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 공항동 자전거 타기 모임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4. 1. 11. 09:13
이웃기웃 - 공항동 자전거 타기 모임
자전거를 좋아하시는 이 씨 아저씨
공항동에서 제가 자주 만나 뵙고 있는 이 씨 아저씨가 계십니다. 최근에 건강이 좋지 않아 여러 병원에 다니셨고 귀도 좋지 않아 보청기도 처음 착용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과 코로나19 상황으로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으셨습니다.
이런 이 씨 아저씨가 좋아하는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불면증도 있으셔서 차와 사람이 적은 밤 12시에 1~2시간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십니다. 족저근막염이 있어 오래 걷는 것도 힘들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산책하시는 겁니다. 이 씨 아저씨의 취미생활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저와 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가까운 한강에서 바람도 쐬고 나들이 겸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함께 자전거를 탈 이웃
이 씨 아저씨 주변에 예성교회 변석희 목사님이 계십니다. 목사님은 평소 동네 이웃을 살피고 돕는 일에 뜻이 있으셨습니다. 주로 혼자 지내시는 이 씨 아저씨가 생각이 났습니다. 목사님께 때때로 이 씨 아저씨를 살펴주시고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낯을 가리시는 이 씨 아저씨께도 목사님이 어떤 분이신지 가끔 찾아와도 되는지 소개하고 여쭈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목사님은 과일, 화분, 음식 등 작은 것 하나라도 이 씨 아저씨와 함께 나누셨습니다. 목사님께 아저씨와 자전거를 함께 타면 어떨지 부탁드렸습니다. 흔쾌히 함께하시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공항동주민센터 희망드림단에서 밑반찬을 만들어 이웃과 나눕니다. 이때 이 씨 아저씨께 배달하는 분이 이진이 님입니다. 이진이 님은 야쿠르트 여사님으로 동네에서 오랫동안 일하셨습니다. 골목골목 길을 훤히 알고 동네 좋은 분들을 많이 알고 계십니다. 주로 배달하는 지역도 이 씨 아저씨 집 근처입니다.
어느 날 희망드림단 주민분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때 이진이 님이 멋진 자전거를 타고 오셨습니다. 근사한 헬멧과 자전거 랜턴까지 갖췄습니다. 다음 날 전화해 이 씨 아저씨와 함께 자전거를 타면 어떨지 여쭈었습니다. 일하는 시간을 피해 가능하다면 함께하시기로 했습니다.
변석희 목사님과 이진이 님. 이렇게 이 씨 아저씨와 함께 자전거를 탈 분을 모집했습니다. 이 씨 아저씨께서 잘 모르는 사람이나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평소 알고 지내시는 변석희 목사님과 이진이 님까지 소규모 자전거 타기 모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새 자전거를 준비하신 이 씨 아저씨
이렇게 자전거 타기 날을 정했습니다. 이 씨 아저씨도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이 씨 아저씨께서 밤 12시에 자전거를 타다가 펑크가 났습니다. 다음날 자전거 가게에 가니 튜브 분만 아니라 바퀴까지 모두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래된 자전거인데 5만원 이상 수리비가 들어 그냥 돌아오셨다고 했습니다.
며칠 뒤 진행할 자전거 타기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동네에서 자전거를 구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당근 마켓으로 저렴하게 자전거를 살 수 있는지도 함께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며칠 뒤, 이 씨 아저씨께 전화가 왔습니다. 고심 끝에 16만원을 주고 새 자전거를 사셨다고 합니다. 기존 오래된 자전거를 수리하자니 비용이 많이 들고, 중고 자전거를 사더라도 금방 고장 날 수 있으니 큰 마음을 먹고 새 자전거를 사신 겁니다. 매일 밤마다 자전거를 타는 취미가 이 씨 아저씨의 삶의 일부가 되신 겁니다. 마침 서울시복지재단에서 1인가구 생활시간 조사가 있는데 그 참여 수당도 받을 예정이라 자전거 구매 비용을 마련할 수 있으셨습니다.
새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모임에 참여하시기로 했습니다.
