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똑똑] 공항동 어르신 이웃여행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3. 11. 17. 09:44
(글쓴이 : 유혜숙 사회복지사)
공항동 어르신 이웃여행 배경. (with. 이씨 어르신)
이번 공항동 설악산 여행을 이루까지는 이씨 어르신의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복지관과 이 씨 어르신의 인연은 2년 전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씨 어르신께서는 코로나19 시기에 주민센터 반찬 봉사를 통해 만나게 된 분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건강이 좋지 않아 키가 170cm가 넘지만 45kg까지 빠졌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니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도 맞지 않으셨습니다.
더더욱 사람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셨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으셨습니다.
그런 이 씨 어르신 댁을 마곡장로교회 박성천 목사님이 꾸준히 방문했습니다.
밑반찬을 드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목사님이 집 이사를 도왔습니다.
교회에서 헌금을 모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이씨 어르신께서 목사님을 집으로 초대해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목사님과 함께 여행을 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은 희망이 있어야 살 수 있어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소망은 해보는 거에요."
2023년 연초, 이씨 어르신 을 만났을때 들을 이야기 입니다.
그 이후로, 이씨 어르신 은 매일같이 운동하시고, 꾸준히 식사를 챙기시며 놀랍게도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다시 여행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7월, 박성천 목사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이씨 어르신 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저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셨습니다. "어르신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으니, 작년에 약속했던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겠어요"
두 분 모두 서로의 약속을 기억하고 이루고 싶어하시는 마음으로 이번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목사님과 어르신이 감당하실 수 있는 만큼 스스로 이뤄가실 수 있도록 옆에서 잘 거들어 보고자 합니다.
2023.09.12. ㅣ 이씨 어르신 과 함께하는 이웃 나들이 준비 ①
이씨 어르신 과 이웃여행 날짜와 인원 등을 의논했습니다.
단풍이 절정으로 물들 10월 말로 날짜를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여행 기간은 1박 2일로 결정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일주일 내내도 여행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첫 여행이니, 가볍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초기멤버 박성천 목사님께서 가능하신 요일은 월요일과 화요일이었습니다.
10월 셋째주 23일~24일로 결정했습니다.
여행 멤버도 의논했습니다.
공항동에 홀로 사시는 분이 많으니, 몇 분 더 섭외해서 함께 가는게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씨 어르신 께서 건강이 많이 회복되고 이웃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있으시니, 주민리더로써 여행을 이끌어주시길 제안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왕년에는 대학원총회장을 맡아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행사도 직접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뭐든 좋으니, 그저 목사님과 복지관이 결정해주는대로 따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결정해주면, 나이든 사람들은 따라갈게요."
목사님과 복지관의 사정에 맞춰주시려는 어르신의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어르신의 여행을 그냥 알아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 여행에서는 누구보다 어르신의 생각과 의견이 중요합니다. 준비 과정 하나하나 어르신의 의견을 묻고 함께 하는 이웃분들과 직접 결정하시어 어르신의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거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이웃여행 이루고 싶습니다.
2023.10.05. ㅣ 이씨 어르신과 함께하는 이웃 나들이 준비 ②
단풍 축제 시기와 겹쳐 남아있는 숙소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빠르게 결정하고 예약해야 했습니다.
단풍으로 유명하고 멋있는 문경새재와 설악산이 후보입니다.
이번 이웃여행을 시작하이훈재 님께 연락드려 만나기로 했습니다.
결정을 위해 이훈재 어르신과 점심식사 후에, 개화산역 근처에 있는 메가커피에서 만났습니다.
어르신께서 맛있는 음료와 커피를 사주셨습니다.
매번 만날때마다 하나라도 챙겨주시려고 하는 마음이 감사합니다.
"나는 부자에요."
커피를 사주시면서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주변에 베풀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 진정 부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과 숙소 의논했습니다.
문경새재와 설악산을 제안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두 군데 모두 멋진 곳이라며, 제가 안가본 곳을 가보자고 하셨습니다.
또 한번 저를 배려해주시는 마음에 감사했습니다.
먼저 가보셨으니, 더 멋진 곳으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씨 어르신께서는 단번에 설악산을 꼽으셨습니다.
여행지를 설악산으로 결정함에 따라 자연스레 숙소와 여행날짜도 결정되었습니다.
설악산 근처 숙소는 원래 여행 예정 날짜에는 방이 없어서, 그 다음주로 일정을 잡아보기로 했습니다.
박성천 목사님께서 일정이 가능한지 살피기로 했습니다.
마침, 목사님께서 권대익 팀장님께 연락을 주셔서 바로 여쭤볼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 여행 둘째날 오전에 강의 일정을 조정해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여행을 위해 서로 조금씩 배려하며 맞춰가는 과정부터 고맙고 즐겁습니다.
오늘 결정한 내용을 어르신이 최 여사님께 전달해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더하여 함께 여행갈만한 이웃 분이 있으신지 여쭤봐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최 여사님이 요즘 가족 일로 바빠 경로식당에서 만날 수가 없어 통화로 소통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10.26. ㅣ 이훈재 어르신과 함께하는 이웃 나들이 준비 ③
설악산 이웃여행 참여 이웃분들끼리 여행 전 함께 모여 인사 나누고 회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씨 어르신 , 박성천 목사님, 이씨 어르신 이 초대하신 최 여사님과, 최 여사님이 초대하신 이웃 2분까지 총 5명이 함께 했습니다.
