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강주희 님 떡국 잔치│인사하라는 기회인가 봐요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2. 3. 2. 17:25
(글쓴이: 곁에있기1팀 김민경 사회복지사)
강주희 님과 인연
지난 12월 복지관에 김치와 쌀 후원이 들어왔습니다.
필요하신지 여쭙기 위해 전화를 드리며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 8월에 이사 와서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어요. 아는 사람 좀 있었으면 좋겠어. 외롭고 서러워요.”
강주희 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웃과 인사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혼자 다가가기 어려워 시도를 못하고 계신 거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네사람들은 지역주민이 절기 잔치를 구실로 이웃과 인정을 나누며 이웃사촌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사회사업가는 ‘관계주선사’입니다. 이웃 간의 관계를 살리는 일을 합니다.
강주희 님이 방화동에서 정붙이고 살 수 있도록 이웃과 좋은 관계 맺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규 입주민을 구실로 인사 나누실 수 있도록 마중물을 만들어 드려야겠습니다.
준비│잔치 제안하기
설 날이 다가옵니다.
둘레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여 떡국을 끓여 먹고 새해 인사를 나누기를 바라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어렵습니다.
마침 주민모임 풀꽃향기에서 후원해 주신 떡국 떡이 있습니다.
민족대명절인 설날과 떡국 떡, 두 가지가 함께하니 이웃과 인사하기 좋은 구실입니다.
강주희 님께 잔치 제안하러 방문했습니다.
“강주희 님 저번에 통화하실 때 주변에 아는 이웃이 없어서 외롭고 서럽다고 하셨잖아요.
지금은 어떠세요? 아직도 이웃분들 잘 모르세요?”
“지금도 똑같지 뭐. 서러워요.”
“그럼 강주희 님은 이웃분들이랑 인사하고 지내고 싶으세요?”
“그럼요. 인사하고 지내면 좋죠. 혼자 사는데 이웃이 있으면 안전하고 좋지.”
강주희 님은 이번에 복지관을 처음 알게 되셨습니다.
첫 만남이니 복지관이 지향하는 방향과 동네사람들 잔치를 하는 이유를 함께 설명했습니다.
선배 사회사업가의 실천기록을 읽으며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배운 만큼 묻고 의논하고 부탁했습니다.
강주희 님과 떡국 떡을 활용한 잔치 방법을 고민해 봤습니다.
“떡국을 끓여서 같이 먹어도 좋고 떡 볶음을 해도 좋긴 한데 요리하기는 힘들어요.
대부분 혼자 살기 때문에 떡만 나눠서 원하는 대로 조리해서 먹도록 하는 게 좋겠어요.”
강주희 님은 직접 요리를 하기에는 어렵다며, 같은 양으로 소분해서 나누는 것은 할 수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시도록 거들면 됩니다.
혼자 거주하는 이웃의 상황도 생각하여 떡국 떡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웃을 생각하는 강주희 님 마음이 감사합니다. 강주희 님에게 지혜를 배웁니다.
“어떤 분들에게 나누면 좋을까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비어있는 집도 꽤 있고.”
“그럼 이웃분들 중에 고마웠거나 인사 나누고 싶었던 집이 있으세요?”
“전에 나 도와줬던 13호 집이랑 18, 19, 20호 집 있어요.
옆에 두 집은 비어있고 그럼 14호 집까지 해서 다섯 집이랑 나누면 되겠네요.
근데 나 혼자 가요? 혼자는 민망한데 같이 가는 거죠?”
나누는 방법, 나눌 이웃 주민을 강주희 님이 고민하고 결정하셨으니 온전히 강주희 님의 잔치입니다.
강주희 님의 소박한 떡국 떡 잔치 모습을 상상해 봤습니다.
떡국 떡을 구실로 평소 얼굴을 알고 인사 나누던 사이에서
음식을 나누는 사이,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진행│7층 이웃 만남
“선생님 지금 준비 다 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편할 때 와요.”
강주희 님 말씀에 서둘러 댁으로 방문했습니다.
“내가 나누려고 그릇이랑 봉투 다 준비해놨어요.”
강주희 님께서 잔치를 기다리셨나 봅니다.
이웃 댁에 방문하기 전 이웃에게 전해 줄 엽서도 부탁드렸습니다.
“뭐라고 써야 할지를 모르겠는데 내가 불러줄 테니 선생님이 대신 써줄 수 있어요?”
