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혜 님 떡볶이 잔치 준비 | 오전 10시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1. 5. 26. 15:38
(글쓴이:정한별사회복지사)
이번 잔치는 누구와 할까요?
지혜 님께 제안해보는 상상을 합니다.
지혜 님은 이 동네에서 청년이 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알고 지내는 이웃들이 꽤 많습니다.
성당도 다니고 있어서 동네에 성당 다니는 분들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아는 이웃이 많은 지혜 님도 요새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 되면서
사귀고 지내는 범위가 좁아졌습니다.
약속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리워질 겁니다.
지혜 님과 저는 마침 개별지원사업으로도 만납니다.
근래에는 실업급여 신청하는 것을 복지관에서 같이 하면서 자주 만났습니다.
동네사람들 사업도 같이 해보자고 묻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언젠가 꼭 재미있는 사회사업 제안해보고 싶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지혜 님입니다.
지혜 님과 담당자 간의 신뢰하는 관계도 쌓았습니다. 때를 기다렸습니다.
당사자가 주인이 되어 기획하고 진행하는 동네사람들 사업의 취지를 잘 설명드려야겠다 결심하며,
또 동시에 마음 먹으면 바로 해내시는 지혜 님의 일정을 고려하며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지혜 님 5월이 가정의 달이잖아요.
예전에는 복지관에서 어버이날이 되면 잔치도 크게 하고 그랬대요.
요새는 예전처럼 크게 못하고 작게 하고 있어요.
코로나도 있고, 또 작게 하는 게 더 재밌고 의미 있더라고요.
올해 5월에는 누구랑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지혜 님이 떠올랐어요.”
“잔치요? 어떻게 하는거에요?”
“아주 소박하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음식을 직접 하거나 배워서
주변 사람들하고 같이 나눠서 먹는 거에요.”
“주변 사람들 누가 있을까요?”
“지혜 님이 살고 있는 같은 동에 이웃들도 있죠.”
“그런데요, 집에서 하긴 어려울 거에요. 엄마가 부엌에서 조리하는 걸 좋아하시지 않거든요.
그리고 저는 같은 동 사람들이랑은 음식 나눌 정도로는 잘 몰라요. 저는 어려울 것 같아요.”
긴장이 되었습니다.
거절에 익숙하지만, 얼마든지 당사자의 상황에서 거절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어도
이번만큼은 거절을 거절하고 싶었습니다.
지혜 님과 같이 하고 싶어서 기다린 시간을 떠올립니다.
앞으로 지혜 님과 더 해보고 싶은 것들도 생각합니다.
작은 성취가 될 5월 동네 사람들을 지혜 님과 꼭 이루고 싶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아요.
지혜 님이 잘 알고 지내는 정가든 식구들도 있잖아요.
요리도 어렵지 않아요. 거창한 게 아니라 작은 초콜릿 만들 수 있고요.
다른 사람들은 밥솥에 재료 넣고 카스테라 만들어서 나누었대요.”
“초콜릿을 만들어요? 어떻게 만들어요? 같이 만들면 재미있겠어요.
그런데 장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는 집에서는 안돼요.”
“복지관 3층에 공유부엌 보셨죠? 그 곳도 가능하니 공유부엌에서 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부엌은 불도 쓸 수 있으니 꼭 초콜릿 아니더라도 해볼 수 있는 게 많을 거에요.
요리 잘 하시는 분께 배워서 나눌 수도 있고요.”
지혜 님께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생각이 앞지르는 표정을 보았습니다.
벌써 머릿속에 그리는 모습이 있는 듯합니다.
“그럼 채송화 님께 메밀비빔국수 배우고 싶어요.
예전에 채송화 님이 한번 해주셨는데 저는 그 맛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거든요.
정말 맛있었어요. 그걸 배워서 만들어주면 정가든 식구들 모두 반가워할 것 같아요.”
“그런데 채송화 님이 해주실까요? 채송화 님이 주변 사람들이랑 같이 하는 걸 조심스러워하시거든요.
그래도 제가 물어봐야겠어요. 선생님, 아니면 채송화 님께 요리법만 받아서 우리끼리 만들어볼래요?”
서로 만나는 게 귀한 시절에 적극적으로 만남을 추진해봅니다.
“지혜 님, 저는 요리법만 보고 따라할 자신이 없어요.
인터넷에 올라온 것만 보고 한다고 해도 이상하게 그 맛이 안나더라고요.
선생님이 계시면 바로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아요.”
“맞아요. 다르긴 하겠어요. 글로 배워서 하는 것과 직접 배우는 것은 다르죠.”
“그리고 또 이런 기회를 구실로 채송화 님도 만나보고 직접 배우고, 웃고, 같이 먹어보고 하는 거에요.
더 재미있겠어요.”
“맞아요. 선생님 그럼 제가 채송화 님께 전화해서 시간 맞춰 볼게요. 시간 다 되시죠?”
지혜 님 마음 속 깊은 곳에 나누고 싶은 바람이 있었나봅니다.
그것을 건드린 것일까요? 제안을 했을 뿐인데 마침 잘 되었다는 듯이 지혜 님 계획을 세웁니다.
하게 하는 사람으로서의 사회사업가 역할을 다시 되새깁니다.
이웃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니 그 마음 이끌어내는 데 더 신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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