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해바라기님 떡국 떡 나눔 잔치 part.2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2. 2. 23. 08:50
[동네사람들] 해바라기님 떡국 떡 나눔 잔치 part.1
(글쓴이 : 강수민 사회복지사)
잔치 당일
잔칫날입니다.
원래는 해바라기님 집에서 떡을 소분하고 포장해서 나눌 생각이었으나
집에 자녀가 피아노 연습을 해야해서 방해될까 싶어 다른 곳에서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 복지관을 떠올렸습니다. 잔치 당일이 되니 팀장님께서 마곡9단지와
가까운 마곡장로교회에서 하는 것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급한 감이 없지 않지만 해바라기님께도 복지관보단 마곡장로교회가 가깝습니다.
당사자 주변에서 잔치 이루실 수 있도록 돕는다면 더 좋을 것 같아 목사님께 전화 드렸습니다.
박성천 목사님께서 흔쾌히 장소를 내어주셨습니다.
덕분에 해바라기 님 가까운 곳에서 잔치 이룰 수 있었습니다.
해바라기 님이 쇼핑백, 지퍼백, 비닐장갑 등을 챙겨 오셨습니다. 준비된 떡을 지퍼백에 담았습니다.
큰 손 해바라기 님 이십니다. 넉넉하게 나눠담습니다.
고향친구 4명은 각자 가구인 수에 맞게 나눠담았습니다.
옆집은 노부부가 삽니다. 아랫집은 몇 명이 사는지 잘 모릅니다. 3-4인분 정도 담기로 했습니다.
어느 집에 어떤 봉투를 줄지 헷갈리지 않게 표시도 해놨습니다.
“근데, 아랫집에 인사할 때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선생님 같이 가주면 안돼요? 같이 말해요.”
해바라기님이 같이 가주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지난번 대화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만남으로 또다시 괴롭힘이 있을까 염려되는 마음인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함께하는 것이 해바라기 님께 도움이 된다면 좋다고 함께 가겠다고 했습니다.
표정이 한결 가벼워지셨습니다.
“대신, 고향친구나 옆집은 제가 혼자 말할게요.”
“그러면, 편지 적어서 안에 넣어놔 주시는 건 어때요? 가서 말은 제가 할게요.
근데 그러면 저만 기억하실까봐요~
해바라기 님이 왜 주시는지 편지로라도 남겨주시면 이웃분이 읽고 이해하지 않을까요?”
아랫집 이웃에겐 편지 쓰기로 했습니다. 막상 마주하면 준비한 말을 다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편지도 남겼습니다. 진심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이제 인사하고 나누러 다닐 차례입니다. 해바라기 님과 같이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잠깐 짐을 두기 위함이었는데 마침 옆집 아주머님이 나오셨습니다.
해바라기 님이 떡을 들고 한걸음에 다가가셨습니다.
“어르신! 저 옆집 엄마예요. 제가 떡이 좀 생겼는데 생각나서 가져왔어요.
설이기도 하니까 가족이랑 떡국 끓여드시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유~ 뭘 이런걸 다 생각해주고 그랬어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아녜요, 저번에 먼저 인사해주시고 피아노도 뭐 물어봐도 된다고 먼저 말씀해주신게 고마워서요.”
“그랬어요~? 나도 다 고맙네”
“그때 피아니스트 관련으로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도 된다고 해주셨는데
혹시 괜찮으면 번호 여쭤봐도 될까요? 사실, 아는게 많이 없어서 힘들때도 있었거든요.”
“아~ 그럼요! 이 번호 내가 딸한테도 전해줄게요.”
서로 번호 교환하시며 새해 덕담도 나누셨습니다.
해바라기님 옆집에 좋은 이웃이 지내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사함과 기쁨이 느껴졌습니다.
당사자인 해바라기님은 얼마나 좋을까요?
다음은 아랫집입니다. 아랫집으로 향하는 길 해바라기 님이 살짝 긴장하신 듯 했습니다.
