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식당 어르신 삶의 지혜를 모아주세요.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8. 9. 18. 21:21
[마음이 불편한 도란도란 식당]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도란도란식당은 하루 약 120명이 이용하는 식당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도란도란식당에는 10년 넘게 식당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랜기간 이용해오신 만큼 서로 선호하는 자리가 있으십니다.
선호하는 자리에 앉아 식사하기 위해 식판을 받기도 전에 자리를 맡아놓거나
다른 사람의 자리를 미리 맡아놓기도 합니다.
먼저 온 다른 사람이 선호하는 자리에 앉아 식사하고 계시면 매우 불쾌해하십니다.
먼저 온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복지관에 나와 계시기도 합니다.
새치기를 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도 식사자리 때문에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다툼을 하신 어르신들도 서로 불편하시고 마음이 좋지 않으셨지만
주변에서 식사하던 어르신들도 매우 불편함을 느끼셨습니다.
다툼하신 어르신끼리 잘 해결하실 때까지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도란도란식당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께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규칙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떻게하면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지
김은희 부장님과 정우랑 팀장님, 영양사, 조리사님과 함께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김은희 부장님과 정우랑 팀장님께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어르신의 의견을 들어보면 좋겠다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워크숍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겠다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사실 겁이 났습니다.
혹여나 불만에 관한 이야기만 듣게 되지 않을까,
문제중심으로 이야기하다 끝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어르신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 생각했지만
많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의견을 듣는다는 것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정우랑 팀장님께서 잘할 수있을 거라며 많은 응원 해주셨습니다.
응원에 힘입어 워크숍 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 어떻게 할까요?]
김은희 부장님께서 도란도란식당에서 일어났던 일이 흐지부지 지나간 뒤 진행하기 보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당장 다음 주로 일정을 잡고 어떻게 진행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홍보지부터 만들었습니다.
홍보지를 만들기 전부터 어떤 문구를 써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어르신! 우리 함께 규칙 만들어요.'라는 문구를 쓰기엔
아이들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고민이 풀리지 않아 한수현 주임님께 요청했습니다.
한수현 주임님께서 함께 고민해주시더니
"그 말 보다 어르신 삶의 지혜를 모아주세요. 라는 말은 어때요?"
하고 말씀해주십니다.
한수현주임님께 말로 어르신을 세워드리는 방법을 다시 배웁니다.
홍보지도 완성됐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안내도 했습니다.
안내하며 담당자의 마음 잘 헤아려주실 어르신을 개인적으로 찾아뵈었습니다.
다수의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처음 의견을 제시한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기 쉽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이유와 어떻게 이끌어가길 바라는지 담당자의 마음 담아 나누었습니다.
워크숍 안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보다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시길 부탁했습니다.
옆에서 도와주시길 부탁했습니다.
남은 건 워크숍을 어떻게 진행할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문제중심으로 이야기하지 않을지 고민했습니다.
김은희 부장님과 정우랑 팀장님께 워크숍 촉진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권민지 주임님께 워크숍 진행방법에 관한 꿀 같은 정보도 얻었습니다.
워크숍 진행순서를 머릿속에 그려갑니다.
다시 정리한 후 김은희 부장님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고민도 나누었습니다.
규칙은 서로 불편해하지 않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식당이용에 대한 불만사항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생각했습니다.
담당자의 고민을 들으신 부장님께서는
"~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 ~를 해야 한다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새치기가 없어야 한다, 다툼이 없어야 한다가 아니라
양보를 해야한다. 인사를 해야 한다로요."
하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고민이 한 방에 해결됩니다.
부장님의 조언에 따라 다시 워크숍 진행방식을 정리했습니다.
워크숍 진행방식 : 마음 열기를 진행한 후 워크숍을 진행.
질문지의 빈칸에 들어갈 내용을 어르신들이 각자 붙임쪽지(포스트잇)에 작성
붙임쪽지에 작성한 것을 한 책상에 앉아있는 조원과 나누기.
조원과 다 나누었으면 각 조의 촉진자가 앞에 나와 다른 조원과 조에서 나온 이야기 나누기.
진행자가 각 조에서 나온 이야기들 중 공통된 의견을 정리하여 다시 말씀드리기.
이때 직원은 워크숍 촉진자 역할로 참여 어르신들이 질문의 답을 잘 작성하실 수 있도록 촉진.
참여 어르신이 부정적인 언어를 말씀하시면 긍정적인 언어로 바꾸어주는 작업이 필요.
1. 마음열기(한 책상에 앉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게임으로.)
2. 워크숍 첫 번째 질문 : 식당이 장소였으면 좋겠다.
3. 워크숍 두 번째 질문 : 장소가 되기 위해 을 해야 한다.
4. 워크숍 세 번째 질문 : (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5. 워크숍 네 번째 질문 : 을(를)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수 어르신을 모시고 혼자 워크숍을 진행할 수는 없기에
직원들에게 함께 해주길 부탁했습니다.
워크숍 하루 전날 함께 해주시는 직원들과 모여 워크숍 진행방식과
워크숍 진행 시 어떻게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하는지 나누었습니다.
