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노래하는 방화마을 합창단 송년잔치 이야기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8. 2. 28. 15:03
삶을 노래하는 방화마을 합창단 송년잔치 이야기
출근 열흘 만에 준비하는 연말 행사
새로운 기관에 출근한지 열흘 정도 지났습니다.
여러 사업 중에 ‘방화마을 합창단’이라는 주민모임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방화마을 합창단은 10여명의 주민이 매주 화요일 오전에 모여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이웃을 만나는 모임입니다. 지휘자는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는 정소영 선생님께서 맡아주시기로 하셨습니다. 김상진 관장님께서 교회에서 만난 분으로 합창단 활동을 제안하고 소개해주신 덕분에 우리복지관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년초부터 합창단 모임을 준비하였고 반주자와 단원들을 모집해서 6월부터 첫 연습을 시작한 모임입니다.
연말을 맞아 합창단 송년잔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전임자와 주민들이 의논해서 결정된 일이었습니다. 원래 합창단 발표회로 하려 했으나 아직 연습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발표회는 내년에 하고 송년잔치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노래는 한 곡 정도 부르고 둘레 사람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으로 인수인계를 받았습니다.
첫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주민모임 한 해 활동을 마무리하는 송년잔치를 기획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부담되고 어려웠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준비해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송년잔치 궁리하기
송년잔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할지 궁리했습니다.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 공생성이라는 사회사업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지 생각했습니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듭니다.’라는 복지관 미션도 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행사를 이루어 갈지 궁리하고 상상했습니다.
먼저 송년잔치 준비와 진행을 합창단 단원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합니다. 행사 일정과 내용도 함께 정합니다. 장을 보고 행사장 꾸미는 일도 함께 합니다. 행사 진행도 되도록 합창단 단원이 하도록 높습니다.
복지관과 사회사업가가 진행할 수도 있지만 주민의 삶이니 주민이 이루어 가도록 거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직원이니 주민들에게 함께 준비하자고 부탁할 수 있는 좋은 구실도 있습니다.
송년잔치에 가족·이웃·친구를 초대합니다. 송년잔치에서 멋있는 공연을 근사하게 펼치면 둘레사람이 축하해줍니다. 행사가 끝나면 가족과 집에서, 친구와 근처 카페에서 담소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한파가 몰려오는 추운 겨울이지만 좋은 관계가 있으니 그 날 밤은 참으로 따뜻할 겁니다.
사회사업가의 관심은 ‘관계’에 있습니다. 합창단이 얼마나 공연을 프로 가수들처럼 잘하는지 보다 관계가 더욱 풍성해지고 생동하는 일에 더 관심을 둡니다.
다시 정리하면 송년잔치가 합창단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행사가 되면 좋겠고 이로써 둘레 사람과 좋은 관계로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1차 준비회의
12월 7일(목) 저녁 7시에 송년잔치를 한다는 것만 정해져 있었습니다. 준비를 어떻게 할지,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혼자 계획하고 준비하기보다 합창단 단원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기로 생각했습니다. 연습을 조금 일찍 끝나고 함께 송년잔치 준비회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 한 명 한 명 만나서 어떻게 진행할지 여쭙고 궁리할 수 있었을 텐데 당장 다음 주가 송년잔치라 빠르게 기획해야 했습니다. 제가 함께 이야기 나눠야 할 주제와 내용을 정리해서 회의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시간, 장소, 중점적으로 함께 준비할 분, 예상 인원, 일정, 음식준비, 테이블 세팅 방식, 예산, 역할 분장 등 논의해야 할 일과 제가 생각하는 초안을 바탕으로 이야기 나눴습니다.
“다음 주가 당장 우리 송년잔치에요. 결정해야 할 일이 많은데 제가 복지관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일이 많아요.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도와주세요.”
회의 자료에 적힌 순서대로 하나하나 여쭈었습니다. 구체적인 자료가 있으니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셨습니다. 제가 생각한 초안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보태지니 금방 전체적인 그림이 나왔습니다.
“피자나 탕수육 같은 배달 음식은 별로에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김밥이랑 날씨가 추우니 어묵탕 하면 좋겠어요. 제가 어묵탕을 준비할게요.”
