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신 씨 아저씨의 구피모임 '구피랑 놀자' #1
- 하는 일/실천 이야기
- 2022. 9. 19. 20:59
(글쓴이 : 강수민 사회복지사)
처음은 우연, 두 번은 필연
신 씨 아저씨는 중년 남성 1인 가구로 처음 만났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주일에 한 번 외출이던 교회 예배도 없어 심심함에 신 씨 아저씨는 취미로
구피를 키우기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엔 작은 식기용 볼에 구피 서너 마리를 키우셨습니다.
여기저기 헤엄치는 모습, 먹이에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재미로 키우셨다고 합니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어항 구색을 조금씩 갖추셨다고 합니다. 구피, 몰리 등 어종도 다양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영상, 블로그를 보며 채우셨습니다. 정성껏 보살피셨습니다.
좋은 환경을 갖춰주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신 씨 아저씨의 손길이 묻은 어항을 보고, 물고기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관심사를 말씀하시는 신 씨 아저씨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렇게 첫 만남에 흥미로운 어항 속 이야기를 듣고 헤어졌었습니다. 특별함 없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바로 다음날 이뤄졌습니다.
다음날 신 씨 아저씨 집 근처 ‘장미공원’에서 강서구 여러 기관이 주관하는 환경 주제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신 씨 아저씨도 오셨습니다. 복지관도 축제에 함께했던 터라 우연히 만났습니다. 가볍게 인사 나눴습니다.
어제 만나고 다음 날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신 씨 아저씨가 물으셨습니다.
“뭐 하는 거예요?”
“쓰레기 줄이고, 일회용품 줄이자는 캠페인 겸 축제예요. 즐기다 가셔요!”
잠시 뒤에 사라지셨던 신 씨 아저씨. 흥미가 떨어져서 귀가하셨나 싶었습니다.
다시 공원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좀 전과 다른 차림입니다.
좀 전엔 집에 있다가 나온 마실 나들이 차림이었다면 지금은 단정한 외출복으로 환복하고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한 손엔 플라스틱 컵을 들고 있었습니다. 제게 다가와 말씀하셨습니다.
“어제 그 구피가 낳은 새끼에요.”
“오, 어제 임신했던 구피요? 간밤에 새끼를 낳았나요? 정말 작고 많네요! 놀라워요!”
“하하, 네. 작고 많죠.”
“저 보여주시려고 가지고 나오신 거예요?”
“네”
플라스틱 컵에는 구피 새끼가 들어있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이야기 나눈, 새끼 밴 구피가 새벽에 낳은 치어였습니다.
어제 이야기 나눌 때 제가 신기하게 경청했던 일을 기억해주신 겁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신 씨 아저씨의 섬세함이 감동입니다.
어제 나눈 대화에서 저를 기억해주셔서 치어를 챙겨나오신 행동이 큰 울림으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또, 어제 대화 나눈 사람과 오늘도 나눈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 씨 아저씨와 물고기를 구실로 보이지 않는 실이 연결된 느낌입니다.
신 씨 아저씨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날입니다.
오롯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신 신 씨 아저씨. 근사한 마음입니다.
여러 사람이 이 마음을 많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습니다.
첫 만남은 작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마음이 커졌습니다.
신 씨 아저씨를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신 씨 아저씨와 어떻게 만나면 좋을지 궁리했습니다.
늘 신 씨 아저씨 생각뿐이었습니다.
시작은 대화에서부터
만남의 구실이 있으면 신 씨 아저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어느 날 신 씨 아저씨와 대화하다가 어항 속을 보니 구피가 첫 만남 때보다 더 많아 보였습니다.
“구피가 정말 많아요. 당근마켓에 천원 씩 파는거 어떠세요? 쏠쏠할거 같아요.”
제 말에 신 씨 아저씨가 크게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뭘 돈 주고 팔아요. 그냥 나누면 나눴지. 돈 주고는 안 팔아요.”
구피 양이 많아 값을 매기면 쏠쏠할 것 같다는 농담에 신 씨 아저씨의 진심을 들으니
뜻하지 않게 감동 받았습니다.
신 씨 아저씨는 이웃과 소통할 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같이 의논하고 응원, 지지해서 신 씨 아저씨가 이웃과 소통하고
어울려 지내시는 시간이 많아지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와, 참 멋진 생각이세요. 저는 이 멋진 생각 못 하고 돈 생각이나 하다니! 신 씨 아저씨 마음이 참 따듯해요.
신 씨 아저씨 이웃이 부럽네요.”
“하하”
멋쩍게 웃으시는 신 씨 아저씨, 그 앞에서 신이 나서 물고기로 이웃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겠노라 대답은 하지 않으셨지만 ‘하하’하고 웃으셨습니다.
