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12월 개화동 식사모임 이야기

글쓴이 : 방소희 사회복지사

 

12월 개화동 식사모임은 공릉동 멸치국수에서 만났습니다. 모임을 준비하며 내년에도 이 모임이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사회복지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리했습니다. 한 회 한 회마다 모임 속 이웃 분들과 좋은 경험을 한다면 모임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될 것 같았습니다. 마침 연말이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모임 때 함께 찍은 사진을 전달해드리며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권민지 과장님께 모임 참여자들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드리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짧게라도 손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지 조언해주셨습니다. 과장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참여주민들께 전달할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참여주민들께 전달할 크리스마스 카드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함께 만나기로 한 개화산역 1번 출구로 향했습니다. 최 씨 아저씨와 이 씨 어르신이 이미 만나셔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박 씨 아저씨는 컨디션이 좋지 못해 함께 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두 분을 모시고 모임 장소인 공릉동 멸치국수로 향했습니다. 

 

국수를 기다리며 두 분께 편지를 전해드렸습니다. 편지를 받은 두 분의 표정은 무척이나 설레 보였습니다.

 

"손편지 참 오랜만에 받아보네요."

"이거 코팅해서 집에 걸어둬야겠어요."

"고마워요."

 

입가에 미소를 짓고 한참이나 편지를 읽으시는 두 분의 모습을 보니 손편지 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고, 함께 음식을 먹었습니다. 음식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 '방화동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복지사님, 미타사 가보셨어요?"

"아.. 아니요. 아직 못 가봤어요."

"정말요? 거길 아직 못 가봤단 말이에요?"

"네, 저번에 가려고 했는데 아직 못 갔어요. 그럼 저희 밥 먹고 산책할 겸 미타사 같이 가실래요?"

 

박 씨 아저씨는 한 가지에 꽂히면 한 가지 음식만 드시는데, 최근에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꽂히셔서 계속 드시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럼 다음 번에는 김치찌개 끓여서 같이 드시는 거 어떠세요?"
 
권민지 과장님께서 박 씨 아저씨께 먼저 제안드렸습니다. 혼자였다면 이런 순간을 '요새 김치찌개를 자주 드시는구나.'라고만 생각했겁니다. 주민의 이야기 속에서 지금 만남이 지속될 수 있게 의도와 목적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안하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습니다.

- 18통 잔치 실천기록 발췌

 

지난 잔치 때 과장님께서 주민 관계를 잇기 위해 때와 상황에 맞춰 제안하는 모습을 보며 '다음에 꼭 활용해봐야지!' 생각했습니다. 미타사 이야기를 나눌 때 지금이 그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잽싸게 제안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식사 후 미타사를 함께 가기 위해 개화산 둘레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둘레길을 자주 거닐곤 하시는 이 씨 어르신께서 길잡이 역할을 맡아주셨습니다. 함께 둘레길을 걸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영화 '서울의 봄'이야기부터,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까지...

 

둘레길을 걷다 중간에 놓인 북카페를 발견했습니다.

"여기 이런 게 있네요. 다음에 날 좋으면 책 읽어도 좋겠어요."

책을 좋아하는 최 씨 아저씨께서 먼저 말씀해주셨습니다. 최 씨 아저씨께서는 무협지를 좋아하셔서 댁에 3천여권을 보관하고 계십니다. 당신께서 아직 보지 못한 무협지가 북카페 안에 꽂혀있다며 흥미로워하셨습니다.

 

서로 나누는 이야기가 즐거워서 미타사를 지나쳐 하산하고 말았지만, 함께 하는 시간들이 하나하나 귀하고 소중했습니다. 

 

상사마을쪽으로 내려왔더니 슈퍼마트가 보였습니다. 최 씨 아저씨께서 슈퍼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습니다.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내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분 모두 내년에는 회원을 좀 더 모집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주셨습니다. 밥만 먹으면 재미가 없으니 등산하고 밥먹는 모임은 어떠냐고 먼저 적극적으로 모임의 방향을 제안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두 분께서 사회복지사가 주선하는 모임이 아니라 당신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해주시는 마음이 참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상사마을에서 복지관까지 걸어가기는 조금 멀 것 같아 버스를 탔습니다. 최 씨 아저씨께서 혹여나 제가 버스를 잘못 탈까 계속 지켜보시며 배웅해주셨습니다. 이 씨 어르신도 다음에 또 만나자고 인사해주셨습니다.

 

내년에도 개화동 식사모임은 계속됩니다. 내년에는 두 분의 바람처럼 더 많은 이웃분들과 더 많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겁게 만날 수 있길 기대합니다. 그 안에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궁리하며 모임 회원분들이 잘 지내실 수 있게 거들고자 합니다. 올 한 해 최 씨 아저씨, 이 씨 어르신, 박 씨 아저씨를 모임으로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사회사업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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