“어묵탕은 수협 마트에 가야 싸요. 직접 꼬치를 끼우면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거기는 모두 만들어진 것도 저렴하게 팔아요.”
“공연은 합창단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끝나면 그 때 하면 좋겠어요.”
장을 보고, 행사장을 준비하는 일도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이 동네를 잘 모르고 좋은 음식 재료 고르는 것도 못하니 함께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담당자인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정도 있었습니다. 회원 한 명 한 명이 앞에서 한 해 활동 하시면서 어떠셨는지 배움·소망·감사의 내용을 담아 발표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대표로 한 두 명만 발표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인원이 많지 않고 모두가 참여하는 잔치니 짧게라도 모두가 발표하면 좋겠다고 다시 부탁드렸습니다. 즉석에서 말하면 긴장이 되고 어려울 수도 있으니 미리 글로 써오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주민들도 이해하고 그렇게 준비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오늘 나온 1차 회의를 정리해서 다음 주에 2차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2차 준비회의
행사 이틀 전입니다. 이 날 역시 연습을 일찍 끝내고 2차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서 다시 회의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내용을 살펴보며 다시 조정해야 할 일을 점검했습니다. 준비해야 하는 일도 살피고 역할 분장을 했습니다.
“합창단을 소개하고 진행하는 사회자는 누가 하면 좋을까요? 저는 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게 많아 맡기 어려워요.”
연세가 있으신 왕언니가 진행할지, 젊은 사람이 사회를 볼지 논의하다가 지휘자 선생님께서 사회를 보시기로 했습니다.
“음식을 사러 가야 하는데 어디서 사야 하나요? 근처 저렴한 마트나 시장을 제가 잘 몰라요. 함께 가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민들과 함께 장을 보기로 했습니다. 오전 오후 각각 시간이 되는 일정에 따라 두 팀으로 나누었습니다. 오전에는 김연옥 님과 김정순 님이 수협마트에서 어묵탕과 여러 음식을 사기로 했습니다. 오후에는 홍경애 님과 신경숙 님이 김밥과 닭강정을 사기로 했습니다.
미리 주민들과 전화로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지휘자님께 감사 선물을 드려야 하는데 복지관 예산도 있지만 회원들이 조금씩 돈을 보태어 선물을 사면 어떨지 제안했습니다. 작은 금액이라 부담도 없고, 지휘자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니 그렇게 하시기로 했습니다. 선물을 무엇으로 살지, 어디서 사야 할지도 여쭈었습니다.
이렇게 행사 준비를 마쳤습니다. 두 번의 준비회의에서 기획부터 역할분장까지 모두 논의했습니다.
함께 장보기
드디어 행사 당일입니다. 주민들의 행사이니 주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준비합니다. 시장을 함께 보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서로 친해질 수도 있습니다. 매 주 화요일 반 년 동안 합창단 연습을 해오셨는데 아직 서로 이름도 정확히 잘 모르셨습니다. 함께 준비하는 시간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실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오전에 장을 보기로 한 김연옥 님과 김정순 님과 수협마트에 갔습니다. 동네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오신 주부이시니 어묵은 근처 대형마트보다 수협마트가 더 싸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다. 장을 보기 전에 김연옥 님께서 어묵꼬치를 사주셨습니다. 맛있다고 순식간에 다 먹으니 장을 보고 나서는 김정순 님께서 어묵꼬치 또 하나 사주셨습니다. 이렇게 먹는 것이 장볼 때의 재미입니다.
전체 사용 가능한 예산만 미리 알려드리니 사야할 목록과 예상금액을 모두 적어오셨습니다. 저는 카트를 끌고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습니다. 마지막에 카드만 내밀고 결제만 했습니다.
지휘자 님께 드릴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갔습니다. 스카프와 장갑을 사기로 해서 매장을 찾아갔습니다. 저는 뒤에서 사진만 찍었고 두 분이 백화점 직원과 한참 이야기 나누며 예쁜 선물을 골랐습니다.
장을 모두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김연옥 님과 김정순 님이 함께 점심을 먹자고 제안해주셨으나 아쉽게도 복지관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오후에는 홍경애 님과 함께 장을 보기로 했습니다. 원래 오시기로 했던 신경숙 님은 병원에 급하게 가야해서 못 오신다고 연락 오셨습니다. 복지관 근처에 있는 방신시장에 갔습니다. 김밥과 닭강정을 사기로 했고 어느 가게에서 사야 할지 이미 모두 파악해놓으셨습니다. 저는 결제만 하고 짐만 들었습니다. 시장을 오가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습니다. 화요일에는 노래 연습하느냐 많이 이야기 나누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이야기 나누며 가까워졌습니다.
