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일상글쓰기' 모임 4월 활동 이야기

(글쓴이: 맹예림 사회복지사)

 

안녕하세요. 이어주기과 맹예림 사회복지사입니다.

2025년 이웃기웃 사업의 첫 번째 이웃모임은 ‘일상글쓰기’입니다.

 

작년에 진행했던 ‘한글배우기’ 모임이 올해는 ‘일상글쓰기’ 모임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필사, 가족에게 편지 쓰기, 자연 묘사, 일기 작성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눕니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글로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3월에 시작한 모임이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4월 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일상글쓰기 3회차

이번 주 Small Talk 주제는 ‘저번 주에 있었던 가장 행복했던 순간’입니다.

“아프지 않고, 병원 안 간 게 제일 행복해요”

“자녀와 밥 먹으러 멀리 다녀 온 게 행복해요”

“미술 학원에서 그림을 그렸던 게 행복해요”

특히, 신경숙 님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시며, 자랑하셨습니다.


일상글쓰기 모임이 두 번째까지 진행되었을 때, 어르신들이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가장 어려워하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직접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내가 한글을 이렇게나 몰랐다니 싶어요”

“세종대왕이 정말 대단하셨네요”

“여기 있는 거 다 어려워요. 집에가서 한 번 더 공부할거에요”

 

이번 시간을 준비하면서 저도 맞춤법을 다시 점검해 보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어르신들께서도 맞춤법을 두 번 정도 써보시면서, 바른 맞춤법을 정확히 몰랐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셨습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다시금 느끼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모임부터는 최연희 자원봉사자 선생님과 함께하게 되어 분위기가 한층 더 활기찼습니다.

윤복순 님께서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해요.” 라며 눈물을 보이시자,

“아니에요. 어르신들이 이 자리에 모이신 덕분에 저희가 함께할 수 있는 겁니다.”라며, 어르신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신경숙 어르신께서는 최연희 자원봉사자 선생님을 만난 느낌을 시로 써주셨습니다.

최연희 봉사자 선생님과의 조우
선하고 환한 미소로 수줍게 다가오신
선생님은 글쓰기 모임 분들께
선한 영향력을 미치시며 긍정
에너지를 보내시는 고마우신 분이니
오늘의 참 좋은 인연이 되었다.

 

공항동 지역주민분들이 모이실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모임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이어주기과는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을 지역 주민분들이 알아주실 때, 저희에게는 더없이 큰 감사입니다.


일상글쓰기 4회차

“저희 일상글쓰기 모임 30분 더 늘리면 어떨까요? 1시간만 활동하는거 너무 아쉬운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가 참여자 어르신께 여쭤봤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여기까지 온 김에 더 이야기 나누면 좋지~”, “공부 더 하면 좋죠”라며 밝은 얼굴로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부터는 모임 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30분이 주는 여유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글을 쓰고 나누는 과정에서 조급함이 줄어들었고,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도 생겨 훨씬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 돈, 시간에 제한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을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먼저 그림을 그리고, 각자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그동안 모임에서 글쓰기에 익숙해진 어르신들께서는 글을 먼저 쓰신 뒤, 그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나중에 그리시기도 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보며, 내가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에 처음에는 모두 조금 머뭇머뭇하시고, 생각해본 적 없던 것을 갑자기 떠올리려니 조금 어려워하셨습니다.

조금씩 글을 쓰다 보니,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을 잡으셨습니다.

그 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가셨습니다.

“나는 학교를 다니고 싶다.”

“하늘색 2인용 전기 자동 주행 승용차를 타고 싶다.”

“나는 키가 큰 여자가 되고 싶다.”

 

4월 활동은 권민지 과장님께서 “어르신들마다 글쓰기 수준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다”라고 해주신 조언을 바탕으로 구성한 활동입니다.

그 조언을 바탕으로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자원봉사자가 모임에 함께 참여해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말이 길지 않아도, 글이 서툴러도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내다 보면, 누가 글을 잘 쓰는지, 못 쓰는지를 따지는 분위기보다는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모임에서는 ‘나’를 중심에 두려고 합니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웃게 했던 기억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말로, 그림으로, 글로 조금씩 꺼내보는 시간.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보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글쓰기 실력도 함께 자라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상글쓰기 5회차

“언니 이름이 염... 뭐더라?”

“두 분 1년 동안 글쓰기 모임 하셨는데, 서로 성함 모르세요?”

“네, 저희는 서로 이름 몰라요.”

“그럼 다음 주에는 우리 서로 이름 외워볼까요?”

“그래요. 좋아요.”


이번 일상글쓰기 모임의 주제는 ‘나를 소개하기’입니다.

일상글쓰기 모임은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이 있고, 정이 오가는 모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서로의 이름 정도는 알고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성명, 거주지, 별명, 혈액형, 나의 꿈,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장점, 그리고 나를 더 소개하고 싶은 내용을 적어보았습니다.

어르신들과 소개지를 함께 써보니, 어르신들끼리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저 또한 어르신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신경숙 어르신께서는 아동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원하셨고,

윤복순 어르신께서는 수화를 배워 청각장애 아동과 대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어르신, 수화를 꼭 배우지 않으셔도 글쓰기를 통해 청각장애 아동을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거예요.”

“글쓰기로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너무 좋죠.”

어르신들이 원하시는 활동을, 어르신들이 잘하시는 방식으로 이어가며, 어른 노릇하시길 바랐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써주신 이 소개지, 저희가 만들어볼 책의 첫 번째 장에 넣으면 어떨까요?”

“좋아요.”

“혹시 이 내용 말고 더 넣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지금 생각하려니 어렵고... 1주차, 2주차 해보면서 떠오르면 그때 넣고 싶어요.”

이제는 어르신께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계신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2025년 12월,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책이 완성될 예정이오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4월 22일, 4월 29일은 일상글쓰기 모임 쉬는 날이에요. 그리고 5월 6일은 대체휴일이라 쉬고, 5월 13일 화요일에 모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요. 공부하다가 방학이 생기니까 너무 좋네”

“3주나 쉬니까 서로 이름은 외워주시면 어때요?”

“오래 쉬는데, 할 수 있죠”

 

일상글쓰기 모임 쉬는 날과 공휴일이 겹쳐, 부득이하게 3주간 모임이 중단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르신들께는 서로의 이름을 외워오는 소소한 숙제를 드렸습니다.

다시 만나는 날, 이름을 기억하며 더욱 가까워진 마음으로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날씨가 한층 포근해진 요즘, 5월에는 더욱 따뜻한 이야기로 어르신들을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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