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마을 합창단 두 번째 발표회 이야기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18. 12. 22. 19:30
방화마을 합창단 두 번째 발표회 이야기
발표회를 상상하며
어느덧 한해가 마무리되고 연말이 되었습니다.
방화마을 합창단도 마지막 발표회만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표회 감동이 컸습니다.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자주 회자하며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합창단이 처음 출범되고 반년 만에 열린 발표회에
단원들과 함께 부른 ‘사랑으로’ 노래는 작은 울림으로 감동이었습니다.
가족과 이웃 둘레 사람과 함께하니 더욱 풍성했습니다.
올해 발표회는 여러 면에서 더 풍성합니다.
지난해는 단원 9명이 발표회를 함께 했는데 올해는 단원 15명이 무대에 섰습니다.
지난해는 한 곡의 노래를 불렀는데 올해는 네 곡의 노래를 부릅니다.
지난해는 30여 명의 둘레 사람이 함께했는데 올해는 90여 명의 둘레 사람이 함께했습니다.
발표회 부제는 ‘삶을 노래하는 방화마을 합창단 발표회’입니다.
발표회에서 엄청난 노래 실력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65세 이상 어르신이 많아 평균 연령이 높습니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음악 교육이 핵심이 아닙니다.
복지관도, 지휘자 선생님도, 회원도 합창단이 고백하는 합창단의 핵심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어울리는 일입니다.
일 년 동안 이 만남과 관계가 따뜻했습니다.
발표회에서 노래와 함께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노래 너머의 노래, 사람 사는 이야기를요.
발표회 무대에 서는 일도 여러모로 좋은 기회입니다.
둘레 사람을 초대해서 일 년 동안 연습하고 준비한 노래를 발표하면 많은 축하를 받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합창단 회원과 둘레 사람의 관계도 더 깊어집니다.
무대에 선 경험은 당사자에게 두고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랑과 힘이 됩니다.
발표회 특별출연이 있습니다.
바로 지휘자님이 일하는 학원 아이들과 자녀입니다.
네 곡 중에 한 곡은 회원과 아이가 주고받는 방식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또 한 곡은 트럼펫 합주입니다. 웅장한 트럼펫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울 겁니다.
의논하기
발표회를 어떻게 준비할지 회원들과 조금씩 의논했습니다.
날짜를 조정했습니다.
원래 12월 6일 (목)에 진행하려 했으나
복지관 일정으로 관장님께서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습니다.
관장님께서 합창단 발표회 참석을 꼭 희망하셨습니다.
지휘자님과 합창단 회원과 함께 의논해서 하루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12월 5일 (수)이 합창단 발표회입니다.
의상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작년에는 흰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로 맞췄는데
옷이 다양하다 보니 공통된 느낌이 적었습니다.
올해는 같은 옷을 맞추자고 했습니다.
12월이니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빨간색 상의로 맞추기로 했습니다.
비용은 회원들이 각자 부담하시기로 했습니다.
회원들이 알려주신 의견을 토대로 인터넷 최저가로 알아보았습니다.
회원들이 선택한 옷을 주문했습니다.
발표회 업무분담을 했습니다.
제일 큰언니 이정희 회원이 환영 인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는 인원이 적어 모든 회원이 무대에서 일 년 활동 소감 나눔을 했는데
올해는 15명이 되니 몇 명만 소감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동영상 인터뷰도 올해 새롭게 활동한 회원을 중심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당일 음식 준비와 공간 세팅은 지난해처럼 다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음식은 겨울이라 김밥보다 주먹밥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휘자님이 일하는 학원 아이들이 특별출연을 함께하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꼬치와 닭꼬치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100여 명 정도 참석할 예정이라 탁자는 설치 안 하고 의자만 놓기로 했습니다.
최종 예행연습
12월 1일 토요일. 발표회를 앞두고 예행연습을 했습니다.
특별출연하는 아이들도 모두 모였습니다.
다 함께 모여 옷을 입고 노래했습니다.
영상을 찍어서 표정과 태도가 어떤지 살폈습니다.
입장과 퇴장을 어떻게 할지도 연습했습니다.