행사장 세팅하기
복지관 행사장 세팅을 해야 합니다. 같은 팀 동료들은 모두 여러 일정으로 사무실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에게 조금씩 일찍 와서 준비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김연옥 님은 전 날 집에서 2시간 넘게 끓인 어묵탕 육수를 가져오셨습니다. 김희선 님은 이제 곧 20살이 되는 첫째 딸을 데려왔습니다. 풍선아트 자격증이 있어 풍선을 불고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이런 저런 준비물을 가지러 사무실을 오가다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모두 세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홍해명 님, 신경숙 님이 일찍 오셔서 준비해주셨습니다. 저는 노트북과 빔프로젝트만 설치했을 뿐 주민들이 행사장 준비를 모두 하셨습니다.
정소영 지휘자 님은 A4 용지에 ‘2017 방화마을 합창단 삶을 노래하다’라는 글씨를 출력해오셨습니다. 무대 앞과 옆에 붙이니 행사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습니다.
우리는 방화마을 합창단입니다
약속한 시간이 되니 회원들이 초대한 가족·친구·이웃이 한 명 한 명 오시기 시작했습니다. 준비한 식사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30여명 정도 오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오셨습니다. 부모님, 남편, 아들, 딸, 사위, 친구, 이웃을 초대했습니다. 증조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4대가 온 가정도 있었고, 예비 사위까지 온 가정도 있었습니다. 서로 반갑게 맞이하고 인사했습니다. 사람이 모이니 잔치 분위기가 납니다.
정소영 지휘자님의 사회로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방화마을 합창단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한 해 동안 어떻게 활동했는지 소개해주셨습니다. 김상진 관장님께서 인사말씀 해주셨습니다. 지휘자 선생님과 합창단 회원들, 찾아온 둘레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복지관이 내년에 어떻게 일할지 소개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앉아 있는 합창단 단원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였습니다. 서로 담소 나누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동영상 만들기
행사를 준비하며 둘레 사람에게 합창단이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 소개해 줄 수 있는 동영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소 동영상에 관심이 있어 복지영상 이성종 선생님께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행사를 위한 영상 제작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나고 감동이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차 회의 때 핸드폰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회원 한 명 한 명 합창단이 자신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휘자 님의 이야기도 인터뷰 했습니다. 열심히 연습하는 장면도 찍었습니다.
“삶의 풍성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부르는 이 노래는 뜨거워요. 듣는 사람이. 참 따뜻하고 뭉클하거든요. 우리는 이 메세지를 전달하면 되는 거예요. 우리 삶이 살아온 과정도 사랑으로 남은 과정도 사랑으로. 아셨죠? 파이팅!”
연습을 하며 지휘자 님이 회원에게 한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합창단이 자랑할 수 있는 건 화려한 기교와 실력을 뽐내는 노래가 아니라 따뜻하고 뭉클한 노래였습니다.
“우리 합창단을 삶을 노래하는 팀이에요. 우리 송년잔치 이름을 ‘방화마을 합창단, 삶을 노래하다.’로 하면 어때요?”
삶을 노래하다. 저의 제안에 회원들 모두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행사 전 날 열심히 편집했습니다. 송년잔치에 온 둘레 사람들에게 합창단을 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삶을 노래하는 합창단의 따뜻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편집 내내 즐거웠습니다.
행사 당일 동영상을 상영했습니다. 강당의 큰 화면에 회원들의 모습이 나오니 모두 집중하셔서 보셨습니다. 영상을 통해 곧 있을 공연에서 합창단원의 마음과 과정까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삶을 노래하는 합창단, 삶을 응원하는 가족
드디어 송년잔치의 하이라이트, 합창단 공연입니다. 멋지게 등장해서 차분히 인사했습니다. 아름다운 피아노 반주 선율이 흐릅니다. 그 선율 위에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집니다. 삶을 노래하는 따뜻한 목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 한 명 한 명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큰언니 안정효 님이 미리 써 온 글을 읽으셨습니다.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되고 걱정도 많이 했지만 김국현 선생님, 지휘자 선생님 덕분에 재미있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일주일 중에 합창 시간이 제일 기다려지네요.”
