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세연이의 설 잔치 뒷이야기 | 김동심 할머니의 라면 잔치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1. 2. 17. 11:05
*발열체크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소규모로 진행하였습니다.
(글쓴이 : 김민지 사회복지사)
뒷이야기 | 김동심 할머니의 라면 잔치
세연이가 준비한 떡국 잔치가 다음날 김동심 할머니의 라면 잔치로 이어졌습니다.
세연이의 진심 어린 마음이 잔치는 부담스럽다던 김동심 할머니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잔치라고 하기엔 인원도 계획도 소박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김동심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직접 초대하고 여시는 귀한 후속 모임입니다.
떡국 잔치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음 모임을 기다리며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모임 당일, 세연이가 학교가 끝나고 부리나케 달려왔습니다.
학교 선생님께 오늘 이웃 할머니 댁에 라면 먹으러 가기로 했다고 자랑하고 얼른 끝내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김동심 할머니를 움직였다는 것을 아는지 정말 많이 기대했다고 합니다.
세연이와 김동심 어르신의 라면 잔치에 갔습니다.
그저 같이 라면 한사발 끓여 먹는 모임이었습니다.
김동심 할머니 댁에 도착하여 두런두런 둘러앉았습니다.
컵라면을 꺼내주시고 각자 먹고 싶은 만큼 스프를 넣고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세연이는 스프를 반만 넣었습니다.
냄비에 올려둔 물이 끓고 쪼로록, 표시 선까지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김동심 할머니가 면이 잘 익게 얼른 닫으라고 덮어주신 라면 뚜껑을 바라보며 다 익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인내의 시간 3분.
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며 세연이와 계속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면을 휘젓기를 반복하다가
김동심 할머니에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냅둬! 뚜껑을 가만 덮어놓고 면이 잘 익어야 배탈이 안나지.”
라면과 함께 먹을 김치와 군고구마도 꺼내주셨습니다.
탈 없이 맛있게 먹길 바라는 김동심 할머니의 정성으로 끓여진 라면이 후루룩, 후루룩 부드럽습니다.
거창한 메뉴는 아니지만 두런두런 이야기꽃 피우며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따뜻한 음식만큼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도 따뜻했습니다.
먹는 가운데 세연이가 다니는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세연이가 센터에 언제쯤 올 예정인지 확인하고자 전화 주셨다고 하셨습니다.
세연이가 설명했습니다.
“저 어제 떡국 잔치했잖아요. 이웃들한테 떡국 가져다드리고.
김동심 할머니가 오늘은 라면 먹으러 오라고 초대해주셔서 지금 같이 밥 먹고 있어요!
먹으면서 놀다가 3시 전에 갈게요!”
밝은 표정으로 통화를 끊은 세연이가 자랑스럽게 얘기했습니다.
“저 오늘은 당당해요. 선생님. 센터장님한테 센터 늦게 가는 이유 설명할 수 있어요.”
정말 당당해 보였습니다. 어깨가 펴졌습니다.
평소 세연이가 조금 더 놀다가 센터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도 설명을 잘 못 했다고 했습니다.
가끔은 센터에 미리 말하지 않고 가기로 한 시간보다 훨씬 지나서 가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이렇게 마을에서 신나게 잔치하고 있다고 센터장님께 자랑하고 초대받았다고 자랑했습니다.
놀다 가겠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세연이 덕분에 마을 이웃들과 즐거운 잔치를 열었습니다.
그 잔치 과정 덕분에 세연이는 마음을 표현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양해를 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떡국 끓이는 법, 음식을 나누는 기쁨은 두말할 것 없이 배웠지요.
그렇게 김동심 할머니 댁에서 한참을 앉아 놀다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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