무대에 서서 다른 곳 보지 않고 지휘자만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모든 공연이 끝난 후에 인사하는 방법도 연습했습니다.
15명이 같은 속도로 인사하기 위해 여러 번 연습했습니다.
지휘자님의 7살 막내아들도 왔습니다.
학원 누나들이 연습할 때 옆에서 같이 노래 불렀습니다.
자기도 함께하겠다고 합니다.
무대에 함께 서기로 했습니다.
합창단 회원 몇 분이 아이에게 용돈 쥐여 줬습니다.
여느 평범한 이웃 할머니가 동네 아이와 만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휘자님과 회원의 관계도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상호호혜적인 관계입니다.
최종 예행연습이 끝났습니다.
가사도 모두 외우고 동선도 살폈습니다.
이제 무대에 서는 일만 남았습니다.
작은 오해 1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인 저는
회원이 주체가 되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든 주민이 주체가 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합창단 발표회도 회원이 주체적으로 준비하기를 바랐습니다.
업무 분담할 때도 회원이 하실 수 있는 일을 부탁했습니다.
마지막 업무분담 고민은 사회자 역할이었습니다.
작년엔 사회를 지휘자님이 하고 이후에 제가 이어받아서 했습니다.
올해는 회원 중 한 분이 사회를 맡아주시기를 바랐습니다.
“노래를 발표하는데 사회는 보기 힘들어요. 사회는 선생님이 하시면 좋겠어요.”
“저는 뒤에서 사진 찍는 역할을 할게요. 사회는 저와 의논해서 대본을 함께 쓰고 읽으시면 어떠세요?”
사회자 역할을 이야기 나눌 때 김연옥 총무님께서 못마땅해하셨습니다.
“어떻게 사회를 우리가 봐요?
그래도 우리 담당 선생님이시니 선생님이 사회를 보고 우리를 정식으로 소개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아무것도 안 맡으려 하세요?”
김연옥 총무님은 늘 밝고 긍정적인 분이셨는데 언짢아하시는 모습이 처음이었습니다.
저도 당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김연옥 총무님을 다시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저희가 합창단 발표회를 얼마나 기대하며 기다렸는지 아나요?
가족과 친구들 초대해서 일 년의 활동을 보여주는 자리인데 멋있고 근사하게 하고 싶어요.
사회를 우리가 보면 잘 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이미 많으니 선생님께서도 역할을 맡으셔야 해요.”
서로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둘 다 합창단 발표회를 잘 이루고 싶은 겁니다.
함께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면 되는데 부족했습니다.
저도 사회자를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실지 몰랐습니다.
어느 정도 회원에게 부탁드리고 부족한 부분은 제가 진행하려 했는데 제 생각을 잘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전체 회원 앞에서 업무분담 이야기를 한 겁니다. 총무님과 따로 의논했었어야 했습니다.
총무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실망이 크셨는지 탐탁지 않으셨습니다.
성공적으로 발표회를 끝내고 마음을 푸셨습니다.
이 과정이 앞으로의 만남을 조금 더 튼튼하게 하리라 믿습니다.
사회는 제가 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발표회 순서 안에 회원이 이야기하는 기회를 많이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오해 2
발표회 때 각자 몇 명씩 초대하는지 여쭈었습니다.
어느 정도 인원이 오는지 알아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독 초대 인원이 적은 회원이 있어서 여쭈었습니다.
“어머니, 왜 가족이나 친구들 초대하지 않으세요?”
“사실, 사람들이 내가 복지관에 다니는 줄 잘 몰라. 내가 말을 안 했거든.”
복지관 다니는 일이 부끄러우셨던 겁니다.
복지관은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만 다니는 곳으로 이해하고 계시기 때문이겠지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대신 복지관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주민이 있으니
저와 기관이 해야 할 일이 더 많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작년에 비슷한 마음으로 둘레 사람을 적게 초대하셨던 회원은
올해 가족과 친구들까지 많은 사람을 초대했습니다.
작년 발표회에서 따뜻함과 감동이 컸기에 올해 그 마음을 함께 나누려 하셨던 겁니다.