A4용지가 파르르 떨렸습니다. 울먹이며 소감을 이야기 하시니 강당이 숙연해졌습니다. 따뜻함이 넘쳤습니다. 발표가 끝나면 합창 단원과 둘레 사람이 꽃 한송이를 전하며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김상진 관장님께서도 회원 한 명 한 명 안아주시며 응원해주셨습니다.
“합창단은 혼자서 하지 않고 여럿이 함께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노래가 좋아서 하게 되었는데 단원들과 함께하니 너무 즐거워요. 오늘 이 자리에서 또 며느리, 친정엄마, 손자까지 와서 축하해주니 더욱 기뻐요.”
홍경애 님이 발표가 끝나자 며느리가 무대에 올라와 꼬옥 안아주셨습니다.
“여기 오니까 내 마음이 점점 더 따뜻해진다고 할까? 합창단에서 많은 언니와 선생님과 함께 하니 너무 행복해요. 2017는 합창단 덕분에 우리 가족도 화목하고 행복해요. 오늘 신랑과 딸까지 와서 축하해주니 더없는 감격스러운 밤이에요.”
김연옥 님의 발표가 끝나자 남편이 무릎을 살짝 굽히며 꽃 한송이를 전하고 안아주셨습니다.
김희선 님은 부끄러움이 많으셔서 대신 딸이 나와서 마음을 전했습니다.
“오늘 앞에 나와서 합창단 공연을 해주셨는데 저는 엄마가 노래 부르는 걸 처음 봤어요. 뜻 깊은 것 같아요. 제가 19살인데 20살 되기 전에 엄마에게 선물받은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이런 선물이라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감동이 넘쳤습니다. 따뜻합니다. 행사 준비하느냐 고단했던 피곤함이 싹 가셨습니다. 가족과 이웃과 함께 안아주고 응원하는 모습이 감사했습니다.
지휘자 선생님의 멋진 축하연주
회원들의 발표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지휘자 선생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무런 보수 없이 합창단 활동을 이어온 선생님에게 회원들이 준비한 감사의 선물을 전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지휘자 선생님과 동료 한 분의 축하연주가 이어졌습니다. 두 명이 함께 피아노를 치는 특별한 공연입니다. 조용한 강당에 아름다운 연주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아주 멋진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넋을 잃고 연주에 빠져들었습니다.
무대에서 다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지휘자 선생님의 아들이 멋진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정겨웠습니다.
행사장 마무리도 회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복지관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설거지와 바닥청소까지 완벽하게 하셨습니다.
전임자 김국현 선생님
방화마을 합창단의 전임자는 김국현 선생님입니다. 복지관 부설기관인 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시게 되면서 제가 이 모임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방화마을 합창단 인수인계를 받을 때 눈물을 글썽이는 김국현 선생님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만큼 정성과 애정으로 이어왔던 모임을 놓게 되니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저 역시 이직하면서 주민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겪었기에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인수인계 할 때도 송년잔치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꼭 초대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송년잔치를 준비하면서도 회원들도 김국현 선생님이 오시는지 여러 번 확인하고 물으셨습니다. 6개월 동안 얼마나 정성껏 만나 오셨는지 느껴졌습니다.
송년잔치가 풍성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도 이전까지 송년잔치를 준비하고 기획해온 김국현 선생님 덕분입니다. 전임자의 애정이 담긴 모임이니 저도 더 정성껏 열심히 모임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국현 선생님은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행사와 겹쳐 방화마을 합창단 송년잔치는 끝까지 계시지 못하고 한 시간 정도 함께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소감도 나누셨고, 회원 한 명 한 명 따로 찾아가 인사를 드리셨습니다. 사업을 마무리하고도 이렇게 주민을 기억하고 찾아오시는 모습이 감사했습니다.
그 날 밤, 김국현 선생님께 감사 문자를 주고 받았습니다. 따뜻한 송년잔치를 준비한 것에 감사, 좋은 모임을 그동안 이끌어 오신 것에 감사를 서로에게 표현했습니다.
