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1102동 주민과 복날잔치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1. 8. 19. 16:01
1102동 주민 두 분께 제안하여 복날잔치 했습니다.
잔치 제안, 준비, 진행한 이야기 입니다.
복날 잔치 제안
초복을 지나 중복을 앞둔 날 코로나19 바이러스 대규모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는 일이 어려워진 지 오래입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며 제한된 틀 속에서 복날잔치를 구상하고 있었지만
4단계가 되니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무거운 마음 안고 복날 잔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오이냉국, 미숫가루, 콩국수, 콩물, 냉커피, 수박화채.
소박하게 여름 음식 만들어 이웃과 나누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당사자와 의논할 테지만 쉽게 제안하기 위해 미리 생각해두었습니다.
누구와 할지 궁리했습니다.
평소에 이웃을 잘 챙기시는 분, 이웃에게 고마운 일이 있으신 분,
이웃 관계가 약하신 분. 다양한 상황을 떠올리며 주민들 이름을 적어보았습니다.
그 가운데 꼭 함께 하고 싶은 두 분을 만나 설명 드렸습니다.
복날 잔치를 담당하게 되어 참여할 사람을 찾고 있다는 사회복지사의 말에 선뜻 참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정영숙 님 복날 잔치(8/10)
정영숙 님은 최근에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되는 마음에 복지관에 찾아오셨던 분입니다.
그 후로 안부를 확인하며 지내왔습니다.
복날 잔치를 함께 하고 싶어 연락드리고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동안 바쁘게 일 하시느라 이웃들과 왕래할 시간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올해 일을 관두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웃들과 인사 나누신다고 하셨습니다.
콩나물 1000원치 사서 양이 많으면 10호 집과 나누고,
7호에서 버리려고 내 놓은 쓰레기를 내 것 버리러 가는 김에 같이 버리며
그렇게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셨습니다.
옆집에서도 도움 필요할 때 도움 주고받고, 먹을 것 나눠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정영숙 님 같은 분이 계시니 이웃 간에 인정이 흐릅니다. 잘 찾아왔습니다.
복날에 어떤 음식 드시는지 여쭈면서 자연스럽게 동네사람들 복날 잔치를 소개했습니다.
준비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고 코로나19 상황에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궁리했습니다.
“나는 국수는 잘 만드는 편이에요.
국수는 모여서 함께 먹는 맛이 있는데 그러질 못하니 국수보다 과일이 낫겠어요.
요즘 시장에 가보니 과일이 싸더라고요. 오이나 토마토 사서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평소처럼 이번에도 정영숙 님 방식으로 이웃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복날 늦은 오후에 정영숙 님을 만나 방신시장에 다녀왔습니다.
미리 시장조사를 마치셨습니다. 앞장서시는 정영숙 님을 따라 다녔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시지만 이웃과 나누는 마음 때문인지 발걸음이 가벼우십니다.
토마토와 복숭아를 사와서 정영숙 님 댁에서 소분했습니다.
처음 복날 잔치를 제안했을 때는 같은 층 두 곳 정도와 나눌 계획이셨는데
나눠 담는 봉지 수가 계속 불어납니다.
그동안 나눌 분들을 더 생각해 두신 겁니다. 감사했습니다.
복지관에서 준비한 엽서에 정영숙 님이 불러주시는 대로 대신 편지를 써서 함께 배달을 나섰습니다.
“언니~ 복날이라서 과일 좀 드시라고 가지고 왔어요. 드시고 여름 잘 보내세요.”
“아휴~ 뭘 이런 걸 다 가지고 와요.”
“이사 오신 지 얼마 안 되셨죠? 저는 9호 사는 사람이에요. 과일인데 좀 드세요.”
“어머.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엄마! 옆집에서 과일 주셨어요.”
“언니, 얼마 전에 아저씨가 내가 짐 옮기는 거 보고는 무겁겠다고 실어주고 그렇게 도와주셨어. 그때 참 고맙더라고. 과일 좀 가지고 왔는데 아저씨랑 같이 드세요.”
“우리 아저씨가 그랬어? 고마워. 잘 먹을게.”
문을 열어둔 옆집도 과일 나누며 인사하는 소리 다 들었을 거라며 한 봉지 가져다드렸습니다.
알고 보니 평소에 인사 나누는 지인이었습니다.
“어머! 언니 여기 살았어?”
반가운 만남입니다.
정영숙 님은 아래층 사시는 2동 통장님, 택배를 잘 받아주시는 경비원 아저씨께도 과일 가져다드렸습니다. 총 아홉 분께 과일을 선물했습니다.