자전거 타기 모임
5월 30일, 오후 4시 30분. 해가 조금 지고 시원할 때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교회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이정민 님이 먼저 일찍 오셨고 목사님께서 커피를 내어주셔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뒤이어 이진이 님이 교회에 오셔서 서로 인사하고 소개했습니다. 목사님과 이진이 님은 처음 만나는 사이였습니다.
자전거를 잘 타시는 이진이 님이 방화대교 한강 자전거길까지 안내해 주셨습니다. 이 씨 아저씨는 평소 동네에서만 자전거 타느랴 한강으로 가는 길을 잘 모르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한강 자전거 길을 알았습니다.
방화대교 그늘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넓은 평상에 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이진이 님께서 따뜻한 차와 초코렛 간식을 주셨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한강이 바로 앞에 있으니 이 씨 아저씨께서 낚시도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직도 집에는 오래된 낚시대도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낚시 모임도 해보고 싶습니다.
한강까지 온 김에 조금 더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여의도 쪽으로 가는 길이 있고 반대로 아라뱃길로 가는 길도 있습니다. 십여 분을 달려 아라뱃길 갈림길까지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다시 되돌아 갈지, 조금 더 가볼지 의논했습니다. 체력이 좋으신 듯 해서 아라뱃길까지 좀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이 씨 아저씨의 새 자전거가 기어 변속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때마다 저와 목사님이 도와드렸습니다. 기어 변속 하는 방법을 잘 몰라 어려워 하셨습니다.
다시 방화대교 아래에 왔습니다. 강서둘레길을 걸으며 알게 된 전망대가 있어 추천했습니다. 잠시 자전거를 주차하고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한강 전체가 한 눈에 보이고 철새들도 날아다녔습니다. 함께 사진 찍고 구경했습니다. 여기서 이진이 님은 일정이 있어 헤어졌습니다.
목사님과 이정민 님과 함께 식사하기로 했습니다. 목사님께서 원조나주곰탕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식당 앞에 도착하니 영업종료라고 되어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 들어가서 여쭈니 3명만 마지막 식사로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목사님 덕분에 동네에서 유명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힘들게 자전거를 탄 덕분인지 맛도 좋았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이정민 님은 보청기를 하고 오지 않으셨습니다. 때문에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큰 목소리로 서로 대화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처음 자전거 타기 모임. 서로에게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날에 함께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2024 자전거 모임을 꿈꾸며
자전거를 타고 다음 날에 이 씨 아저씨께 안부를 여쭈었습니다. 자전거 타기가 힘드셨다고 합니다. 다리도 조금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이 씨 아저씨의 컨디션을 살폈는데 괜찮으신 듯 해서 멀리 아라뱃길까지 다녀온 겁니다. 다음에는 천천히 쉬엄쉬엄 짧은 길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6월에 제가 발목 골절과 인대 파열로 수술을 했습니다. 온전히 회복되고 가을에 다시 자전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가을에는 이 씨 아저씨가 혼자 자전거를 타시다가 발목을 다치셨습니다. 한의원을 다니면서 오랫동안 치료하셨습니다. 올해 적어도 계절별 한번 씩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하지 못했습니다.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이 자전거 모임 덕분에 세 분의 관계가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 씨 아저씨와 목사님은 이후에도 서로 왕래하며 좋은 이웃이 되었습니다. 아저씨께서 스마트폰을 잘 모를 때 가까운 목사님을 찾아가 여쭈었습니다. 집에 잘 쓰지 않는 화분이 있는데 교회에 두면 좋겠다고 선물하셨습니다. 목사님도 과일이나 김장김치가 있을 때 목사님께 드렸습니다.
이후에도 이진이 님은 공항동 희망드림단 밑반찬 배달 날에 이 씨 아저씨께 드렸습니다. 함께 자전거를 탄 사이이니 그때마다 서로 인사 나누셨습니다.
2024년을 꿈꿉니다. 추울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면 다시 자전거 타기 모임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 씨 아저씨도 가까운 서울식물원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식물원 나들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함께할 시간을 기대합니다.
자전거 타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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