행복이 전염되다
송년잔치가 끝나고 다음 날, 김연옥 님께 전화로 감사인사를 드렸습니다.
“김연옥 님, 함께 장도 보고 행사도 준비하고 마무리까지 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행사가 풍성했어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요. 송년잔치 덕분에 두 딸과 첫째 사위, 둘째 예비 사위까지 모였어요. 꽃다발도 받았는걸요. 그 날 온 가족이 모여서 가족잔치 했어요. 집에 돌아가서도 밤늦도록 이야기 나눴어요. 행복했어요. 고맙습니다.”
행복하시다는 김연옥 님의 말씀이 고마웠습니다.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든다는 복지관 미션을 생각했습니다.
행복. 행복은 물질적인 것에서 오기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좋은 관계에서 오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행복하시다는 주민의 말에 저의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역시 행복은 전염되는 건가 봅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납니다
한 주가 지나고 화요일 오전이 되었습니다. 송년잔치에 참여한 회원 분들과 둘러 앉아 송년잔치가 어떠했는지, 초대한 가족·친구·이웃이 어떻게 느끼셨는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한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를 나누니 하하호호 웃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정소영 지휘자 선생님께서 함께 일하고 계시고 축하연주를 해주셨던 송민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환경과 실력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이 날 만큼은 사람을 볼 수 있고 삶을 노래하는 것을 보셨다고 하셨어요. 공간이 소박해도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하셨어요.”
사람 냄새. 사회사업가에게 최고의 칭찬입니다.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화려한 기교와 실력을 뽐내는 송년잔치가 아니라 둘레사람과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잘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김연옥 님도 소감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송년잔치에서 노래를 부를 때 내가 감동 먹었어요. 여기 있는 언니들과 함께 노래한다는 자체가 감격스러웠어요. 눈물이 나서 목소리가 잘 안나올까봐 참으면서 노래했어요. 함께 노래하는 우리 단원들은 이제 식구에요. 식구. 고맙습니다.”
행사 당일에 찍었던 영상을 함께 봤습니다. 노래 불렀던 모습, 소감 나누었던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추억에 잠겼습니다. 가족을 초대하지 못한 회원은 내년에는 꼭 모든 가족을 초대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송년잔치로 한 해 합창단 활동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이웃들과 아름다운 노래, 삶을 노래하는 노래로 가슴 따뜻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1. 바쁜 일정 속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송년잔치에 참여해주시고, 회원 분들 소감발표가 끝날 때마다 꼬옥 안아주셨던 김상진 관장님, 고맙습니다.
2. 다음 날 큰 행사가 있었음에도 송년잔치에 참여해주시고, 영상 찍어주시고, 뒷정리까지 함께 해주신 김수재 선임 과장님께 고맙습니다.
3.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이 많았는데 신입직원이라 어디에 물건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빔프로젝트와 노트북 설치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그 때마다 웃으며 친절하게 물건 찾아주시고, 세팅 해주셨던 정우랑 팀장님, 고맙습니다.
4. 행사 준비하는데 도울 일이 없는지 물어봐주시고, 종이 현수막 붙여주시며 도와주신 손혜진 주임님, 고맙습니다.
5. 햇볕교실 일정이 있음에도 시간을 쪼개어 참여해주시고, 영상 찍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전임자 김국현 선생님, 고맙습니다.
6. 일정이 있어 참여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응원해주신 지역조직팀 권민지 주임 님, 신미영 선생님 고맙습니다.
7. 오전에 시장 볼 때 도와주시고 맛있는 어묵꼬치 사주셨던 김연옥 님, 김정순 님, 고맙습니다.
8. 오후에 시장 볼 때 함께 동행해주셨던 홍경애 님, 고맙습니다. 오가며 여러 이야기 편하게 나누었습니다.
9. 집에서 맛있는 차 끓여와서 합창단원들에게 나누어주셨던 안정효 님, 고맙습니다.
10. 일찍 와서 테이블과 의자 세팅 도와주신 홍해명 님, 신경숙 님, 주경순 님, 고맙습니다.
11. 전임자 김국현 선생님께 드릴 장미꽃과 지휘자 정소영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사와서 나누어 주신 김희선 님, 고맙습니다.
