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로] 개화마을 함께잇기 - 볼리비아 문화기행 이야기

글쓴이 : 방소희 사회복지사

 

올해 개화동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핵심은 이웃관계입니다. 개화동에는 60년 이상 지역에 터를 잡고 3대가 함께 살아온 토박이 주민도 있고, 이 동네에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 입주민도 있습니다. 지역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마을 안에서 왕래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터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신규 입주민들도 마을 안에서 함께 어울리며 관계를 쌓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사회사업가로서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문화는 다양성을 그 자양분으로 한다. 비슷한 생각, 똑같은 의견을 강요하는 전체주의적 사회에서는 문화가 꽃을 피울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화가 발전한 나라는 관용과 다양성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민주적인 사회이다. (중략) 문화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기에 앞서 무엇보다 인간에 의한 창조의 산물이며, 인간에게 기쁨을 가져다 준다. 그러하기에 문화 없는 삶이란 도대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출처 : 문화는 왜 중요한가. (2004.10.11). 한국대학신문.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21175 

 

한국대학신문 기사의 ‘나라’를 ‘지역’으로 바꿔보면, 문화가 발전한 동네는 관용과 다양성이 뿌리내린 민주적인 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화는 삶에 여유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여유가 있어야 나를 잘 돌보며 살아갈 수 있고, 더 나아가 타자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살아온 삶이 다르더라도 문화와 인문학을 매개로 주민들이 만난다면 공통의 접점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규 입주민들이 가진 취미와 재능을 강점으로 삼아 마을 주민들과 나누며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개화마을 함께잇기는 토박이 주민과 신규 입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떠올리며 구상한 사업입니다. 사업을 준비하며 재능을 나눠주실 주민을 떠올렸고,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재능을 나눠주실 만한 주민은 되도록 마을 안에서 역할을 해본 경험이 적은 분일 것

둘째, 수업 참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개화동 주민을 우선으로 받을 것

 

이 원칙을 바탕으로 재능을 나눠주실 주민을 찾던 가운데 작년 개화동 문집 사업에 함께해주신 유 씨 어르신이 떠올랐습니다. 어르신은 과거 개화동에 거주하다 볼리비아로 이주해 45년간 생활하셨고, 코로나 이후 다시 한국에서 지내고 계십니다. 토박이이지만 대부분의 삶을 해외에서 보내셨기에 주민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본 경험은 많지 않을 겁니다. 어르신의 삶 경험 가운데 볼리비아 생활을 매개로 문화기행을 진행하면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어르신께 사업 참여를 제안했으나 처음에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하셨습니다. 스스로 누군가를 가르칠 만큼의 역량이 아니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당사자가 제안을 거절할 때는 그 이유를 살펴야 합니다. 제안의 의미를 다르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의’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높은 수준의 활동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르신께서 생각하신 함께잇기는 교육에 가까웠고, 제가 구상한 것은 살아 온 경험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활동이었습니다. 어르신께 제가 생각하는 함께잇기 모습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어르신께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까지 부탁드렸습니다. 이렇게 이 활동에서 기대하는 모습과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주셔야 하는 지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두세 차례의 만남 끝에 어르신은 함께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어르신을 만나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지 논의했습니다. 어르신 댁에서 약 두세 시간 동안 볼리비아에서의 경험을 들으며 내용을 정리했고, 총 4회기로 구성하되 3회기는 수업, 마지막 회기는 음식을 나누는 뒷풀이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개화마을 함께잇기 - 볼리비아 문화기행 참여자 모집 안내지를 만들고, 동네 곳곳에 홍보했습니다.

 

🌟 1회기

 

1회기 때는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함께 자기소개하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께서도 주민들을 만나는 첫 날이니 신경쓰고 싶다고 하시며 멋진 양복을 입고 오셨습니다. 볼리비아의 기본 정보와 주요 도시, 명소를 소개한 뒤 기본적인 스페인어 표현을 함께 익혔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볼리비아에 대한 정보 외에 어르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나눠주는 유 씨 어르신은 어떤 삶을 살아오셨길래 볼리비아에 가서 자리잡을 생각을 하셨을까 궁금하셨던 것 같습니다. 마치 한 사람의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책 같아 의미있었습니다.

