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동네사람들] 공항고시원 수육 잔치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2. 12. 23. 10:25
공항고시원 수육 잔치
공항고시원과 인연
공항고시원은 공항중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보증금 없이 한 달에 20만 원 정도로 거주할 수 있습니다. 한 명 겨우 누울 수 있는 공간에 화장실 욕실 부엌을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청소는 잘 되어 있지 않고 시설도 오래되었습니다. 주로 중장년 남성이 살고 있습니다.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시다 보니 방 말과 글로 차마 담을 수 없을 만큼 주거환경이 열악합니다.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사업을 하며 공항고시원을 처음 만났습니다. 공항동주민센터와 함께 방문했습니다. 공무원과 함께 후원물품을 갖고 방문하니 고시원 총무님께서 잘 맞아주셨습니다. 공항동 희망드림단에서 고시원에 사시는 분들 가운데서도 수급 당사자나 총무님이 알려주신 분들 위주로 한 달에 한 번 도시락을 만들어서 드리고 있습니다.
고시원 당사자가 당장 일상생활을 유지하실 수 있도록 여러 후원 물품을 드리며 꾸준히 만났습니다. 그렇게 당사자를 만나며 조금씩 대화했습니다. 왕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무엇을 좋아하시고 잘하시는지 여쭈었습니다. 김 씨 아저씨는 정육점에서 오래 일하셨다고 합니다. 2021년 김장철이 지났을 즈음이라 수육을 잘 삶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어렵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내년에 수육 잔치할 때 도와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그렇게 2022년을 김장철을 기약했습니다.
교동협의회 조찬기도회
공항동에서 사회사업하며 마곡장로교회 박성천 목사님을 꾸준히 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방화공항동 교동협의회 총무를 맡고 계셨습니다. 교동협의회는 교회와 동주민센터가 함께하는 모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대면으로 조찬기도회를 합니다. 그동안 조찬기도회는 1시간 동안 예배 형식으로 진행했다면 이번에는 지역에 실제적인 필요를 듣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로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그 가운데 한 순서로 저에게 20분가량 짧은 특강을 요청하셨습니다. 부담스러운 자리이지만 기뻤습니다. 학창시절부터 교회사회사업을 꿈꿨고 복지관 현장에서 일하며 교회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교회와 함께 일할 때는 개별적으로 만나 사업을 의논하고 연대했습니다. 이번 교동협의회는 지역의 여러 목사님께서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이니 교회사회사업에 관한 생각과 제안을 잘 정리하여 나눌 좋은 기회입니다. 주말에 여러 자료를 살피며 PPT를 준비했습니다.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구제 활동을 하는 의미, 방법, 예시를 나누었습니다. 목사님께서 목회와 구제 활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려 애썼습니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아침 7시. 조찬기도회를 시작했습니다. 20분 정도 짧게 예배를 드리고 저에게 시간을 주셨습니다. 10분 정도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을 했습니다. 분위기가 좀 더 편안하고 부드러워졌습니다.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20분 가량 발표했습니다. 많은 목사님께서 잘 들어주셨습니다. 눈 마주치며 경청해주시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함께 식사하며 목사님들과 인사 나누었습니다. 좋은 때에 연락나누기로 했습니다.
