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5동 5층 소박한 추석잔치 이야기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8. 9. 18. 08:59
1105동 추석잔치 함께하실 분 찾기
1102동 1103동 1104동에서 추석잔치를 준비합니다.
1105동에서도 추석잔치를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동은 통장님께서 일을 하고 계셔서 부탁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대신 5동에 살고 계시면서 활동을 잘 하실 만한 분을 찾았습니다.
복지관 주민모임 '풀꽃향기'가 생각났습니다.
대부분 우리 아파트에 살고 계신 분들로 이루어진 주민모임입니다.
평소에도 수십 명이 먹을 음식을 뚝딱 만들어서 나누기도 하고
김장철에는 자체적으로 김장김치를 담궈 동네 이웃에게 나눠주시기도 하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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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향기 회원 분과 의논하기
주민모임 '풀꽃향기'를 담당하는 김수재 과장님께
회원 분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해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그 날 바로 풀꽃향기 회원 분들과 의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셨습니다.
2동에 사시는 분 세 명, 5동에 사시는 분 세 명이 모였습니다.
먼저 제가 이번 추석잔치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풀꽃향기는 복지관 강당이나 아파트 단지 넓은 공터에서
수십 명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일을 잘 해오셨습니다.
여러 지원사업으로 큰 행사를 치루어야 할 때
늘 풀꽃향기는 주체적으로 이 일에 참여하고 함께 하셨습니다.
동네와 이웃을 위해서 봉사하고 나눠야 한다는 신념과
매번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는 헌신이 놀라웠습니다.
이번 추석잔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부탁드렸습니다.
"이번 소박한 추석잔치는 각 아파트 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작게 진행하면 좋겠어요.
재료도 주민 분들이 조금씩 나눠서 준비해서 함께 부침개 나눠먹으며 이야기 나누면 어떨까요?"
늘 큰 행사에 익숙하신 회원 분들은
처음엔 모든 아파트 모든 층에서 진행하는 줄 아셨습니다.
복지관 예산도 없다고 하니 어떻게 하는지 한참 막연해 하셨습니다.
김수재 과장님께서 적극적으로 다시 설명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주민모임 풀꽃향기의 행사가 아니라
각 동에 사는 주민으로 소박하게 나누는 행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니 회원 분들이 이번 추석잔치의 취지와 방향성을 이해해주셨습니다.
"우리 동에서 하는 행사이니 내가 먼저 돈 2만원 낼게. 이걸로 재료 사면 되지!"
5동에 사시는 스포츠 맘마(별칭)는 주머니에서 흔쾌히 2만원을 꺼냈습니다.
이 곳에 오래 살고 있어서 아시는 분이 많다며 음식도 함께 할 이웃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해볼만 하다고 하셨습니다.
2동에 사시는 분들은 이미 당신들끼리 계획하고 준비한 추석잔치가 있어서
기존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좋은 때에 함께 하기를 바랐습니다.
아파트에 가득 퍼지는 고소한 부침개 냄새
아침에 출근해서 스포츠 맘마에게 전화했습니다.
이미 전부치기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준비할 일이 있을까요?"
"다리가 아파서 바닥에 못앉는 사람이 있어요.
복지관에 있는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만 갔다주세요."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
5동 추석잔치에서 복지관 직원이 한 일은 이 것 뿐입니다.
4동 추석잔치 하느냐 조금 늦게 5동에 갔습니다.
큰 대야에 반죽이 가득 했습니다.
부침개 장소는 스포츠맘마 말고 홍금자 반장님이 살고 계신 5층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한참 부침개를 부치고 계셨습니다.
"부침개를 여기서 안먹고 집에 가져가는 사람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부침개를 먹고 갈 수 있을지 궁리했습니다.
탁자를 제일 안쪽에서 부치고
엘리베이터 앞에는 돗자리를 더 펴서 앉을 공간을 충분히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홍금자 반장님 댁에는 한 두명 앉을 만한 작은 돗자리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집에 큰 돗자리 있어요."
부침개를 드시던 11층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바로 올라가 돗자리를 가져오셨습니다.
사실 복지관에도 돗자리가 있지만
조금만 이웃에게 여쭙고 부탁하면 금방 필요한 준비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요.
돗자리 빌리는 일도 주민을 만나고 관계를 이을 수 있는 좋은 구실입니다.
돗자리 두 개가 펴지니 넓습니다.
편하게 먹고 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갔습니다.
오시는 분마다 스포츠맘마와 홍금자 반장님은 인사했습니다.
5동에 살고 계신 많은 분들을 알고 계셨습니다.
5층 엘리베이터 앞에 오시기 힘든 분은
이웃이 직접 집에 방문해서 갔다 드렸습니다.
평소 좋은 관계에 있던 이웃을 초대하기도 하고
서먹했던 분들과 인사 나누는 구실이 되기도 했습니다.
복지관 1층 '웃음꽃방'은 주민 누구나 쉬어가는 장소인데
늘 어르신들이 모여 있다며
부침개를 한가득 가져다 드렸습니다.
5동을 담당하는 권민지 원종배 고진슬 선생님도 함께 했습니다.
부침개 부치는 이웃에게 감사 인사드렸습니다.
사람을 만나니 좋아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함께 할머니께서 2층을 누르셨습니다.
5층에서 부침개 부침개를 부치니 드시고 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2층 버튼을 살포시 껐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펼쳐지는 잔치 풍경.
할머니께서는 그 자리에 앉아 부침개 한 판을 드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가 친구 분도 데려 오셨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셨습니다.
"워낙 조용한 곳이라 복도에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
이렇게 부침개 먹으면서 사람을 만나니 좋아요.
이렇게 살아야지."
아파트가 없는 주택가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 있지요.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정자
담벼락 밑 평상
마을 중앙에 있는 공터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 앞이나
홍반장 역할을 하는 이웃의 집이 그런 공간일 겁니다.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은 조용한 곳에서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경비 아저씨 갔다드려야지
한참 부침개를 부치고 있는데 스포츠 맘마께서 말씀하십니다.
"경비 아저씨도 한 판 갔다드려야지!"
우리 동을 위해서 애쓰시는 경비 아저씨를 생각하신 겁니다.
가까이에 있는 분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 멋진 생각에 모두가 박수를 쳤습니다.
스포츠맘마가 부침개를 들고 경비실로 향했습니다.
"우리 5동 사람들이 이웃과 나눠먹으려고 전 부쳤어요."
무뚝뚝하지만 정이 묻어나는 목소리입니다.
경비 아저씨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최근 경비 아저씨, 택배 아저씨처럼 우리 삶 가까이에 있지만
소홀해지고 소위 갑질문화가 이슈인데
우리 11단지에는 따뜻함이 넘쳐납니다.
전부치기 이야기
부침개 활동을 마무리 하고 오늘 어떠셨는지 여쭈었습니다.
"이웃끼리 이야기 나누고 정도 나누니 좋아요.
여기서 이렇게 활동한 건 처음이에요."
"모임을 갖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좋아해요.
못만났던 사람들도 만났어요.
조금 전에 오신 놀부(별칭)님은 교통사고를 당하셨는데
몇 달 동안 못보다가 오늘 이렇게 만나 안부 나눴어요."
5동에서 소박한 추석잔치로 풍성했습니다.
오늘의 만남이 작은 마중물이 되어 좋은 관계가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 권대익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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