올해 복지관을 부끄러운 곳으로 생각한 이 회원도 내년엔 많은 분을 초대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발표회를 잘 이루고 싶습니다.
발표회를 끝나고 이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발표회 엄청 좋았어요.
제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도 왔는데 여기엔 감동이 있고 행복이 있대요.
내년에 합창단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요.”
감동과 행복이 있는 곳. 방화마을 합창단입니다.
발표회는 이 감동과 행복을 둘레 사람과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동영상 만들기
대학생 때부터 여러 모임에서 동영상을 만드는 일을 조금씩 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면서 복지영상 이성종 선생님께 동영상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글이나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는 감동을 어떻게 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지 배웠습니다.
지난해에도 방화마을 합창단 발표회에서 동영상을 상영했습니다.
회원들이 일 년 동안 어떻게 활동했는지, 합창단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영상에 담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영상을 보며 감동하고 감탄하셨다고 했습니다.
회원들도 동영상을 오래 기억하셨습니다.
두고두고 말씀하셨습니다.
올해도 회원들이 영상을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를 인터뷰할지도 제안해주셨습니다.
틈틈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잘 모아 편집하기로 했습니다.
지휘자님과 반주자님, 회원분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를 구실로 합창단과 발표회의 생각을 여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회원의 생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 소녀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고
이 나이에 내가 여기 서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고 좋아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면 모두가 한 가족 같고 동생 같고
특히 선생님들이 다정하고 상냥해요.”
“원래 노래가 취미에요.
2년간 개근을 했는데 이 정도면 늘 즐겁게 재밌다는 뜻이에요.
합창단에 나와서 항상 즐거워요.”
“노래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에요.
선생님들도 좋으시고 합창단원도 좋아요.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하니까 행복했어요.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할까요. 삶의 활력소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합창단 발표회를 보면서 사람 냄새라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저는 성격상 이웃과 뭔가 나누는 일이 어려웠는데
일 년 동안 함께 하면서 이웃과 나누는 일이
이렇게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합창단에 오는 화요일이 너무너무 기다려지는 날이었어요.
사랑하는 애인을 만나고 기다리는 날 같았어요.”
“처음 합창단에 들어왔을 때 관장님께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합창단이 이웃 간의 소통 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가 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을 항상 가슴에 담고 지금 여기까지 오고 있어요.
일 년 동안 나들이도 다녀오고 노래 가사에 맞춰 어린 시절로 여행도 다녀왔어요.
이 모든 걸음이 행복했어요.
그 웃음이 아직도 제 가슴에 크게 남아 있어요.”
새벽까지 편집했습니다.
회원의 인터뷰를 몇 번씩 돌려보고 자막을 넣으면서 발표회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동영상으로 사회사업 하는 재미와 힘을 알았습니다.
작은 오해 3
발표회가 끝나고 한 회원이 말씀하셨습니다.
“권 선생님, 저는 왜 영상을 안 찍어줘요?
작년에도 제가 나오지 않았고, 올해도 제가 나오지 않았어요. 서운해요.”
올해는 회원이 15명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인터뷰하기 어려웠습니다.
회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전화로 말씀하시니 영상을 얼마나 기대하시고 좋아하시는지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큰 내색을 안 하셨지만, 마음에 두신 겁니다.
혹시나 해 작년 영상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분명 당신 인터뷰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어머니, 작년 영상에 분명 있어요. 다시 한번 살펴보세요.”
“그래요? 제가 깜박 했나 봐요. 미안해요.”
작은 일화였지만 의미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발표회 준비
김연옥 총무님과 김정순 님과 함께 장을 봤습니다.
100여 명이 먹을 먹거리를 준비했습니다.
주먹밥은 토마토 김밥에서, 음식 재료는 공항동 수협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재료와 장소는 모두 총무님이 결정하셨고 저는 따라다니기만 했습니다.
마트 카트를 끌고 결제하고 운전만 했습니다.
장을 보고 나서 떡볶이 분식도 함께 먹었습니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눴습니다.
더 많은 회원과 함께 준비하고 싶었는데
총무님은 사람이 많으면 정신없다고 반대하셨습니다.