문 앞에 도착하자 ‘아기가 자고 있어요, 노크해주세요.’라고 적혀있었습니다. 노크했습니다.
5차례 정도 했는데 반응이 없었습니다. 안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해바라기 님이 뒤에서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며 돌아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집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한번 초인종을 큰 맘먹고 눌러보자 했습니다.
띵동 -
“누구세요?”
다행입니다!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소 냉대한 말투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윗집에서 왔어요!”
“네? 어디서요?”
냉대한 말투를 들은 해바라기 님이 놀라신 듯 했습니다. 서둘러 부연 설명했습니다.
해바라기 님이 복지관임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보호를 원하셨습니다.
“윗집에서 왔어요~ 저는 방화11복지관 사회복지사인데요, 복지관에서 이번에 떡국 떡을 만들었어요~
윗집사시는 분이 이 떡을 이웃분들하고 나누면서 인사하고 싶다고 하셔서 이렇게 와봤어요~”
“아, 아~ 정말요? 죄송해요. 교회에서 나온 줄 알고요. 나갈게요. 잠시만요!”
상황을 말씀드리니 목소리가 밝아지셨습니다. 교회에서 전도하러 온 사람인줄 알고 냉대하셨다고 합니다.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낯선 타인의 방문에 놀라셨지만 상황을 알곤 따스히 맞아주셨습니다.
문이 열리고 해바라기 님도 인사하셨습니다.
“제가 윗집 살아요. 인사하고 싶었는데 마침 복지관에서 준 떡도 있고 설맞아서 왔어요.”
“네~ 정말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어머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로 웃으며 인사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작은 오해가 걷어지니 훈훈한 인사가 오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엘리베이터에서 해바라기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아까 선생님 초인종 누를 때 도망가고 싶었어요. 떨려서요. 무섭기도 하고.
근데 또 목소리가 너무 날카로워서 진심으로 도망가고 싶었어요. 선생님 같이 가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인사했어요.”
떨림이 느껴졌다고 말씀드리며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해바라기 님은 늘 이웃에 죄인이었습니다.
혹여 피아노 소리가 들릴까봐, 불편함을 느낄까봐, 피아노 소리를 듣고 집에 쫓아 올라와서 괴롭힐까봐
늘 전전긍긍 하며 두려워하셨습니다. 어떤 사람들인지 알지 못할때는 두려움이 배가 됩니다.
이제 인사나누고 서로 알게되었으니, 차근히 관계를 쌓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랫집에도 좋은 이웃이 살고 계셨습니다. 알게 되어 반갑습니다. 고향친구 4명에게는 설 맞아 고향에
가지 못해도 맛있는 떡국 먹으라는 인사와 함께 나누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해바라기 님이 새로운 한발을 내딛으신 잔치였습니다. 소박하지만 전해지는 마음은 풍성합니다.
시작이 좋습니다. 해바라기 님을 응원합니다.
잔치 그 후…
잔치 다음날 해바라기 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떡 다 잘 나눴어요. 고향 사람들이 자기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다들 그러더라고요.
고향에도 못가는데 설에 잘 먹겠다고 인사하더라고요. 다 고맙다고 하니 기분 좋더라고요.”
“와- 정말 좋네요! 저라면 감동일 것 같아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니 싶어서 마음도 따뜻해질 거 같아요.”
“그죠, 선생님이 뭐 있을 때 저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해주셔서…저도 그렇죠. 제가 더 감사해요, 선생님”
서로 생각하고 챙겨주니 이 마음이 커져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됩니다.
해바라기 님의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참, 그리고 선생님. 옆집이랑 번호교환 했잖아요. 바로 그날 저녁에 옆집 아주머니 딸한테 연락 왔어요.
놀랐어요. 정말 궁금 한거나 그거 아니더라도 피아노 알고 싶은거 뭐든 물어봐도 좋다고
직접 연락해줬더라고요. 어찌나 감사한지.”
