겁게 하고 가는거지.”

“그래요? 그럼 우리 부스도 나쁘지 않겠네요?”

“조금 더 보태서 말씀드리자면, 작년에도 이 활쏘기 부스가 있었거든요. 애들이 진짜 바글바글 몰려서 완전 인기 많았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부스로도 충분히 사람들이 관심갖고 오실 것 같아요.”

 

담당자가 뭔가를 의견을 드리면 최대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실 분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나서서 의견을 주장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 분께서 자연스레 의견을 주고받으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세 분은 친밀한 관계이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들이시므로 그 과정에서 모두에게 최선인 방법을 잘 찾아가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 바람대로 세 분께서 합의점을 찾으셨고, 체험할 전통놀이만 조금 변형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딱지치기도 좋겠네. 딱지 진짜 많이 접었었지. 나 옛날에 뭐 딱지를 거의 몇백개를 하루에 따가지고 말이야~ 엄마한테 딱지 집에 갖고오면 아주 혼난다는 얘기를 그렇게 들었었어.”

“제기차기도 괜찮아. 양발제기 왕년에 내가 몇백개를 그자리에서 찼다니까. 제기는 말이야~ 그 와셔 있지. 와셔에 창호지 길게 접어서 만들 수 있어.”

“와~ 박 씨 아저씨!! 저 양발제기 보여주세요! 저 제기 한 개 밖에 못 차서 너무 기대돼요. 그럼 저희 제기 만들어서 해요?”

“아우 그럼~ 나 양발제기 엄청 잘해. 다음에 보여줄게. 연습 좀 해봐야겠다. 제기는 뭐 만들어도 되고.. 근데 요새 만들어진 것도 팔지않나?”

 

제기를 만드네, 사네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냥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축제 부스를 준비하며 나눈 이야기를 돌아보니 그 과정 자체에서 또래와 나누는 시시콜콜한 수다가 느껴져 소박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세 분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장기를 한 판 두고 가셨습니다. 옆에서 장기 두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자니... 너무 좋았습니다. 정겨운 사람살이,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만남 때에는 세 분께 모임이름을 ‘죽마고우'로 짓는 건 어떨지 제안드려보려고 합니다.

 

모임 방향성 이야기 나누기

다음 모임이 진행되기 전, 박 씨 아저씨와 최 씨 아저씨께서 중년남성모임 대표로 두근두근우리마을축제 사전모임 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담당자는 오후에 외부 학습모임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는데, 두 분께서 모임에 다녀오신 뒤로 우리 모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드셨나봅니다.

 

"여러분, 제가 저희 모임 이름을 생각해봤는데요. 서로 마음이 맞는 친구같이 편안한 분들의 모임이니 죽마고우 어떠세요?"

"글쎄. 죽마고우가 어떤 의미냐면요.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오랜 친구를 뜻해요. 어릴 때부터 가까운 벗을 이르는 말인데, 우리가 어릴 때부터 알던 사이는 아니니까 모임 이름으로 쓰기엔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모임 이름이라는 게 모임 주제, 방향성, 정체성을 다 대변해야 해요. 이번에 회의 갔다와서 보니까 다른 곳은 다 명확하게 하는 게 있더라고. 요리, 그림, 손으로 만들기처럼. 우리도 그런게 있어야 그 활동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모임 이름을 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각자 우리 모임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이든 아니든) 얻고 싶은 것, 모임 활동으로 해보고 싶은 것, 걱정되는 것 등등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런 이야기 끝에 최 씨 아저씨께서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어찌되었건 우리 모임이 방 복지사가 주선해줘서 시작됐고, 복지관과 함께하는 모임이니 복지관에서 이런 모임을 왜 하는지 그런 방향성과도 잘 맞출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세 분께 복지관에서 이웃 관계를 주선해드리기 위해 모임을 하고 있고, 모임 회원들과 함께 잘 어울려 지내시길 바라고 기회가 된다면 모임 분들 간의 결집력이 생겨 이런 힘들을 지역 사회에 나누면 좋겠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약 한 시간 남짓 열띤 토론을 거친 끝에 모임의 방향성, 이름, 정체성, 목적 등 전반적인 틀이 합의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포스트잇에 세 분이 발화해주신 이야기를 적고 같은 주제끼리 묶으며 대화를 이어갔더니 세 분께서도 더욱 정리가 잘 되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 모임은 건강을 증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산책하는 모임으로 주제를 정했습니다. 모임 이름은 맨발의청춘입니다. 산책을 들으니 문득 떠오른 이름을 제가 제안드렸더니 채택됐습니다. (야호~)

 

세 분께서는 일상의 즐거운 순간이 생길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세 분 덕분에 사회사업 실천이 정말 정말 즐겁고 의미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맨발의청춘 회원분들과 건강을 관리하며 이웃과 친해지고 더불어 살아갈 모습들을 기대하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6월에는 축제 부스를 운영하고, 함께 낚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6월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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