 

🌟 2회기

 

볼리비아의 생활풍습과 문화에 대해 나눴습니다. 원주민 문화, 시장, 종교, 축제 등을 소개했고, 특히 그란 뽀데르 축제 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경험했습니다. 어르신께서 볼리비아에 계실 당시 참가했던 그란 뽀데르 축제(Fiesta del Gran Poder) 영상을 함께 시청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7~80년대에 촬영해 뒀던 축제 영상을 함께 보며 당시 축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 3회기

 

3회기에서는 볼리비아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배웠습니다. 수많은 음식 사진을 보면서 "맛있겠다~", "군침 도네요." 등 이야기가 쉴새없이 나왔습니다. 주민분들의 기대감을 살리기 위해 오늘 배운 음식 가운데 두가지 정도를 뒷풀이 때 함께 만들어서 나눠 먹을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뒷풀이

뒷풀이 당일에는 요리를 돕기 위해 곁에있기 팀원들을 비롯한 동행단 김홍진 선생님까지 총출동했습니다. 복지관 직원들, 문화기행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역할을 나눠 뒷풀이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볼리비아에서는 크고 넓적한 접시에 샐러드, 밥, 고기, 감자튀김 등을 잘 담아서 먹는 게 기본 식사 구성이라고 합니다. 이번 뒷풀이에는 지난 시간에 배운 음식 가운데 실빤초(Silpancho), 치차론(Chicharron)을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실빤초는 넓적한 고기를 빵가루에 튀기듯이 구운 요리이고, 치차론은 통삼겹살을 바삭하게 튀긴 요리입니다. 뒷풀이 때 만들어야 하는 음식 레시피는 유 씨 어르신과 어르신의 아내분인 김 여사님, 두 내외의 따님분께 전수받았습니다. 

 

 

 

샐러드와 과일 준비팀, 실빤초 굽기팀, 치차론과 감자튀김 굽기팀으로 나눠 뒷풀이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볼리비아 현지의 맛을 더해줄 비장의 소스인 야화(Llajua) 소스는 유 씨 어르신과 김 여사님께서 직접 만들어 주셨습니다. 함께한 주민분들과 힘을 합쳐 1시간 30분 정도 음식을 만드니 어느새 근사한 볼리비아식 한끼가 완성되었습니다! 식사에 앞서 이번에 오신 분들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설명하며 유 씨 어르신을 세워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볼리비아 문화기행 뒷풀이날입니다! 3월부터 4월까지 한 주에 한 번씩 총 세 번 만나서 볼리비아 문화에 대해 배웠는데요. 이 긴 여정을 여기 계신 유 씨 어르신께서 잘 이끌어주셨어요. 모두 감사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오늘 함께 먹는 요리는 볼리비아 현지 음식이에요. 레시피는 어르신께 전수받았고, 고기 위에 뿌려진 빨간색 소스는 어르신께서 직접 만들어 주신 볼리비아식 살사 소스라고 해요. 함께 맛있게 드세요~!"

 

 

함께 둘러앉아 맛난 음식 함께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떤 분들께서는 그동안 수업 때 배웠던 스페인어를 활용해 어르신께 감사 인사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고기만 먹었으면 느끼했을텐데 이 소스가 있으니까 느끼함을 싹 잡아주네~"

"볼리비아 음식 정말 맛있네요~ 한 상이 아주 푸짐하고 멋스러워서 보기도 좋구요."

"이번 문화기행 정말 좋았어요. 아이디어가 기발했어요! 새로운 것도 배우고, 어디서 이런 경험 해보겠어요~"

"Muy Rico~ Gracias!(정말 맛있네요! 고맙습니다!)"