기쁜 소식입니다. 이 일화를 말씀하시면서도 기쁨이 느껴졌습니다.
이 기분이 가시기도 전에 해바라기 님이 서둘러서 다른 일화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랫집 아기 엄마 있잖아요. 그날 저녁에 집에 찾아왔더라고요.
제가 줬던 쇼핑백에 한과를 가득 담아서요. 그러고는 다시 사과하더라고요.
처음에 쌀쌀맞게 해서 미안하다고요. 놀랐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아랫집의 방문으로 문앞에 서서 잠깐 이야기 나누셨다고 합니다. 그간 궁금했던 질문 하셨습니다.
“피아노 소리 많이 나냐 그랬더니 페달 밟는건지 쿵쿵 거리는거 말곤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는 아기 엄마가 내 딸이 꿈을 위해서 피아노를 치는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니까, 어찌 어른이 아이가 꿈을 위해 연습하는데 소음 가지고 치라 치지 말라 하겠냐면서
연습 많이 하라고 말하더라고요.
아 너무 다행이고, 고맙고 그래도 우리도 밤늦은 시간이나 그럴 때는 안 하겠다고 했죠.”
이야기를 듣는 내내 닭살이 돋았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보다 더 기분이 좋으신 듯한 해바라기님입니다.
“정말 놀라워요. 너무 감사한 분이시네요. 아이 꿈을 지켜주시기도 하고..
부러워요 해바라기님, 좋은 이웃이 옆집, 아랫집으로 있네요.”
“네, 다행이에요. 맨날 피아노 소리 들릴까 신경쓰고 걱정하느라 불안하고 불안하니까
밤에도 걱정되서 잠도 안오고 그랬는데 이제 한시름 놔요.”
지난날, 이웃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고 알기에도 두렵던 때 여러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셨다고 합니다.
이제 한시름 놓았다는 말씀이 참 듣기좋았습니다. 해바라기님이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이번 한 번으로 모든게 다 해결되진 않겠죠.
근데 이렇게 얼굴 알아놓고 한번 대화 좀 했다고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앞으로 예전처럼 밤새 걱정하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잘 지내봐야죠.”
지금 삶터에서 좋은 이웃과 웃으며 인사하고 잘 지낼 수 있도록 잘 지내보시겠노라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시간 위로 이웃과 좋은 여러 가지 추억이 쌓이길 바랍니다. 해바라기 님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직접 잔치 준비해보시니 어떠세요? 뿌듯했어요. 다들 고맙다고 인사해주고, 또 아랫집은 다시 인사도 와주고 참 좋았어요. 게다가 아랫집 사람도 알게 되었잖아요. 안 했으면 몰랐을거예요. 또 계속 밤새 걱정하고 그랬겠죠, 이번 한 번으로 다 나아지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인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우리 동네에서 이렇게 꾸준히 이웃과 나누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글쎄요, 저처럼 혼자 걱정하고 그런 시간이 줄지 않을까요? 진작 용기 낼걸 그랬어요. 근데 저처럼 누가 같이 해주지 않으면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긴 해요. 선생님 덕분에 인사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또 이웃한테 나누고 싶어도 뭘 나눠야 할지나 나눌 만한게 없어서 못 그랬는데 이렇게 기회를 주시니까 좋죠. 아랫집 이웃을 새로 알게 되셨는데, 뭔가 달라진게 있으세요? 완전히 새롭게 달라지진 않죠, 그냥 아랫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 우리 딸 피아노 연습을 응원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달라진거죠. 몰랐으면 예전 이웃 생각하면서 무서웠을 거예요. 밤새 잠 설치고… 다음에도 넉넉해서 뭔가 날 수 있는게 있으면 또 인사하러 가보려고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땐 딸이랑 같이 가야겠어요. |
해바라기님의 떡국 떡 나눔 잔치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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