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1104동 정춘자 님 김장잔치 이야기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1. 12. 31. 09:55
(글쓴이 : 박성빈 사회복지사)
참여자 모집
이번 김장잔치는 4동의 한 층 전체와 함께하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많이 만나는 분이 사는 A층에서 하려고 합니다.
권민지 팀장님이 소식을 듣고 잘 알고 있는 정춘자 님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정춘자 님~ 이번에 저희가 4동에서 하는 김장잔치를 계획하고 있어요~ 혹시 함께해주실 수 있으세요?
“몸이 좋지 않아서 김치까지는 어려워요.”
“그럼 고구마랑 귤 사서 나누는 정도는 어떠세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본래 김장잔치로 기획했지만, 체력적인 한계로 김장을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잔치의 목적은 김치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김치 대신 고구마와 귤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함께 해주신다고 한 정춘자 어르신께 감사합니다.
준비 회의
4동 A층에서 정춘자 님과 함께 잔치하기로 했습니다.
날짜를 잡고 집에 방문하니 정춘자 님뿐만 아니라 서진순 님도 함께 계셨습니다.
서진순 님은 정춘자 님과 친한 친구입니다.
같은 층에서 서로 의지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신다고 합니다.
정춘자 님이 이번 잔치 같이하려고 연락하셨습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것은 어렵지만, 찌는 것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정춘자 님께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이웃을 한 분 더 알았습니다.
“누구와 나누고 싶으세요?”
“우리야 여기 사람들 다 주고 싶지.”
“이 층 분들 잘 아세요?”
“아 여기 층은 다 알지~”
정춘자 님에게 누구와 나누고 싶으신지 여쭤봤습니다.
가능하다면 같은 층 모든 이웃에게 나누고 싶으시다고 합니다.
한 층에 20호까지 있으니 모두에게 나누려면 고구마를 삶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도 먼저 이웃 모두에게 나누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오전에 만나서 고구마 삶고 나눠요.”
“그럼 외출해서 안 계시는 집은 어떻게 할까요?”
“오전에 집에 없으면 우리가 저녁에 전달할게요.”
“고구마는 얼마나 필요할까요?”
“너무 조금만 줘도 안주느니만 못하니까 적당히 먹으려면 10킬로 정도면 될 것 같아요.”
정춘자 님, 서진순 님과 함께 층 전체에 나누기로 하고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댁에 안 계시는 집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 전달해주시겠다고 합니다.
두 좋은 이웃을 만난 덕에 잔치가 무척 풍성합니다.
이번 잔치가 기대됩니다.
재료 구입제안
고구마와 귤을 사러 가야 합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계획한 잔치이니 함께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시장에 가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서진순 어르신~ 고구마를 사야 하는데 층 전체에 나누려면 몇 킬로 정도가 필요할지 감이 안 와서요~ 혹시 고구마 살 때 같이 가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요. 한 10킬로 정도 사면 될 것 같아요. 언제 갈 건데요?”
먼저 정춘자 님께 부탁드렸지만, 다리가 좋지 않아 어렵겠다고 하셨습니다.
정춘자 님은 어려우니 서진순 님께도 한번 부탁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춘자 님께 서진순 님의 연락처를 받아 연락했습니다.
서진순 님께서 흔쾌히 함께 가주시기로 했습니다.
잔치 계획부터 준비, 실행까지 모두 온전히 어르신들이 합니다.
잔칫날
오전 9시, 시장을 가기 위해 서진순 님과 만났습니다.
평소 다니는 가게가 세 곳 있으시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한 곳을 소개받아 함께 다녀왔습니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동네이니 시장을 잘 알고 계십니다.
담당자는 잘 모르는 것도 어르신과 함께하니 일사천리입니다.
어르신과 함께 고구마를 사 온 후 잔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잔치를 준비하는데 한 분이 더 들어옵니다.
같은 층에 사는 김은주 님입니다.
정춘자 님이 혼자 하시기에 1호에서 20호까지는 너무 많아 힘들 것 같아서 함께 나눌 주민으로 초대하셨다고 합니다.
1호부터 13호까지, 김은주 님이 맡아주기로 하셨습니다.
