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설날 잔치 진행 1 | 두근두근 허은숙 님과 김경옥 님의 만남

(글쓴이 : 정민영 사회복지사)

 

 

김경옥 님과 허은숙 님

 

 

설날 잔치가 기대되는 마음에 약속했던 시간보다 일찍 허은숙 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허은숙 님은 떡국을 끓이느라 정신이 없어 보이셨습니다.

 

"선생님 어떡해요. 간이 맞을지 모르겠어요. 간 좀 봐주세요."

 

처음 만나는 이웃에게 맛있는 떡국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셨습니다.

허은숙 님이 만들던 떡국을 한 입 맛보았습니다. 

허은숙 님의 정성과 마음으로 간을 해서 그런지 떡국이 참 맛납니다. 

 

사골육수에 대파를 넣고 떡이 익을 때까지 떡국을 한소끔 끓이셨습니다. 떡국이 맛있게 익어갑니다. 

떡이 잘 익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신 후에야 계란 지단을 준비하셨습니다.

노른자와 흰자를 잘 분리해 정성껏 지단을 붙이십니다.

계란 지단까지 올리고 김가루로 떡국을 마무리하셨습니다. 

 

 

허은숙 님이 직접 만드신 계란 지단

 

 

허은숙 님은 댁에 있는 반찬통 중에서 가장 큰 통을 골라 떡국을 한가득 담으셨습니다. 

얼핏 보기에 3인분은 되어 보입니다. 떡국 양만큼이나 허은숙 님의 마음도 가득합니다.

 

드디어 떡국이 완성되었습니다. 

허은숙 님은 떡국을 완성하자마자 자리에 앉아 천천히 편지를 써 내려가셨습니다. 

떡국만큼이나 편지도 한자 한자 정성 들여 쓰십니다. 

 

"선생님 이 책 드려도 되나요? 제가 이 시집을 좋아하는데 그분한테 드리고 싶어서 샀어요."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당신이 좋아하는 시집을 김경옥 님에게 선물하려고 준비하셨습니다.

떡국 준비뿐 아니라 시집까지 준비하신 허은숙 님의 모습에 진심을 느꼈습니다.

설날 잔치를 복지관의 일이 아닌 당신의 일로 생각해 주셨기에 시집까지 준비하셨고 그 마음에 감사했습니다.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시는 허은숙 님

 

 

허은숙 님이 김경옥 님에게 떡국을 전하러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주원이도 함께 갔습니다.
원래는 김경옥 님 댁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으나 김경옥 님이 갑자기 일이 생기셔 근처 공원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 멀리서 김경옥 님이 뛰어오십니다. 주원이도 신이 났는지 김경옥 님을 향해 달려나갑니다.

드디어 허은숙 님과 김경옥 님이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5동에 사는 김경옥이라고 해요. 여기 선생님이 또래 이웃을 소개해 준다고 해서 나왔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2동에 살고 있는 허은숙입니다. 제가 집에서 떡국을 끓였는데 맛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허은숙 님이 직접 만든 떡국과 편지를 김경옥 님에게 전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어 보여요. 저는 준비한 것도 없는데 어떡해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처음 만나는 자리다 보니 두 분 다 서먹서먹해하셨습니다. 

 

"허은숙 님이 평소에 좋아하시는 시집을 직접 구입하셔서 김경옥 님께 선물해드린다고 가져오셨어요."

"정말요? 저 시집 좋아해요. 제가 시집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가져오셨어요."

 

김경옥 님은 허은숙 님이 준비한 시집을 보고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김경옥 님이 떡국 다 드시고 이 반찬통을 다시 허은숙 님께 가져다드려야 하잖아요. 

다음 주에 설날 지나고 반찬통 가져다주시면서 또 만나도 좋겠어요."

 

"좋아요.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잖아요. 제가 이 통에다가 맛있는 거 담아서 가져다드릴게요.

저한테 떡국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설날이 지나고 허은숙 님과 김경옥 님이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셨습니다. 

 

김경옥 님이 개인적인 일이 있으셔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풍성한 분위기였습니다.

 

설날 떡국을 구실로 허은숙 님과 김경옥 님의 관계가 움틉니다.

소박한 떡국 한 그릇으로도 이웃에게 마음 전하기 충분합니다.

소박한 설날 잔치라서 더욱 풍성하고 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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