담당자인 제가 먼저 설명해 드린 후 좀 더 필요한 설명은 김은희 부장님께서 보태주셨습니다.
모두 흔쾌히 동참해주실 뿐만 아니라 많은 관심 가져주셨습니다. 진행방식을 들으며 궁금한 점, 우려되는 점, 조언 등을 나누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지만 무료급식사업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무료급식 사업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알기 어렵습니다. 구슬카페에 김세진 선생님께서 경로식당 담당자의 이야기를 적어놓은 글이 있었습니다. "복지관_경로식당 사업(김세진 선생님 글)"
http://m.cafe.daum.net/coolwelfare/RbOF/32?svc=cafeapp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아니기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조금이나마 담당자의 어려움을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워크숍 전 읽고 와주시길 부탁했습니다.
[어르신들의 지혜 함께 모아주세요!]
워크숍 당일이 되었습니다.
워크숍을 어르신들이 대접받는 분위기로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권대익 주임님의 조언에 따라 워크숍 장소를 꾸밉니다.
책상 위에 예쁜 무늬가 있는 천을 깔고 복지관의 소식지와 볼펜을 올려놓습니다.
떡과 병음료까지 보기 좋게 올려놓으니 대기업 회의장소 부럽지 않습니다.
식사 마치신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오십니다.
약 70명의 어르신이 오셨습니다.
미리 준비해놓은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많이 오셨습니다.
워크숍 시작 전 어르신들의 긴장과 기분을 풀어 드리기 위해 오락시간도 가졌습니다.
노래에 맞추어 양옆에 있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습니다.
조 구호도 만들어 외쳤습니다.
끝나고 나니 워크숍장 안에는 훈훈한 공기가 맴돕니다.
미리 준비한 질문을 드리기 전
식당은 누가 이용하는 곳인지,
그렇다면 식당은 누구의 것인지,
식당은 누가 만들어가야 하는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이전에 어르신들께 식당운영에 대한 의견을 여쭈면
'그냥 주는 대로 받아먹을게요.'
'나는 그런 거 잘 몰라. 그러니 예전처럼 알아서 해요.'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이 주관하는 식사가 되길 바라는 만큼
워크숍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내가 당연히 적극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시길 바랐습니다.
어르신들이 이용하시는 식당이기에 어르신들의 식당이며,
식당을 어르신들이 만들어가야 함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모인 것이며 남의 잘못을 따지기보다 즐거운 식당을 만들기 위해
서로 지켜야 할 점을 정하기 위해 모였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진행방식 설명해 드린 후 미리 준비한 질문 드렸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조원과 이야기 나눈 후
각 조의 촉진자가 앞에 나와 어떤 답변이 있었는지 발표하였습니다.
식당이 어떤 장소였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 각자 어떤 식당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붙임쪽지에 적어 내려갑니다.
'사랑이 넘치는 식당'
'즐거운 식당'
'웃음이 넘치는 식당'
'서로 먼저 인사하는 식당'
'우정을 나누는 식당'
'양보하는 식당'
어르신들도 담당자의 마음과 같았습니다.
그저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닌 서로 인사하고 우정을 나누며 사랑이 넘치는 식당이길 바라셨습니다.
다음으로 '즐겁고 서로 사랑하며 웃음이 넘치는 식당'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누었습니다.
워크숍장은 금세 시끌시끌해집니다.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르는 사람과도 합석하기.'
'모르는 사람에게도 내가 먼저 인사하기.'
'밝게 웃기.'
'너그러운 마음 가지기.'
'내가 먼저 양보하기.'
'서로 배려하기.'
'서로 감싸주고 이해하기.'
'사랑해, 반가워하고 인사 나누기.'
'잘 주무셨어요. 건강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서로 덕담 나누기.'
어떤 조에서는
"오늘 서로 얼굴 익혔으니 앞으로 만나면 서로 인사합시다."하며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걸기도 합니다.
각 조의 발표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합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마지막으로 '양보', '인사', '이해' 등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워크숍 준비를 하며 좋은 말들을 주고 받다가
마지막 질문 때문에 부정적인 말들이 오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지속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회피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마지막 질문을 강행했습니다.
떨렸습니다. 어떤 말들이 나올지 두렵기도 했습니다.
각 조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발표시간이 되었습니다.
"식당 이용을 일주일 정도 정지해야 한다."
"퇴출을 했으면 좋겠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께서는
"앞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마지막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워요.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 해결될 일입니다. 이런거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걱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른다움은 이런 거구나'하고 느낍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통해 어른다움을 배웁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부정적인 말들만 오가지 않을까?'하고 걱정했던 워크숍.
하고 나니 잘 했다 생각듭니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망설였던 저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습니다.
어르신들도 다음에 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십니다.
담당자의 마음 잘 알아간다 하십니다. 그동안 힘들었겠다며 등을 토닥여주시기도 하십니다.
이렇게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마음 알아가니
서로 불쾌한 일이 일어나기 전 한 번 더 서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워크숍을 통해 어르신이 식당의 주인임을 알아가시기를
어르신이 주관하는 식사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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