고구마를 찔 수 있지만 나누긴 어려운 서진순님과 고구마 찌긴 어렵지만 나눌 수 있는 김은주 님이 모여 팀을 이뤄 정춘자 님을 돕습니다.
이웃 간의 정이 나눔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나타납니다.
“정춘자 님. 고구마 드릴 때 어르신이 직접 적은 엽서를 함께 드리면 받는 분들이 정춘자 님에게 더 감사할 것 같아요. 혹시 간단하게 엽서 적어서 같이 드려보는 건 어떠세요?”
고구마를 찌는 동안 고구마와 함께 건넬 엽서를 적으면 어떨까 여쭤봤습니다.
정춘자 님에게 제안할 생각으로 미리 엽서를 챙겨왔었습니다.
장문의 편지가 아니더라도 짧게나마 마음을 함께 전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요. 혹시 쓸만한 종이 있어요?”
정춘자 님께서도 좋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1호부터 20호까지 모두 쓰기는 힘드실 것 같습니다.
아직 인사만 하고 지내거나 직접 전해주기 어려운 집에만 쓰셔도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원래 잘 지내던 이웃들이 오늘 잔치를 계기로 마음을 담은 편지와 고구마를 받고 더 가까워질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 개씩 담아야 할까요?”
“혼자 살면 두세 개면 되지. 가족들이 좀 더 있는 집은 몇 개 더 주고. 저기 a호랑 b호는 가족이 있으니까 좀 더 싸줘요.”
“와 몇 호에 몇 명이 사는지 다 알고 계세요?”
“어느 정도는 알죠~!”
고구마를 다 찌고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기로 했습니다.
몇 개씩 담을지 여쭤보니 집마다 가족이 몇 명인지 알고 있으니
사람이 많은 집을 더 챙겨주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담당자가 알기 어렵고 부족한 부분을 어르신들이 먼저 나서서 챙겨주셨습니다.
“정춘자 어르신이랑 서진순 어르신이 아침부터 시장가서 고구마 사시고 쪄서 가지고 온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아유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정춘자 어르신과 함께 고구마를 전달하러 다니면서 정춘자 어르신이 직접 찌고 준비한 고구마임을 말씀드렸습니다.
주변 이웃들은 정춘자 님께 고맙다며 잘 먹겠다고 인사해주셨습니다.
“오늘 여기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아 마침 왔네. 잠깐 있어봐요. 이거 가지고 가요.”
잔치하며 고구마를 나누고 있는데 옆옆집 아저씨가 좋은 일 있냐며 문 앞에서 물어봅니다.
시끌시끌하니 궁금하셨나 봅니다.
아직 고구마를 전달하지 못한 분이니 그 자리에서 바로 전달해드렸습니다.
아저씨가 고맙다며 웃습니다.
오늘 하루 1104동에서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웃으며 지내는 오늘 하루가 계속 생각날 것 같습니다.
감사인사
정춘자 님, 서진순 님, 김은주 님 덕분에 즐겁게 잔치를 마쳤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잔칫날 사진과 감사편지를 선물로 들고 찾아갔습니다.
약소한 선물이지만 이웃 간의 정을 나눈 날을 추억하고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선물을 전해드리고 어떤 마음으로 잔치 함께하셨는지 들었습니다.
Q. 사회복지사가 잔치 제안했을 때 어떠셨어요? A. “우리야 고맙죠. 평소에도 잘 챙겨주는데 이렇게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Q. 이렇게 직접 준비해서 잔치 해보니 어떠셨어요? A. “이런 거 있으면 좋죠. 이웃들 항상 챙겨주고 싶었는데 이런게 있어서 좋았어요.” Q. 잔치 후에 달라지거나 새롭게 알게 된 이웃이 있나요? A. “우리 층은 원래 다들 인사는 하고 지냈었어요. 그래서 뭔가 달라지거나 새로 알진 않았는데 이렇게 나누니까 즐거워요.” Q. “앞으로 계속 이렇게 잔치하면 동네가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A. “우리 층은 원래도 잘 지내서 이렇게 나누면 계속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우리 층만이 아니라 동네 전체에서 하게 되면 이웃들이 인사하고 잘지낼 것 같아요.” Q. “다음에 또 이렇게 제안하면 함께 하실 마음이 있으신가요?” A. “그럼요~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같이 할 수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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