직접 쓰기는 힘드니 내용을 불러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잘 지내봐요.’ 짧은 한마디에 강주희 님이 이웃과 잘 지내보고 싶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강주희 님 엽서에 인사말을 적긴 했지만 나누면서 인사 한 마디씩 하실 수 있나요?”
“그럼요. 당연히 해야죠. 이야기도 나누고 설명도 해야지.”
떡국 떡을 나누러 나섰습니다. 옆집인 18호, 19호 집부터 향했습니다.
“나 17호 사는 사람이에요. 계세요? 떡국 떡이 생겼는데 끓여 먹으라고 가지고 왔어요.”
“저는 드릴 게 없는데. 잘 먹을게요.”
“아휴 뭐 이런 걸 다 가지고 오셨어요.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온 김에 집에 들어와서 잠깐 쉬었다가 가요.”
강주희 님은 18호, 19호 집과는 자주 인사하며 지냈다고 하셨습니다.
18호 집 이웃은 설날에 만둣국을 끓여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이번 잔치로 18호 이웃과는 음식을 주고 받은 사이가 됐습니다.
19호 집 어르신은 집에 손님이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걱정되는 마음에 이웃이 한데 모이기는 어렵지만 마음만은 19호 어르신 댁에 모여있을 겁니다.
이웃 관계가 단절되어 있는 현대사회에
이웃과 좋은 관계 맺어나가고 싶은 17호 강주희 님, 기회가 될 때 먼저 이웃에게 음식을 나눈 18호 주민,
이웃과 한데 모여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19호 주민이 있으니 이웃과 인정이 흐르는 7층일 겁니다.
14호, 20호 집은 인기척이 없어 나누지 못했습니다.
강주희 님은 13호 할머니에게 고마운 일이 있어 인사 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먹을 사람 없어요. 가세요.”
13호 집에 방문하니 할아버지만 계셨습니다.
집에 누군가가 찾아오는 일이 어색하신지 가라고 말씀을 하시며 문을 닫으셨습니다.
13호 이웃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다음 번 할머니와 함께 계실 때 방문해서 인사드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남은 두 봉지는 다른 이웃들 나눠줄게요.”
“생각나는 이웃이 있으세요?”
“여기 있는 집들 차례대로 방문해서 집에 있는 이웃들이랑 나누고 싶어요. 다른 이웃이랑 인사하라는 기회인가 봐요.”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던 13호 집에서는 거절하셨습니다.
인사 나누고 싶었던 14호, 20호 집은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기대한 마음이 컸던 만큼 실망한 마음이 크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다른 이웃이랑 인사하라는 기회인 것 같다며 옆집을 향하는 강주희 님의 모습에서
이웃의 인정을 그리워하시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차례대로 한 집씩 두드려 보셨습니다.
“안녕하세요. 17호 사는 강주희예요. 작년에 이사 왔는데 인사가 늦었어요.
떡국 떡이 있어서 입맛대로 요리해서 드시라고 가지고 왔어요.”
“안녕하세요. 이렇게 귀한 걸 어떻게 가지고 오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감사해요. 받기만 해서 어떡해요. 저는 여기 이사 온 지 10년 됐는데 이렇게 인사하시는 분은 처음이에요.”
이렇게 새로운 이웃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강주희 님은 신규 입주민을 구실로 이웃과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강주희 님에게는 이사 와서 이웃과 인사하는 문화가 당연한 거였을지도 모릅니다.
점점 사라지는 인사하는 문화가 그리우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웃과 인사 나누는 문화, 안부 묻는 사이…
이웃 간의 관계가 생동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사회사업을 해야 할지 궁리해 봐야겠습니다.
“강주희 님이 이웃분을 생각해서 준비하셨어요. 어떠세요?”
강주희 님께 떡국 떡을 받으신 이웃에게 소감을 여쭈었습니다.
“고맙죠. 이렇게 생각해 주니까.”
“너무 감사하죠.”
“귀한 걸 나눠주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울컥하네요. 요즘은 이런 모습 찾기 어렵잖아요. 어르신이 주시니까 더 기분이 이상해요.”
먼저 방문하여 인사를 드리니 좋아하시는 모습입니다.
이번에 인사 나눈 이웃분 모두 예부터 이웃 간 인정을 나누는 문화를 경험한 분들이셨을 겁니다.
