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놀자] 공항동 자연놀이터 | 길 위의 학교 5교시(여행)

(글쓴이 : 정해웅 사회복지사)

*이 글은 7월 활동 시점을 기준으로 쓰여진 실천기록입니다.

 

 

가방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여행 날이 밝았습니다. 바람이 선선하니 힘을 주는 것만 같습니다.

구름을 보자니 더위를 식혀주는 것만 같습니다. 모든 게 여행을 위한 것만 같은 날입니다.

 

3, 송정초등학교에서 길 위의 학교 아이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손소독제를 챙겨주는 손오공,

친구들 준비물을 확인하는 작비,

함께 가는 선생님들에게 걷기 루트를 설명하는 레몬비트까지.

모두 자기 역할에 충실합니다.

 

큰 가방을 들고 온 아이도, 작은 가방을 들고 온 아이도 있습니다.

서로가 나눠 들기로 했던 음료와 물, 간식을 넣으려니 벌써 가방이 꽉 찬 친구들도 있습니다.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친구 가방에 서로의 짐을 나누어 챙깁니다.

서로에게 묻고 부탁하며 함께 짐을 챙기는 마음이 귀합니다.

 

히유 어머님께서 아이들 간식을 준비해주셨습니다.

히유 어머님께서는 당사자 면접 시에도 실습생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간식을 챙겨주셨었습니다.

항상 히유와 친구들을 함께 챙기며 베풀어 주심에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그 마음 잘 받아 자기 것을 챙길 때

주위 친구 것도 한 번 더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큰 가방도 빵빵합니다.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대부분이 이웃에게 받은 것들입니다.
자기 물건은 아주 일부입니다.
그렇게 이웃 사랑 가득 짊어진 채 여행을 떠났습니다.
-실습생 실습일지 가운데-

 

 

아이들을 따라서

걷기 순서에 따라 팀별로 국토여행을 출발했습니다.

 

저는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전혀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도가 닳도록 보고 답사까지 다녀온 아이들은 자신 있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는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1조엔 레몬비트, 2조엔 히유, 3조엔 엠제이가 길잡이팀으로서 활약했습니다.
2주간 아이들이 계획하고 준비한 여행입니다.
아이들보다 여행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든든하게 길잡이 역할을 해준 길잡이팀 고맙습니다.

함께. 그리고 힘들게. 
이 두 가지가 같이 있으면 관계가 물 흐르듯 생깁니다. 
가방이 작았던 핫도그는 히유에게 과자를 맡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걷던 중간중간 그것을 꺼내 달라고 하면서 이야기 나눌 구실이 생겼습니다.

핫도그는 새 신발이라 걷는 내내 힘들어했습니다. 
신발이 작아 발가락이 아프다 했습니다. 비포장 내리막길에서는 더 심했습니다. 
다른 팀 친구들은 먼저 가서 안보입니다. 히유가 같이 발맞춰 가며 걱정해주었습니다.

“핫도그 발 많이 아파? 괜찮아?”
“어. 괜찮아.”

관계가 생동함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번 여행이 좋은 구실이길 바랍니다.
-실습생 실습일지 가운데-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쉴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모습,

친구들의 물품을 함께 들어주는 모습,

함께 발을 맞춰 걸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이들의 강점이 흘러넘쳤던 여행길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이런 마음을 잘 알아봐 주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을 아이들의 강점으로 바라보며 칭찬해주고,

그 의미를 되짚어주고 싶습니다.

 

행주산성에 도착했습니다.

9.9km3시간 19분 만에 걸었습니다. 길 위의 학교공식 신기록입니다.

힘들어하면서도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이 얼굴에 나타납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힘들다는 이야기보다 힘내자는 말로 서로를 격려합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준비해온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히유는 자기 물을 M.J에게 주었습니다. 저에게 라면 한 입도 주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을 챙겨주고 자신의 것을 내어주며 배려해준 히유, 고맙습니다.

컵라면을 먹고 아이들이 준비한 게임, 보물찾기를 했습니다. 
팀별로 색깔이 다른 색종이를 숨겼습니다. 보물찾기 중간에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놀기 바쁜데 왜 보냐는 반응입니다. 
그러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새빨간 태양을 보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야야야!! 저거 봐! 저건 찍어야 돼!”
“여기 빨리 올라와. 이거 보려고 여기 온 거다!”

하나둘 일몰이 잘 보이는 곳으로 뛰어갑니다. 사진도 열심히 찍어보지만,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보세요. 진짜 잘 보여요.”

레몬비트는 항상 좋은 것이 있으면 주변 사람에게 알립니다. 
좋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귀합니다.
-실습생 실습일지 가운데-

 

보물찾기, 경찰과 도둑, 마피아까지 10km를 가까이 걸어오고도 지치지 않나 봅니다.

신나게 뛰어놉니다. 자연스럽게 핸드폰이 한곳에 모여졌습니다.

뛰어노는데 핸드폰은 짐일 뿐입니다.

자연으로 여행가 재밌게 놀다 보니 자연스레 핸드폰과 멀어집니다.

 

지금까지는 “~하지 말기라는 규칙이 익숙했을 겁니다.

길 위의 학교에서도 “~하지 말기라는 부정적인 규칙을 많이 세웠습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행, 자연에서 뛰어노는 놀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핸드폰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활동할 때는 친구들과 뛰어놀기라는 규칙이 핸드폰을 더 멀리하는 규칙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아이들과 “~하지 말기보다는 “~하기라는 대화를 많이 하고 싶습니다.

문제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엉뚱한 일,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일로 만나 강점만 보고 싶습니다.

 

작비와 히유 어머님께서 아이들을 데리러 와주셨습니다.

아이들의 여행에 어머님들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두 어머님 차에 나누어 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들이 데리러 와주신 친구 어머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재밌었다며 다음 여행지를 이야기합니다.

실습 선생님들과 언제 또 여행 갈 수 있는지 일정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둘레 사람의 도움으로 생애 첫 국토여행을 잘 이루었습니다.

아이들의 여행이기도 했지만, 많은 둘레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공항동이란 마을의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수료식이 남았습니다.

잘 마치며 둘레 사람들께 감사함도 잘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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