다시 때와 상황을 살펴 제안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 씨 아저씨의 우러난 이 마음을 잘 돕고 싶습니다.
이웃과 잘 지내고자 하는 내딛는 첫걸음입니다.
두루 어울려 지내실 수 있는 이웃이 생겨나고 마음 나누고 소통하고 지내는,
나중에는 편하게 만나서 밥 한 끼 같이 먹는 이웃을 만날 수 있도록 잘 돕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신 씨 아저씨의 매력을 얼마큼 알았을 즈음, 주민센터 주무관님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주무관님은 신 씨 아저씨에 대해 다른 분의 이야기로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자세히 알진 못하셨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깝습니다. 아는 만큼 신 씨 아저씨의 매력을 많이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강점이 많으신 신 씨 아저씨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오가다가 깨달은 일화가 있습니다.
신 씨 아저씨는 주민센터 희망드림단 반찬지원을 받으십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희망드림단 단원은 반찬을 드리려고 방문한 집에서 담배 냄새가 많이 나니
신 씨 아저씨 건강을 위해 줄여야 한다고 신 씨 아저씨를 위해 말씀하셨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 씨 아저씨는 제가 갈 때마다 담배 냄새를 빼느라고 늘 환기를 시켜놓으셨음을 이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많이 태우시는지도 몰랐습니다.
다정하신 신 씨 아저씨, 배려심이 느껴졌습니다.
두배로 따스해진 마음으로 저는 열심히 신 씨 아저씨의 강점을 주민센터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취미, 관심사로 대화를 나누니 신이 나서 말씀하신 일 등 그간 만났던 신 씨 아저씨 이야기와
매력을 전해드렸습니다. 적잖이 놀라셨습니다.
“제가 아는 신 씨 아저씨가 아니네요.”
선생님은 신 씨 아저씨가 과묵하고 담배를 많이 태우시는 분이라고만 생각하셨습니다.
다른 모습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신 씨 아저씨의 내면과 이야기를 말입니다.
신 씨 아저씨의 재능과 이웃에게 나누고자 하시는 마음이 크심을 들으시며 주무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응원하고 같이 돕고싶어요. 강점이 많으신 분인줄 이제 알아요."
신 씨 아저씨가 마을에서 이웃과 어울리고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이십니다.
신 씨 아저씨와의 작은 대화에서 시작이 마을에 이웃과 정이 돋아나는 작은 물결이 일어나길 바라봅니다.
주민센터와 함께 신 씨 아저씨의 마음을 응원하고자 합니다.
신 씨 아저씨가 마을에서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펼칠 수 있도록 모임을 꾸려보고자 합니다.
신 씨 아저씨가 마을 선생님이 되어 구피에 대해 알려주고 구피를 나누는 모임.
어떤 어항, 무엇이 필요한지 모두 신 씨 아저씨에게 조언을 구해 마련하고자 합니다.
신 씨 아저씨께 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처음엔 허허 웃으시며 당신이 무슨 선생을 하냐며 멋쩍어하셨습니다.
“신 선생님이시죠~ 저한테 어항 이야기 해주시던걸 그대로 해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선생도 한다는 학생이 있어야죠.”
“한다는 사람은 주민센터 선생님이 모아주신다고 해요. 물고기 좋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더라고요!”
어색하지만 이내 ‘신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드시는 눈치였습니다.
‘선생도 한다는 학생이 있어야죠.’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마치 신 씨 아저씨는 한다는 사람, 학생,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나눔에 참여할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기꺼이 모든 것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이웃을 만날 준비가 된 신 씨 아저씨입니다.
사실 그동안에는 아내와 사별하고 난 후 슬픔과 사고 후유증으로 사람들과 만남이 심리적으로
어려웠다고 합니다. 지금 천천히 준비하고 계십니다. 요즘은 사람들 만날 준비에 재밌다고 하십니다.
당신이 정성껏 키운 물고기를 구실로 이웃에게 한걸음 향합니다. 이 한 걸음을 함께해 기쁩니다.
신 씨 아저씨가 이 모임에서 즐거움, 기쁨, 뿌듯함을 이웃과 함께 얻으시길 바라며 잘 거들고자 합니다.
'하는 일 > 실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네, 안녕!] 9월 상가 인사 캠페인(곁에있기1팀) (1) | 2022.09.20 |
---|---|
[이웃기웃] 어르신 모임 '한마음' 그 동안의 이야기 (1) | 2022.09.20 |
[동네사람들]1102동 두 번의 복날 잔치 (0) | 2022.09.18 |
[동네, 안녕!] 7월 상가 인사캠페인 (이어주기팀) (0) | 2022.09.16 |
[동네, 안녕!] 곁에있기2팀 8월 상가와 함께하는 인사캠페인 (1) | 2022.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