예성교회 변석희 목사님
교동협의회 이후 예성교회 변석희 목사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동안 지역사회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크셨는데 누구와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잘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교동협의회 발표로 복지관과 사회복지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셨습니다.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교회에 초대해주셨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정성껏 간식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공항동에 개척하신 이유와 어떤 마음으로 목회를 하시는지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동안 동네에서 나름 애쓰셨던 이야기, 아동 청소년 가족을 잘 돕고 싶은 마음, 추수감사절에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계획을 알려주셨습니다. 복지관에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가깝게 지내시는 ‘주님의교회’ 전정삼 목사니도 소개해주셔서 함께 만났습니다. 나눔에 뜻있는 교회와 목사님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수육 잔치 준비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김장철이 된 겁니다. 공항고시원 김덕영 님이 생각났습니다. 1년 전 수육 잔치를 말씀드렸고 희망드림단에서 반찬을 배달할 때마다 안부를 여쭈었습니다. 최근에 몸이 많이 안좋아지셨습니다. 넘어지셔서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도 다녀오신 적도 있으셨습니다. 기력도 정신도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김덕영 님을 도와줄 이웃이 필요했습니다. 고시원과 김덕영 님을 잘 알고 있는 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한달에 한번 고시원에 도시락을 배달해주시는 공항동 희망드림단 이창숙 단장님과 박순득 감사님이 떠올랐습니다. 수육 잔치를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함께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고시원 총무님과도 의논했습니다. 수육을 만들어 고시원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 김덕영 님이 만드실 수 있도록 거들고자 하는 계획을 전했습니다.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수육 잔치 이야기
수육 잔치 하는 날입니다. 먼저 김덕영 님께 수육을 구매할 때 어디서 사야 할지 어떤 고기를 사야 할지 함께 가서 알려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김덕영 님 거동이 불편하셔서 고시원 총무님도 함께가시기로 했습니다. 음식할 때도 교회에서 함께계시기로 했습니다. 든든했습니다.
정육점을 모시고 함께 갔습니다. 동네 정육점이 어디에 있는지 주차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셨습니다. 정육점에 들어갈 때도 주문할 때도 두분이 먼저 하시도록 한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사태는 재고가 없어 앞다리로 샀습니다.
이창숙 단장님과 박순득 감사님을 만났습니다. 박순득 감사님은 오리고기 식당을 운영하신 적도 있으실 만큼 요리를 잘하십니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김덕영 님이 쉐프가 될 수 있도록 김덕영 님을 세워드리고 여쭈어보고 뒤에서 지원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이 뜻과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수육에 들어갈 여러 귀한 재료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수육과 함께 먹을 김치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 주민센터와 여러 주민에게 여쭈었습니다. 올해 김치가 귀해져서인지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때마침 한사랑교회에서 배추를 동네에 필요한 곳에 사용해 달라고 나누어 주셨습니다. 복지관 주민모임 ‘풀꽃향기’에서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김장행사를 앞두고 있어 모두 드렸습니다. 풀꽃향기에 배추김치를 조금 나누어 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흔쾌히 서너 포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변석희 목사님께서 교회 친교실을 내어주셨습니다. 코로나19 동안에 교회에서 음식을 하지 않아 가스도 없었는데 모두 다시 설치하셨습니다. 필요한 도구도 얼마든지 마음껏 사용하라고 하셨습니다. 고시원 분들과 희망드림단 단장님 감사님과도 인사나누었습니다. 고시원 분들과 자연스러운 이웃으로 만나신 겁니다. 고시원을 함께 돕고 살피는 희망드림단도 알게 되셨습니다. 잠시 일을 보고 수육이 완성될 때 즈음 오셔서 함께 식사하시기로 했습니다.
수육을 삶기 시작했습니다. 감사님께서 김덕영 님께 어떤 재료를 넣을지 여쭈었습니다. 김덕영 님은 자리에 앉아서 하나하나 말씀하셨습니다. 이창숙 단장님은 김덕영 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도시락을 배달할 때는 반찬만 드리고 돌아서기에 바빴습니다. 수육을 삶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릴 동안 고향이 어디인지 나이가 몇인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김덕영 님께 좋아하시는 노래가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바로 한가락 불러주셨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오래된 노래였지만 모두 알고 있는 노래 셨습니다. 함께 흥얼거렸습니다. 잔치 분위기가 물씬 납니다.
드디어 수육을 완성했습니다. 먹음직스럽습니다. 고시원 분들과 함께 나누도록 10개로 포장했습니다. 단장님 감사님 목사님 원장님과 배달했습니다. 고시원 분들에게 김덕영 님께서 요리하셨고 교회에서 도와주셨다고 인사드리며 수육을 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교회에 있는 쌀도
교회에서 다함께 수육을 먹었습니다. 공항동주민센터에서도 나정선 주무관님과 방문간호사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고시원 총무님께서는 고기를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먹는다며 냄새도 안나고 맛있다며 드셨습니다. 목사님께서는 그동안 골목에서 고시원 분들을 많이 만나셨다고 했습니다. 추운 겨울날에는 교회에서 몸을 녹이고 갈 수 있도록 했고 때로는 담배값을 달라는 분들 손에 돈도 쥐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고시원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여러 음식과 물품을 조용히 드리고 오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함께 교제하며 서로를 더 잘 알았습니다. 수육이 참 맛있습니다. 함께 먹으니 꿀맛입니다. 배불리 잘 먹었습니다.