대신 떡꼬치를 일일이 하나씩 만드는 일은 혼자 하기 버겁다고 함께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발표회 날 낮 11시에 당신 집으로 와서 함께 음식 준비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여섯 명의 회원이 모여서 떡꼬치를 만드니 금방 하셨습니다.
총무님께서 국수 삶으셔서 다 함께 나눠 드셨습니다.
삶을 노래하는 방화마을 합창단
드디어 방화마을 합창단 발표회 날입니다.
오후 5시까지 회원들이 모였습니다.
각자 정해진 일을 척척 하셨습니다.
음식 준비도 금방 끝났습니다.
손님이 오기 전에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찍 온 친구분도 있어서 함께 나눠 먹었습니다.
한분 한분 손님이 도착했습니다.
당신 가족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셨습니다.
아들과 딸, 손자 손녀를 서로 소개했습니다.
시끌벅적 식당이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습니다.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동요를 준비했습니다.
할머니도, 중년의 자녀도, 어린 손자녀도 따뜻한 마음으로 발표회를 기다리기를 바랐습니다.
오늘 발표회가 잘 되기를 기도하며 사회를 기다렸습니다.
발표회를 시작했습니다.
관장님 인사 말씀이 끝나고 왕언니 이정희 회원이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방화마을 합창단 두 번째 발표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합창단 동아리를 만들어주신 김상진 복지관 관장님과
이모저모로 도와주시는 권대익 복지사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는 1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정소영 지휘자님과 송민현 반주자님의 지도로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런 우리들은 너무 부족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사랑의 마음으로 들어주시면 더욱더 즐겁게 지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환영 인사는 이정희 님이 직접 준비하셨습니다.
볼펜으로 꼭꼭 눌러쓴 종이를 저에게 주셨고
제가 컴퓨터로 보기 좋게 타자했습니다.
A4 용지로 출력해서 색깔 있는 종이에 덧붙여서 꾸몄습니다.
이정희 님이 보시기에 좋고, 관객이 보기에도 깔끔해 보이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 종이가 필요 없었습니다.
이정희 님은 인사말을 모두 외우셔서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환영 인사를 하셨습니다.
글을 쓰고 외우시는 정성에 감탄했습니다.
준비한 영상을 상영했습니다.
음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사회복무요원과 함께 일찍 준비했습니다.
극장처럼 웅장함이 느껴지도록 소리를 크게 했습니다.
한 장면 한 장면 지날 때마다 관객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집중해서 영상을 봤습니다.
제가 생각한 지점에서 함께 웃고 감동했습니다.
일 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발표회를 준비했는지 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큰 박수가 나왔습니다.
회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고요했습니다.
지휘자님의 손짓에 따라 반주가 흘러나왔습니다.
첫 곡은 ‘아리랑’입니다.
느렸다가 빨랐다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노래했습니다.
합창단 회원의 삶의 여정이 보였을 겁니다.
두 번째 곡은 ‘you raise me up’을 한국어로 불렀습니다.
특별 공연으로 지휘자님의 첫째 아들이 트럼펫으로 합주했습니다.
저도 이 한 곡은 같이 부르면 좋겠다고 하셔서 무대에 함께 섰습니다.
웅장한 선율에 감동적인 가사가 관객의 마음에 다가섰을 겁니다.
세 번째 곡은 ‘멋쟁이 할아버지’입니다.
아이 넷이 함께 노래했습니다.
후렴 부분에 어른과 아이가 주고받으며 노래하는 부분이 핵심입니다.
흥겨운 노래에 어깨가 들썩였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곡은 ‘노을’입니다.
합창단 회원의 어린 시절,
그러니까 수십 년 전에 각자의 고향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동
심으로 돌아간 모습이 마음을 울렸을 겁니다.
공연이 끝나고 자유발언이었습니다.
미리 섭외한 둘째 언니 안정효 님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안 울겠다고 하셨는데 몇 마디 말씀하시고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올 한해는 봄나들이 가을 나들이 두 번을 여러 회원님과 다 함께 잘 다녀왔습니다.