목사님께서 오늘 모임을 위해 맛있는 롤케잌을 준비해오셨습니다. 첫 만남에 어색함도 잠시 목사님께서 준비해주신 간식 덕에 함께 나눠먹으며 자연스럽게 자기소개하고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이씨 어르신께서는 자기소개 전, 이번 여행을 함께 기획하고 준비해준 목사님을 크게 세워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이씨 어르신께서 없었다면 이 여행 또한 없었을 거라며 이훈재 님을 세워주셨습니다.
작년 희망드림단 밑반찬 배달로 처음만난 두 분의 관계를 식사모임을 통해 이어드린 이후, 일상의 좋은 이웃관계로 두터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의에서는 가볼만한 곳, 식사, 일정 등을 결정했습니다. 결정 과정에서 이씨 어르신은 묵묵하게 여러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결정을 돕는 리더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 사는 곳에 따라 만남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한 시간 남짓 회의를 하며 모두의 얼굴엔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다함께 의논하고 정하는 과정부터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참여 이웃분들께서는 여행 전 이렇게 함께 모여 얼굴 익히고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이씨 어르신 께서는 여행 전 날까지 필요한 준비물과 챙겨야 할 것들을 생각해 저에게 일러주셨습니다.
"유선생님! 혹시 모르니깐, 비상약(마큐롬, 반창고, 붕대, 소화제, 두통약)한개씩 준비해주시고, 스틱(지팡이)도 가져오라고 안내부탁해요. 아마 상비약은 복지관에 있을 것 같습니다."
"삼다수 작은 걸로 20병, 믹스커피 50개들이 한박스, 종이컵 50개 한줄, 그리고 차내에 휴지도 두 세개씩 있어야 되고, 노인들이 먹기 좋은 사탕(홍삼젤리)도 두 봉지 준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처음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시고, 더욱 꼼꼼히 살펴주신 겁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2023.10.30. ㅣ 이씨 어르신 과 함께하는 설악산 이웃 여행, 첫째 날
설악산 여행 당일 날입니다. 각자 약속한 장소에서 만났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벌써부터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차에서는 저마다 가져온 간식으로 풍성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잠시 나와 홍천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소불고기 전골, 갈비탕, 선지국, 비빔밥 다양한 메뉴를 시켜 다함께 나눠먹었습니다.
"나는 먹는 양이 적으니, 선생님들 부족하면 제것도 드세요."
이씨 어르신께서는 여행 내내 자신의 음식을 내어주셨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어르신들이 드시기 좋게 음식을 자르고 나누셨습니다.
속초에서 바닷가도 걷고 호수도 걸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걸으며 이씨 어르신께서는
"이렇게 멋진 곳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오니 행복하네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순간을 오랫토록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도 많이 찍으셨습니다.
오랜만에 즐거운 이야기거리고, 멀리 사는 친구와 가족에게 여행 이야기를 전하셨습니다.
유명한 속초 시장도 구경하고 맛집에서 저녁도 먹었습니다.
목사님께서 6명 어르신 한분 한분에게 젓갈을 선물하셨습니다.
모두 함께 모은 회비로 예약한 넓은 숙소에 왔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함께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여행의 첫째 날 밤이 저물었습니다.
2023.10.31. ㅣ 이씨 어르신과 함께하는 설악산 이웃 여행, 둘째 날
이튿날 아침,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일찍 일어났습니다.
식사는 유련숙 님, 이막내 님 두 분이 준비해주셨습니다. 밥과 국, 반찬까지 푸짐한 아침식사를 차려주셨습니다. 덕분에 아침부터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든든하게 식사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가을 단풍과 설악산 산세가 어우러져 아름다웠습니다.
이씨 어르신도 지팡이를 들고 천천히 산을 오르며 연신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20년 전 친구들과 함께 설악산을 올랐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멋진 풍경이 오래토록 기억에 남아 이번 여행에서 꼭 다시 오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설악산 여행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어요."
“인생에서 이렇게 많이 먹은 적이 처음이에요.”
집에 혼자 있으니 입맛이 없으시다던 이씨 어르신 . 살이 45kg까지 빠지셨던 어르신은 설악산 여행에서 끼니마다 배부르게 드셨습니다. 혼자가 아닌 목사님과 이웃과 함께 먹는 식사에 애정과 기쁨까지 더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담당 사회복지사로서 이씨 어르신의 여행을 돕고 함께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이번 여행이 어르신께 여러 이웃과 어울리며 행복한 삶을 이뤄가시는데 작은 힘이 되었길 바랍니다.
2023.11.21. ㅣ 이쌔 어르신과 함께하는 설악산 이웃 여행, 마무리 모임
여행을 다녀와서 후속모임을 했습니다.
박성천 목사님께서 교회로 초대해주셨습니다.
저는 여행의 추억을 담은 영상과 활짝 웃는 단체사진을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 선물했습니다.
어르신 분들께서 직접 한 명 한명 서로에게 전달했습니다. 함께해서 즐거웠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 씨 어르신께서 먼저 간단한 산책을 제안하셨습니다.
주변에 산책하기 좋은 공원을 목사님께서 추천해주셨습니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 걷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함께 걸으니 여행이 다시 시작된 것만 같다고 하셨습니다.
내년에는 계절별로 여행을 가면 좋겠다고 소망하셨습니다. 이씨 어르신의 얘기에 모두 맞장구 치셨습니다.
이번 설악산 여행을 계기로 이어진 관계가 내년에도, 앞으로도, 자연스러운 이웃관계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마무리 모임떄 시청한 추억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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