 

🌟 소감 나눔 및 성과 평가

볼리비아 문화기행에 참여하며 어떠셨는지 소감을 나눴습니다. 소감과 함께 본 사업이 성과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간단한 설문지로 확인했습니다. 올해 동네로 사업의 성과 목표는 <1) 이웃 간 교류가 확대된다. 2) 이웃과 어울리며 일상 속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증가한다.> 입니다. 세부 사업을 통해 성과 목표를 잘 달성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지 문항 가운데 1~3번은 이웃 간 교류 확대와 연관되도록, 4~6번은 일상 속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증가하는 것과 연관되도록 구성했습니다. 구체적인 평가 결과를 아래에 소개합니다. 

    상위범주 문항 1점 2점 3점 4점 5점
1 성과
목표1
만남 빈도 이 수업을 통해 이웃과 대화할 기회가 늘었다.       40% 60%
2 관계망 확장 이 수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이웃이 있다.       10% 90%
3 관계 지속 이 수업을 통해 인사하며 지내는 이웃이 늘었다.         100%
4 성과
목표2
긍정적 경험 이 수업은 나에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100%
5 일상 정서 회복 이 수업을 통해 최근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10%   20% 70%
6 공동체 소속감을 통해 애착 형성 이 수업을 통해 동네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좋아졌다.       10% 90%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으셨는지 여쭤봤을 때 나온 의견으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좋았음(90%),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듦(90%), 이웃과 더 가까워짐(90%), 새로운 것을 배움(90%), 즐거움(100%), 자신감이 생김(60%), 생활에 활력이 생김(90%)가 있었습니다. 그 외 의견은 아래에 소개합니다.

1. 볼리비아 문화기행을 체험하면서 볼리비아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었어요. 흥미롭고 재밌었어요. 이번 문화기행이 종종 있으면 좋겠습니다.
2. 새로운 문화와 음식까지 너무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기회 또 주세요!
3. 이런 행사가 종종 있으면 좋겠습니다.
4. 담당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5.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면 좋겠어요.
6. 볼리비아 문화원이 있다면 가보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7. 새로운 만남이 있어 좋았고, 또 만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8.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돌아보며

이번 볼리비아 문화기행은 많은 분들이 보태주신 힘 덕분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사업가가 제안하는 일에 함께해주신 유 씨 어르신께 고맙습니다. 당신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개화동 분들께 나눠주셨습니다. 난생 처음 볼리비아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시는 거라 어색하고 낯설 수도 있는데, 매 회기 전에 함께 교재 연구도 해주시고 어떤 이야기를 덧붙이면 재미나게 이뤄갈 수 있을지 궁리하셨습니다. 이 활동을 당신의 삶, 일로 생각해 주신 유 씨 어르신 덕분에 잘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뒷풀이 때 직접 만들어주신 야화 소스까지 완벽했습니다!

 

특히 마을 분들께 문화기행 홍보해주시고 매 회기마다 사람으로 시끌벅적 북적일 수 있도록 애써주신 새말 부녀회 총무님, 뒷풀이 때 맛있는 고기 요리 잘 만들 수 있도록 에어프라이어 내어주신 윤 씨 어머님, 이 씨 어머님. 고맙습니다. 그 외에도 문화기행에 관심 갖고 참여해주신 개화동 주민분들께 고맙습니다.

 

그리고 복지관에서 주민분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여러 실천들을 잘 이뤄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시는 개화동 꽃이피는교회에 고맙습니다. 늘 응원해주시고 공간을 내어주신 덕분에 개화마을 함께잇기 첫 사업 잘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개화동에서 즐겁게 사회사업 실천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응원하고 지지해주시는 손혜진 과장님께 고맙습니다! 그리고 뒷풀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한걸음에 달려와 준 곁에있기 박성빈 대리님, 이예지 선생님, 이수민 선생님과 김홍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즐겁게 잘 마쳤습니다. 

 

🌟 뒷이야기

담당자도 함께한 주민분들도 이렇게 마무리하기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나들이 한번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고양시에 중남미 문화원이 있어, 따뜻한 봄 날씨 느끼러 하루 다녀오려고 합니다. 나들이 기록은 다음에 가져오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