인사만 하고 지내던 이웃집을 알게 되고, 고마운 이웃에게 특별히 엽서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동안 일하시느라 이웃과 왕래가 적었던 정영숙 님입니다.
늘 이웃에게 먼저 인사 건네고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어하시는 정영숙 님.
이번 기회에 이웃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따라나설 수 있어 참 감사한 하루입니다.
임종희 님 복날잔치(8/11)
가족들을 챙기시느라 늘 바쁘게 지내는 분입니다.
여러 힘든 상황 속에 놓여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힘을 내어 살아오시는 강인한 분입니다.
동네에 마음 터놓고 지내는 이웃 한 두 분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복날 잔치를 구실로 이웃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임종희 님을 만나 제안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커피 별로 안 좋아해요. 콩국수도 잘 안 드시고,
여름이니까 과일이 제일 좋겠어요. 요즘 과일 저렴하더라고요.
여러가지 과일을 컵에 담아서 나눠드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말복이 하루 지난 날 임종희 님과 방신시장에 갔습니다.
평소에 다니시는 곳이라 과일 가게 위치를 잘 아셨습니다.
다섯 곳 넘게 둘러보시곤 가장 괜찮은 곳을 정해 과일을 사셨습니다.
“뭐가 좋을까? 다들 치아가 안 좋으시니까 토마토랑 복숭아로 해요.”
복지관에 돌아와 손수 과일을 씻고 반찬통에 정성껏 옮겨 담았습니다.
엽서에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셨습니다.
먼저 1105동 2층에 사시는 언니 집에 갔습니다.
인사드리고 싶어 따라나섰습니다.
“언니. 복날이라고 고마운 이웃한테 인사 전하려고 내가 과일 좀 샀어요.
복지관에서 제안해주고 도와주셨어요.
반찬통 이거 새로 산거니까 그냥 써요. 나한테 잘 해줘서 고마웠어요.”
“아유, 뭘 이런 걸 가지고 왔어. 서로 도움 주고받고 하는 거지. 나도 고마워.”
“안녕하세요. 복지관에 근무하는 손혜진이라고 해요.
임종희 님이 복날에 이웃들과 과일 나누고 싶어 하셔서 조금 도와드리고,
저도 인사드리고 싶어서 따라왔어요.
평소에 마음 나누고 이야기 잘 들어주신다고 전해 들었어요. 감사하더라고요.”
“맞아요. 서로서로 돕고 그래요. 동생 같이 여기고 지내요. 고마워요.”
두 분 서로 인사 나누신 후에 사회복지사도 인사드렸습니다.
언니 분의 온화한 인상과 차분한 말투에 저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평소에도 집을 오가며 가깝게 지내신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 이브 할머니께 갔습니다. 강아지를 통해 알게 된 이웃입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 동네 잔치 때 아연, 하연이가 카스테라 만들어 인사드리러 간 할머니였습니다.
주민들의 관계망을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내가 많이 의지하는 할머니예요.”
“아유. 내가 더 많이 의지하지. 내가 병원 안가고 그러면 매번 챙겨주고 같이 가주고 그래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임종희 님이 이브 할머니의 헝클어진 머리를 단정히 정리해주셨습니다.
다정한 손길과 그 손길에 익숙해 보이는 두 분 모습.
얼마나 마음이 깊고 가까운지 알게 됩니다.
“내가 동네에서 마음 나누고 지내는 이웃은 이브 할머니랑 아까 만난 언니랑 두 명 밖에 없어요.”
삶이 어렵고 힘들어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단 한사람만 있다면 살아갈 힘이 됩니다.
두 분은 서로에게 그런 존재인 듯 합니다.
과일을 선물을 마치고 아파트를 나오며 임종희 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행복했네. 그 시간.”
“우와, 그러셨어요?”
“그럼요. 나는 내 시간이 없잖아요. 어머니 챙기고 딸 챙기고 강아지들 챙기고,
24시간 나를 위한 시간은 단 한 시간도 없어요.
근데 오늘 이 한 시간은 오롯이 날 위한 시간이었잖아요.
다른 생각 안하니 행복했어요.”
이웃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그 시간은 임종희 님 당신을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이웃과 나누며 지내시지만 복날 잔치 제안하길 잘 했습니다.
뭉클했습니다.
“저도 함께 하니 행복했어요. 이 잔치 주인공은 복지관이 아니라 임종희 님이세요.
다음에도 이런 행복한 시간 만들어요. 그때 또 불러주세요.”
“그래요. 고마워요.”
(글쓴이 : 곁에있기1팀 손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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