먼저 다가와 인사와 음식을 나누는 이웃의 모습에
옛날 이웃과 인정을 나누며 함께 살아왔던 기억이 떠오르셨을 수도 있습니다.
강주희 님이 이룬 떡국 잔치를 계기로 이웃 간 교류가 활발해지는 7층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동이 옆쪽 라인도 있었어? 여기는 처음 봤네.”
잔치를 마치니 강주희 님께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입주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거주하는 동에 대해 새롭게 알았습니다.
잔치를 구실로 새로운 이웃을 알게 되고 알고 지내던 이웃과 더 가까워졌을 겁니다.
이번 잔치가 강주희 님께도 의미 있는 잔치였기를 바랍니다.
“내가 이사 와서 떡을 돌릴까 고민을 했었어요.
옆에 사람이랑 이런저런 안 좋은 일들이 있어서 그 마음을 접고
조용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선생님이 마음의 문을 딱 두드려준 거지.
이렇게 인사 나눈 사람들과는 나중에 또 음식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됐어요.”
사회사업은 누구나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를 지향합니다.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살 만한 사회입니다.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혼자는 아닌 세상입니다. 사회사업 이상은 문제를 없애는 쪽보다 이웃과 인정을 살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 복지요결 42쪽. 누구나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
잔치 제안하길 잘했습니다.
정붙이고 살 만한 사회는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살 만한 사회라고 합니다.
강주희 님이 이웃과 불편하거나 갈등이 있을지라도 그래도 혼자는 아닌 세상입니다.
이번 떡국 잔치를 계기로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음을 느끼셨을 겁니다.
평가│감사인사
잔치 마무리는 감사인사입니다.
감사만 잘해도 사회사업은 반을 넘습니다.
잔치 의미를 알고 이뤄주신 강주희 님이 계셨기에 잔치가 풍성했습니다.
직접 만나 뵙고 인사드리면 좋겠지만 강주희 님 개인 사정으로 연락 드리기가 어려워 감사인사는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준비한 사진과 편지는 문자로 보내드렸습니다.
강주희 님이 떡을 나누신 이웃 한분을 만났습니다.
"강주희 님이 떡국 떡 나누시고 이후에 만나신 적 있으세요?"
"그럼요. 만났죠. 그 날 이후로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하는 것 같아요."
"이웃 간 음식을 나누는 문화는 어떠신 것 같아요? 관계가 더 가까워질까요?"
"가까워지죠. 음식을 나눠주니 얼마나 감사해요."
음식을 나누고 더 반갑게 인사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웃분도 강주희 님의 인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거일 겁니다.
이번 떡국 잔치를 계기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인사 나누면 계속 인사 나눌 수 있어요. 우리 세대는 다 가능해요."
강주희 님께서 잔치 준비, 진행하면서 자주 하시던 말씀입니다.
이웃과 인정을 나누던 옛 정서를 경험했기에 하실 수 있는 말씀일 겁니다.
이웃과 가볍게 인사 나누는 사이보다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 관계가 그리우셨을 겁니다.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는 이웃 한명만 있어도 이웃과 인정을 나누는 관계가 살아날 것 같습니다.
강주희 님과는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이웃이 없어 서럽다' 말 한 마디로 인연이 시작 됐습니다.
이번 잔치를 진행해보니 옆집 두분과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아는 이웃 한분 없이 외롭게 지내시지는 않을까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인사 나누는 이웃이 있었다니 다행입니다.
떡국 잔치를 계기로 얼굴 모르는 이웃에서 인사, 음식을 나눈 이웃이 되고
인사만 나누던 이웃이 안부 묻는 이웃,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강주희 님이 둘레사람들과 더불어사는 모습을 꿈꿉니다.
이웃과 인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주신 강주희 님께 감사합니다.
덕분에 관계 약자 당사자가 이웃과 인정을 나누도록 거들 수 있었습니다.
'하는 일 > 실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네사람들] 나은이의 6통 정월대보름 잔치 이야기_진행과 평가 (3) | 2022.03.04 |
---|---|
[동네사람들] 나은이의 6통 정월대보름 잔치 이야기_기획과 준비 (1) | 2022.03.03 |
[동네, 안녕!] 3월 인사캠페인_ 그리운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세요 (0) | 2022.03.02 |
[동네사람들] 1102동 임정순 님 떡국 잔치 (4) | 2022.03.02 |
[동네, 안녕!] 곁에있기2팀 2월 상가와 함께하는 인사캠페인 (2) | 202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