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놀자] 공항동 자연놀이터 | 길 위의 학교 입학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1. 11. 3. 18:59
(글쓴이 : 정해웅 사회복지사)
*이 글은 7월 활동 시점을 기준으로 쓰여진 실천기록입니다.
길 위의 학교 시작
6월, 공항동 자연놀이터 친구야 놀자 참여 아이들이 단기사회사업 ‘길 위의 학교’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직접 올여름을 함께할 대학생 선생님을 면접 봤습니다.
좋아하는 것부터 잘하는 것까지 서로의 마음을 묻고 마음을 들었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그저 재밌게 놀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
함께하는 대학생 안연빈, 이동현 학생이 그 마음을 잘 새겨주길 바랐습니다.
7월 단기사회사업 실습이 시작되면서 대학생 선생님들은 사회사업 근본을 공부했습니다.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의 공생성을 배우면서도
‘길 위의 학교’라는 활동의 목표를 세우며 아이들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준비하고 떠나는 걷기 여행을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
마을 안에서의 관계가 생기길 바랐습니다.
“목표는 여행 계획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관계입니다.”
-실습생 실습일지 가운데-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 중에는 친한 친구도 있고 아직 조금 어색한 친구도 있습니다.
자연스럽습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국토여행을 구실로 관계가 생겼으면 합니다.
잘 놀며 친구를 사귀고, 마을 안에서의 관계가 생기길 바랍니다.
올여름, 관계를 배우며 ‘잘’ 놀고만 싶은 마음입니다.
길 위의 학교 입학(온라인 첫 회의)
코로나19로 9명의 아이들이 다 함께 만나기 어렵습니다.
만나더라도 3명씩 나누어 소규모 만남을 해야 합니다.
첫 만남부터 팀을 나누기 어려웠습니다.
사회사업가 혼자 고민하지 않습니다.
당사자와 묻고 의논합니다.
아이들 첫 만남 이전에 단기사회사업 활동 경험이 있는 지호를 만나 묻고 의논했습니다.
첫 만남부터 아이들의 일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9명의 아이들이 다 함께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다 함께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함께 궁리했습니다.
지호가 다 함께 모이지 못한다는 말에 실망한 눈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9명 친구들과 모두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며 ZOOM을 통한 온라인 만남을 제안했습니다.
첫인사만큼은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다 같이 하고 싶다고 합니다.
평소 ZOOM으로 친구들과 자주 놀기 때문에 온라인 만남이 익숙하다고 합니다.
“제가 친구들한테 연락할게요, 온라인 회의 방도 만들 수 있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부터 회의 준비, 진행까지 아이들이 직접 합니다.
당사자와 묻고 의논하다 보니 당사자의 강점이 보입니다.
아침 10시, 9명의 아이가 모두 ZOOM으로 모였습니다.
선생님이 언제 몇 시에 모이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지호가 친구들과 시간도 정하고 회의 방도 직접 열었습니다.
목소리로 혹은 채팅으로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합니다.
채팅창을 도배해버리는 장난도 칩니다. 국토여행을 가기 위한 회의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요즘 관심사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좋아하는 게임 이야기를 하며 채팅 대화명을 게임 이름으로 바꿔보기도 합니다.
국토여행 준비과정이 아이들에게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함께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행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다 함께 모이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하니
여행을 가는데 ‘팀 정하기’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오늘 회의 목표가 정해졌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팀 후보가 쏟아져 나옵니다.
재밌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바로 제시하기보다는 기다리고 지켜봅니다.
조용히 있던 한 친구가 길잡이 팀을 제안합니다. 그러자 준비물 팀 이야기도 나옵니다.
준비물 구하는 이야기를 하던 중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쌤은 아무것도 안 해요? 그런 건 쌤이 해야죠!”
그리고 이 시간을 ‘줌 수업’이라 표현합니다.
선생님은 준비하고 아이들은 그 준비된 것에 잘 따르는 일.
그런 생활이 당연하고, 그런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익숙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선생님이? 이건 너희들의 여행이야! 너희들이 다 하는 거야.”
준비물 팀 하면 돈이 많이 드니까 하기 싫다고 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준비물이 없으면 그것을 사는 일이 당연했을 겁니다.
“너희 주변에 빌려주실 수 있는 분께 찾아가서 구할 거야. 돈 하나도 쓰지 않아.”
선생님이 준비해주신 대로 활동하고,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필요한 것을 사는 익숙한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모두 자기들이 직접 해보면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둘레 사람에게 인사하고 부탁하면서 관계가 좋아지길 바랍니다.
저도 살면서 그렇게 해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아이들이 이뤄가는 과정을 함께 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에서 배우고 싶습니다.
같이 그 기쁨과 희열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실습생 실습일지 가운데-
온라인 첫 만남 이후 팀이 정해졌습니다.