12. 행사가 끝나고 끝까지 남아 뒷정리까지 깨끗하게 도와주신 김연옥 님, 홍경애 님, 김정순 님, 고맙습니다.
슈퍼비전과 격려의 글
김상진 관장님
2016년 어느 가을 날 문득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면 어떨까?’
재미와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직원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처음엔 기관장의 의지로 제안을 하니 조금은 부담스러운 눈빛이었으나 이상하리만큼 꼭 진행하고픈 마음가 들어 강력히(?) 주장하여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누구에게 지휘를 부탁드릴까 고민하다가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 중 정소영 지휘자님 얼굴이 보입니다. 제 친구 중에 성악을 전공하고 외국 유학도 하고 지금은 대학교수로 있는 분도 계시지만 정소영 지휘자님 얼굴만 보이더군요. 그래서 부탁을 했습니다.
“제가 필요한가요? 그럼 제가 해야죠!”
흔쾌히 응해주신 정소영 지휘자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방화마을 합창단’입니다.
시간이 흘러 송년회를 한답니다. 궁금했습니다. 어떤 모습일까? 노래는 잘 하시겠지? 몇 분이나 오실까? 송년회가 시작됩니다. 감동입니다. 가족이, 이웃이 함께 합니다.
삶을 노래한다는 지휘자님의 말씀에 넋을 놓고 합창을 들었습니다. 근래에 들었던 최고의 노래입니다.
합창단원 한분 한분을 안아드렸습니다. 따듯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정소영 지휘자님! 그리고, 합창단원 주민님들! 전임자 김국현 사회복지사님! 담당자 권대익 주임님! 고맙고, 축복합니다. ♡
김은희 부장님
항상 준비와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권대익 주임님!
합창단 송년잔치 함께 돕지 못해 미안한 마음 가득했습니다. 이틀 내내 교육 참여하느라 궁금하기는 했으나, 주민들의 도움 받으며 정말 감동적으로 잘 마무리 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합창단 회원들은 의리가 있는 분들입니다. 전임자인 김국현 선생님이 다른 업무로 변경되어 합창단을 새로운 선생님이 맡아 주실 거라 말씀드렸을 때 무척 섭섭해 하고 저에게도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셨습니다. 전임자가 애정을 많이 쏟아서 모임을 도왔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 가득하여 그러한 표현을 하셨을 것입니다.
지금은 또 현 담당자인 권대익 주임과 정을 쌓아가고 계신 듯 합니다. 수협에서 장보며 나눠먹은 어묵 만큼이나 따끈따끈한 정이 묻어납니다.
글을 읽고, 올려준 동영상을 보며 송년잔치가 정말 감동적이고 행복한 시간이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회원 한 분 한 분 합창단의 일원으로 함께 잔치를 준비해주시고, 한 해 활동하시며 어떠하셨는지 발표해달라는 담당자의 부탁도 거절하지 않으셨습니다. 처음이라 긴장되고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준비해서 발표해주신 합창단 회원님들께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회원들이 정성으로 선물 준비해 주시니 선물 받으시는 지휘자님께서 고마워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함께 그 시간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셨을 듯합니다.
따뜻하고 뭉클한 노래! 삶의 노래!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 친지, 지인을 초대하여 사랑하는 마음 담아 들려드리며 감동을 함께 나누고 축하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을지?
글을 읽으며,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고 코끝이 찡해집니다. 숨 가쁘게 회원들과 함께 의견 나누고, 계획하고, 장보고, 준비한 잔치가 참 따뜻하고 사람내음 나는 잔치라서 고맙습니다.
사회사업 가치에 맞게 복지관의 미션에 맞게 실천해 준 권대익 주임님! 서로 뜻을 맞춰 함께 할 수 있고, 실천으로 감동주어 고맙습니다. 즐겁게 오래도록 함께 일하며 응원하고 싶습니다.
* 합창단 송년잔치 현장 모습 스케치 영상
'하는 일 > 실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말 마을인사 (1) | 2018.04.02 |
---|---|
따뜻한 합창단 첫 모임 (1) | 2018.03.06 |
2018 동계 단기사회사업 합동수료회 (0) | 2018.02.28 |
청소년 자원봉사자 만남의 날 이야기 (0) | 2018.02.28 |
주 씨 아저씨를 보내드리며 (0) | 2018.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