주민과 나누었던 이야기
변석희 목사님, 박순득 감사님, 고시원 원장님과 이야기 나누었던 내용을 아래에 정리합니다.
1. 변석희 목사님
(잔치 제안) 지난 교동협의회에서 권대익 복지사님이 짧게 발표해주신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교회가 지역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는데 복지관과 함께할 생각을 못했어요. 교회가 혼자 구제 활동을 하기엔 교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운 부분이 많았어요. 이번에 수육잔치를 제안받고 동네를 위해 섬길 수 있어 감사했어요.
(잔치 소감)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코로나 이후 교회 친교 공간을 처음 사용해서 음식을 나누었어요. 수육을 전달해 드리며 고시원 방 내부를 처음 보았어요. 열악한 환경에 사는 분들을 보니 마음이 아파요. 좀 더 할 일을 더 기도해 볼게요.
(다음 잔치) 언제든 또 하고 싶어요. 설날 때는 떡국을 이웃들에게 대접하고 싶어요. 잔치 말고 지역을 위해 섬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2. 박순득 감사님
(잔치 제안) 희망드림단으로 만난 복지사님께서 부탁해서 참여했어요. 동네를 위해 할 일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어요.
(잔치 소감) 그동안 여러 봉사를 했지만 이런 방식은 처음이었어요. 희망드림단 활동도 반찬만 드리다가 이렇게 함께 요리하고 먹고 이야기 나누니 더 뜻깊었어요. 저도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되도록 어르신이 직접 하시도록 해요. 이번 잔치도 복지사님과 미리 이야기 나누며 그 뜻을 잘 이해했어요. 김덕영 님이 함께 요리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았어요.
(다음 잔치) 네, 시간과 여건이 되면 함께 할게요. 언제든 연락주세요.
3. 고시원 원장님
(잔치 제안) 늘 고시원에 여러 도움을 주셔서 감사해요. 김장철인데 수육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니 좋았어요. 김덕영 씨가 건강이 좋지 않아 장을 보는데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함께 했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잘 도와야죠.
(잔치 소감) 고기를 좋아해요. 오랜만에 고기를 먹었어요.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냄새도 안나고 맛있는 수육을 먹었어요. 그동안 주민센터에서 반찬을 주실 때 명단에 있는 사람만 주었는데, 이번에 반찬 명단에는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들까지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교회가 고시원과 가깝고 목사님도 좋으신 분이에요. 젊을 적에 교회에 간적이 있는데 이번에 교회에 오니 마음이 편안했어요.
(다음 잔치) 그럼요. 할게요. 제가 적극 도와야죠. 저도 여기에 오래 살았지만 동네 다른 사람은 잘 몰라요. 고시원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살죠. 김덕영 씨도 최근에 몸이 많이 안좋았는데 제가 살피고 있어요. 오늘처럼 이렇게 밥먹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오랜만이었어요. 고마워요.
수육잔치를 마치며
이렇게 수육 잔치를 마쳤습니다. 김덕영 님께서 당신 일로 이루셨습니다. 고시원 총무님, 단장님, 감사님, 목사님께서 거들었습니다. 고시원 분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서로 돕고 나눈 이웃 분들에게 고맙습니다.
고시원과 처음으로 적극적 복지사업을 이루었습니다. 이번 수육 잔치로 고시원 총무님께서도 복지관과 지역사회에 신뢰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때가 되면 고시원 주방 환경개선을 하고 고시원 안에서 잔치를 또 해보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 고시원 분들과 이웃 분들이 이 계절을 이웃 사랑으로 따스하게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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