사진찍기와 방역을 담당하는 사진·방역팀,
여행 가는데 필요한 전체 준비물을 점검하는 준비물팀,
여행 준비 회의 장소 섭외, 여행 장소를 정하고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팀으로 팀이 나뉘었습니다.
모두가 하고 싶은 팀을 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조정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회의를 통해 어떤 팀을 하고 싶은지 각자의 1~3순위와 각자의 일정을 물었습니다.
희망 순위와 일정을 고려해 팀을 정했습니다.
사진·방역팀은 재훈, 진서, 준비물팀은 준영, 지호, 길잡이팀은 민철, 태영, 민재입니다.
장소 대관(강서든든데이케어센터)
이제는 팀 모임을 하기 위한 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사회사업가가 준비해 놓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부탁합니다.
마을에 사회사업가의 관계가 아닌, 아이들의 관계가 더 생기길 바랐습니다.
시간이 되는 아이들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태영이가 시간이 된다며 선뜻 주민센터 앞에서의 만남을 제안해주었습니다.
태영이와 회의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어디에 부탁을 드려볼까 이야기 중
모임 장소로 당사자 면접을 봤던 든든데이케어센터를 떠올려 주었습니다.
태영이에게 공항동 어딘가에 아는 공간 한 곳이 더 생긴듯해 감사한 마음입니다.
장소를 섭외하려면 담당자를 만나 봬야 합니다.
담당자를 만나 뵈려면 찾아가도 괜찮은지 전화로 여쭤봐야 합니다.
모든 과정을 태영이가 했습니다.
태영이가 모든 친구에게 한두 번씩 전화했습니다.
어색함 없이 전화를 쉽게 합니다.
시간이 되면 만나서 함께 장소를 빌리는데 인사드리러 가자 합니다.
아쉽지만 다른 친구들 모두 일정이 있어 혼자 센터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전화를 걸기 전에 저를 상대로 연습했습니다. 담당자인 척 태영이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일로 전화하셨어요?”
“저희 길 위의 학교 프로젝트를 위해서 지하를 빌리려고요”
떨려 하는 듯하다가도 침착하게 답했습니다.
준비를 마친 태영이는 든든데이케어센터 담당자 전화번호로 전화했습니다.
이번엔 실전입니다.
담당자에게 침착하게 방문 목적을 설명해 드리고 약속을 잡았습니다.
10분 뒤에 센터로 와도 좋다는 담당자의 허락을 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환호를 지르며 손뼉을 쳤습니다. 태영이가 멋지게 해냈기 때문입니다.
기세를 몰아 센터로 향했습니다. 파트장님이 저희를 맞아주셨습니다.
태영이는 한 번 더 저희의 목적을 밝히고 사용해도 될지 물었습니다.
파트장님은 좋다고 하시면서 사용하는 날엔 일지를 적어야 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태영이에게 듬직하다는 칭찬도 하셨습니다.
사진만 찍으면 되는 제가 더 긴장했고 태영이는 여유로웠습니다.
-실습생 실습일지 가운데-
‘길 위의 학교’ 학부모님들께 첫 만남이 어땠는지,
오늘 아이들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활동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온라인 회의를 준비하고 친구들을 모아준 지호,
회의 진행을 이끌어준 민철,
여행에 꼭 필요한 역할을 제안해준 강민, 진서,
회의 분위기를 이끌어준 재훈, 준영,
마을 어른에게 인사드리며 회의 장소를 빌려준 태영이 모두 고맙습니다.
아이들의 여행으로 아이들 스스로 준비했습니다.
좋은 선생님이 아닌 좋은 동네 어른으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만남이 수업이 아닌, 재미난 놀이가 전부였으면 좋겠습니다.
잘 놀 수 있도록 잘 돕고 싶습니다.
아이들 어머님께 첫 모임이 끝나고는 아이들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활동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글로 정리하니 아이들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다음 팀별 모임 때는 개인적으로도 한 아이의 강점 세세히 적어서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둘레 사람에게 자랑 칭찬합니다. 둘레 사람이 알고 칭찬해 주면 더욱 고무됩니다.
당사자와 둘레 사람 사이가 좋아집니다. 당사자와 둘레 사람에게 두루 유익합니다. (복지요결, 77p)
저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봅니다.
학교나 센터,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왔을 때 종종 부모님께 선생님의 칭찬을 전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00이가 정말 잘한대."하고 전해 들으면 하늘로 날아갈 듯이 기분 좋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러면 부모님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재잘재잘 말하는 일이 재밌었습니다.
오랜만에 잊고 있던 그 설렘을 떠올립니다.
아이들에게도 그 설레는 기억 많이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강점 샤워 잔뜩 해주고 싶습니다.
-실습생 실습일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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