함께 사진도 많이 찍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습니다.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제가 짧은 시조 한 편을 읽겠습니다.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이면 애닯다 어찌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송강 정철의 시조입니다.
제 친 오라버니께서 청년이었을 때 제가 항상 읽고 보라며 제 방에 써서 걸어두었던 시입니다.
복지관에는 젊은 선생님들도 많고 해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성월자 님의 큰 아들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합창단 공연 내내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을 보고 어떤 마음이셨는지 나눠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저는 지금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큰아들이라서요.
저에게 아들이 있는데 올해 7살입니다.
맞벌이다 보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희 어머님이 거의 다 봐주셨어요.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부쩍 늙으셨어요.
저는 매일 보면서도 어머니 사진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바로 비교할 수 있었거든요.
아 늙으시는구나. 애 보는 게 정말 힘들구나.
마음속에 항상 죄송스럽기도 하고 근데 저는 남자라 잘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1년 전에 노래도 하시고 춤도 춘다 하셨어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늙지 않고 밝아지셨어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었어요.
저는 어머니께서 이렇게 나오셔서 즐겁게 활동하시니
더 건강하고 젊어지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서 주최하신
복지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눈물 흘리며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큰아들의 이야기에 숙연해졌습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셨을 겁니다.
송민현 반주자님의 특별 공연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곡이었습니다.
곡의 가사처럼 모두가 사랑을 주고받기를 바랐습니다.
연주 도중에 틀린 부분이 있었습니다.
반주자님께서 소감을 나누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방화마을 합창단 반주를 맡은 송민현입니다.
곡의 제목을 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거든요.
저도 모르게 너무 울컥해서 순간 악보가 안 보여서….
작년에는 같이 피아노 연주를 하자고 해서 따라왔다가
제가 지금껏 보지 못한 이웃과 따뜻함을 보았어요.
저는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게 어려운 사람이었거든요.
올해 반주자로 참여하면서 오히려 제가 더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이곳에 오면 매주 사랑을 가득 넘치게 받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내년에도 변함없이 이 자리에서 회원들과 행복하게 노래하고 싶어요.”
강사비도 없이 일 년을 함께한 반주자님입니다.
오히려 당신이 때마다 음식을 사 오셔서 나누기도 하셨습니다.
그런 반주자님께서 오히려 한 해 동안 더 사랑받았다는 고백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방화마을 합창단이 일방적인 강좌가 아니라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공동체임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가족별로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멋진 배경에 감동이 넘치니 표정도 아름다웠습니다.
사진을 찍고 인화해서 드리기로 했습니다.
가족이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기를 바랐습니다.
이렇게 발표회를 마쳤습니다.
감동과 감탄과 감사가 넘쳤습니다.
회원도, 가족도, 직원도 많은 분이 눈물 흘리셨습니다.
뒷정리까지 회원분들이 끝까지 남아서 깨끗하게 하고 가셨습니다.
가족이 준비한 꽃다발을 품에 안으셨습니다.
그 날 밤 가족과 함께 더 따뜻한 밤을 보내셨을 겁니다.
그 마음을 상상하니 제 마음도 따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합창단 잘 이끌어주신 정소영 지휘자님과 송민현 반주자님에게 고맙습니다.
합창단 대표로 환영 인사 전해주신 이정희 님에게 고맙습니다.
100인분의 음식을 장보고 준비해주신 김연옥 총무님에게 고맙습니다.
총무님 집에 미리 모여서 음식 준비해주신 이옥단 양정숙 성월자 이정자 김정순 신경숙 님 고맙습니다.
소감 나눔 미리 준비하고 눈물로 나눠주신 안정효 님 고맙습니다.
자유발언 시간에 용기 내 앞에 나와 마음 나눠주신 가족분에게 고맙습니다.
일정 조율하면서까지 참석해서 응원해주시고 인사 말씀 전해주신 김상진 관장님 고맙습니다.
직접 강당 세팅 도와주시고 풍선도 내려주신 김은희 부장님 고맙습니다.
팀 내 업무협조로 음향과 식당 정리 도와준 원종배 김민지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진과 영상 찍어준 김미경 한수현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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