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 1101동 복날 잔치 이야기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1. 9. 8. 16:40
(글쓴이 : 이예지 사회복지사)
1. 방신시장에서 과일사기
이정순 어르신과 과일 사러 방신시장에 갔습니다.
“내가 홍어를 좋아하거든. 여기 홍어집 있어. 여기는 옷도 팔아.”
신입직원이라고 소개해 드린 덕에, 시장 가는 길 골목골목 소개해주셨습니다.
동네에 오래 사신 어른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르신이 앞장서시고 김민지 선생님과 제가 뒤따라갔습니다.
어르신이 과일가게 사장님께 이것저것 물어보시며 오늘 좋은 과일이 있는지 확인하셨습니다.
“복지관 선생님들이랑 어르신들 기쁘게 해드리려고 과일을 몇 개 사 가려고요.
귤 안 셔요? 많이 줘요. 예쁜 것으로 줘요.”
이웃들과 좋은 것만 나누고 싶으신가 봅니다.
과일 사장님의 조언으로 나눠 포장하기 좋은 방울토마토와 바나나를 추가하였습니다.
“잔치하는데 포인트로 사과는 있어야지. 사과도 줘요.”
조그마한 과일들만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어르신의 것으로 색이 예쁜 홍로사과를 사주셨습니다.
덕분에 포도, 사과, 귤, 방울토마토, 바나나. 색 조합도, 맛도 좋은 과일들을 샀습니다.
“옥수수 하나씩들 뜯어.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이정순 어르신께서 옥수수를 사주셨습니다.
할머니와 같이 시장에 다녀오면, 간식거리 하나는 꼭 손에 쥐고 오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시장 구경 정말 오랜만이에요.”
“시장 구경시켜줘야겠구먼. 돌아갈 때 이쪽 골목으로 가면 시장 구경도 하면서 집에 갈 수 있어.”
2. 과일바구니 준비
시장 구경 잘하고 집으로 돌아와, 1101동 어르신들께 과일 나눌 준비를 하였습니다.
“과일은 내가 씻을게.”
젊으셨을 때 식당을 운영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집에 큰 대야가 많았습니다.
큰 대야나 소쿠리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그 구실로 이정순 어르신을 찾아가는 것도 참 좋겠습니다.
“어르신, 어떤 이웃들을 드리면 좋을지 성함이나 호수만 써주시면
저희가 편지 내용 불러 주시는 대로 써볼게요.”
“쓸 게 뭐 있어~ 그냥 추석 잘 보내시고, 건강하시고, 잘 드시라고 하면 되는 거지!”
쓸 게 뭐 있냐고 하셨지만, 엽서에는 어르신이 1101동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손이 떨려 글씨를 많이 못 쓰겠다고 하셔서 내용만 대신 써드렸습니다.
편지 받는 이는 이름만 아는 어르신, 층만 아는 어르신, 호수만 아는 어르신.
여덟 분을 위해 편지를 쓰셨습니다.
“요 시간 때쯤 1층 정자에 할머니들 모여있거든.
거기도 한 바구니 주면 안 되나? 그럼 더 많은 사람 줄 수 있잖아.”
1101동에 아는 어르신이 많은 이정순 어르신은 더 많은 이웃에게 나누고 싶어 하셨습니다.
1층 정자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사과와 바나나는 껍질을 깎자고 어르신이 제안하셨습니다.
어르신은 어느 한 가지를 하시더라도 받는 이를 생각하십니다.
어르신의 배려와 지혜에 감탄하였습니다.
이정순 어르신은 과일을 빠르고 예쁘게 깎으십니다.
어르신에게 과일 깎는 법을 배우는 이웃 기웃 동아리를 만들어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 과일바구니 나눔
1101동 정자에 가니 이정순 어르신 말씀대로 많은 어르신이 계셨습니다.
“아휴 뭐 이런 걸 다 준비해왔어.~”
“복지관 선생님들이랑 1101동 어르신들 기쁘게 해드리려고 시장 가서 사 온 거야 많이들 먹어.”
이제 1101동 이곳저곳 다니며 과일 배달을 다니기로 했습니다.
“어디 사는지 호수는 몰라도 직접 가보면 내가 또 알거든. 그럼 같이 가요.”
몸이 불편하셔서 사회복지사에게 배달을 부탁한다고 하셨지만,
신입직원이라는 구실로 어르신과 함께 과일 배달 다닐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과 함께 다니니 모든 것이 수월했고 일사천리로 잔치 할 수 있었습니다.
복지관이라고 소개하는 것보다 어르신 목소리 한마디가 더 영향력이 있었습니다.
“나야 나. 603호 문 좀 열어봐”
이렇게 문을 두들기면 모두 문을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우리 반장님 많이 아프셨는데, 괜찮으셔? 과일 먹고 힘내요”
김희순 반장님께 과일 드렸습니다.
“저번에 보리쌀 너무 잘 먹었어요~
항상 고맙게 생각했는데 몸이 이래서 뭐 도울 일도 없고, 줄 것도 없고. 이번에 과일이 생겨서 나눠요.”
“아휴 뭐 이런 걸 줘요. 안에 들어와서 커피 마시고 가. 들어와~ 복지관 선생님들도 고생하시는데 커피라도 먹고 가.”
810호 어르신은 곡식 넉넉히 생기면 1101동 곳곳 이웃들에게 나누셨다고 합니다.
집으로 들어와 커피 마시자고 하셨지만,
이정순 어르신 사정상 도구 없이 집에 들어갈 수 없어 다음을 기약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복지관 직원에게도 대접해주시려 애썼습니다.
다음 잔치에는 810호 어르신을 참여 주민으로 제안해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아휴 나중에 한번 놀러 올게. 아쉬우니까 그럼 같이 사진이라도 찍어요!”
“아휴 러닝셔츠만 입고 사는 사람인데, 기다려봐요. 뭐라고 걸치고 예쁘게 찍어요.”
이정순 어르신은 810호 어르신을 그저 ‘보리쌀 주신 할머니’라고만 알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반장님을 통해
‘보리쌀 주신 할머니’를 직접 뵐 수 있었고 몇 호에 사시는지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101동 곳곳으로 다니며 과일 배달하였습니다.
“과일이 너무 예쁘게 생겼네. 고마워요.”
“아휴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떡해.”
“그 할머니 이름이 이정순 할머니셨구나~ 603호 산다고요? 맨날 인사해도 몰랐네”
“예쁘게도 담았네. 과일이 너무 예쁘네”
“아휴 그만 나눠주고 할머니도 좀 먹어요.”
과일을 나눠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 앞에서, 복도에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복도에서는 마치 잔치를 하듯 하하 호호 이야기 소리가 퍼졌습니다.
“또 뭐 이야기 나누고 이런 거 있잖아. 그거 해야지!”
집에 돌아와 뒷정리하던 중 어르신이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잔치 후, 해야 하는 것까지 다 알고 계셨습니다.
역시 잔치를 많이 해보신 전문가 같았습니다.
“그럼 내일 또 놀러 와요.”
시간상 복날 잔치 마무리는 내일 만나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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