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어르신 모임 '한마음' 마지막 나들이! (경복궁에서)

(글쓴이 : 강수민 사회복지사)

유서깊은 은행나무 밑에서 한 장

변함없이 아름다운 경복궁

어르신 모임 '한마음'에서 경복궁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이번 해는 가을이 길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느긋하게 가을을 느낄 수 있어 기쁩니다. 

어르신과 함께 경복궁 거닐며 가을에 젖어들었습니다. 

 

한마음 모임에서 그간 즐겼던 가을은 다채롭습니다. 

개화산, 행주산성, 대명포구항 여러 곳 즐겼습니다. 

개화산에서는 고소한 도토리 냄새와 풀잎 향기로 기억됩니다. 

행주산성은 날씨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정상에서 서울 전경을 내려다보며 장순월님이 농사지어 직접 쪄온 고구마 나눠 먹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대명포구항도 좋은 날씨 덕에 구경거리 즐기고 두손 가득히 집에 돌아왔습니다.

서로 요리 방법도 공유하고 삶의 지혜도 나눴습니다. 

 

네 번째 나들이이자 마지막 나들이로 경복궁 다녀왔습니다. 

경복궁으로 정하게 된 이유는 이러합니다. 

 

한마음에 어르신 모두는 서울 강서구에 사신지 3~50년 족히 넘었다고 하십니다. 

그럼에도 서울 한복판에 안 간지는 2-30년 넘은 분도 계십니다. 

삶이 바쁜 탓에 자녀가 어릴 때 한번 다녀온게 다라고 하셨습니다. 

큰 형님 김정석님이 의견 내주셨습니다. 이번 기회에 서울 한복판 한번 다녀오자고 말입니다. 

옛날과 많이 달라진 듯 달라지지 않은 경복궁이라 가도가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넓기도 넓어 언제가도 새로운 곳에 우리 모임이 함께 가면 참 좋겠다고 운을 떼셨습니다. 

 

개화산 둘레길 완주하고 김치!
행주산성에 갔어요!

 


 

 

 

경복궁에 오가는 차안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창경궁이 옛날에는 '창경원'으로 불리웠던 이야기, 광화문에 있던 조선총독부 이야기

경회루가 봄에는 어떻게 아름다운지, 청와대로 가는 길이 어떻게 나있는지

조선시대 궁녀가 어떻게 살았는지 이야기 등 여러가지 들려주셨습니다. 

발 맞춰 걸으며 도란도란 쉴새없이 나눈 이야기가 재미있어 발 아픈지도 모르게 걸었습니다.

 

삶의 지혜를 이길 순 없는 법입니다.

2~30년 만에 오신다고는 하나 여러 매체를 통해 들었던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나뭇잎을 보고 무슨 나무인지 바로 맞추시기도 했습니다. 

경회루에서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 어떤 새인지 맞추시기도 했습니다. 

 

농담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며 경복궁을 한바퀴 거닐었습니다. 

1시간 넘게 걸어 쉴겸 앉은 의자에서 어르신의 인생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시골 산자락에 살며 남편에게 구박받던 삶을 자식하나 보고 견딘 삶,

여자라고 무시받아 속상했던 삶, 시부모님 모시며 안해본 일 없던 지난 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속에 담아두지 않고 서로에게 풀어내니 한결 가벼워지신 듯 합니다. 

'잘 견뎠네, 잘 살았어, 고생했어요, 이만하면 멋진거지, 안해본게 없는 대단한 손이네.'

서로를 위로하는 말도 오갔습니다. 

 

어르신들은 모임이 아니었으면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며 멍하게 보냈을 시간에 

사람들 만나 대화하고 좋은 구경하니 좋다고 하셨습니다. 

서로 대면대면 얼굴만 알던 우리가 한마음으로 모여 하나되니 이 시간이 값지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들은 매번 헤어질 때 제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셨습니다. 

무엇을 하자고 제안하면 '난 모르니 선생님이 해줘요.' 하시기도 합니다. 

모임에 오시는 분들이 당신들 모임이 아니고

그저 참여자로만 생각하시면 어떡하나 염려된 적도 있습니다. 

 

당사자 주체성만 생각하다가 관계를 바라보지 못할 뻔 했습니다.

이웃모임의 주안점은 '관계'임을 잊지않고자 노력했습니다. 

긴 시간 얼굴만 알고 인사하고 지내기 어려웠던 분들이 많습니다.

2-30년 동안 이웃과 인사없이 지냈습니다. 갑자기 바로 당사자에게 '직접 해보세요!' 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우선 관계를 살피고 이를 살려 돕고자 했습니다.

관계를 살리는 일이 근본책입니다. 이것을 놓아두고 달리 어떻게 해보려는 건 말단이나 다스리는 방안이기 쉽습니다. 문제를 뒤치다꺼리하며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복지바탕을 해치기 쉽습니다.
(복지요결, 36쪽)

 

한마음 모임에서 어울려 지내시며 아는 언니, 동생 사이로 이름 부르고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르신 모임 '한마음' 경복궁 나들이 잘 다녀왔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