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기웃] 신 씨 아저씨의 구피모임 '구피랑 놀자' #1

 

(글쓴이 : 강수민 사회복지사)

5월 어린이날 잔치때 신 씨 아저씨의 어항 전시회

 

처음은 우연, 두 번은 필연

신 씨 아저씨는 중년 남성 1인 가구로 처음 만났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주일에 한 번 외출이던 교회 예배도 없어 심심함에 신 씨 아저씨는 취미로

구피를 키우기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엔 작은 식기용 볼에 구피 서너 마리를 키우셨습니다.

여기저기 헤엄치는 모습, 먹이에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재미로 키우셨다고 합니다.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어항 구색을 조금씩 갖추셨다고 합니다. 구피, 몰리 등 어종도 다양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영상, 블로그를 보며 채우셨습니다. 정성껏 보살피셨습니다.

좋은 환경을 갖춰주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신 씨 아저씨의 손길이 묻은 어항을 보고, 물고기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관심사를 말씀하시는 신 씨 아저씨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렇게 첫 만남에 흥미로운 어항 속 이야기를 듣고 헤어졌었습니다. 특별함 없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바로 다음날 이뤄졌습니다. 

 

다음날 신 씨 아저씨 집 근처 장미공원에서 강서구 여러 기관이 주관하는 환경 주제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신 씨 아저씨도 오셨습니다. 복지관도 축제에 함께했던 터라 우연히 만났습니다. 가볍게 인사 나눴습니다. 

어제 만나고 다음 날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신 씨 아저씨가 물으셨습니다.

 

뭐 하는 거예요?”

쓰레기 줄이고, 일회용품 줄이자는 캠페인 겸 축제예요. 즐기다 가셔요!”

 

잠시 뒤에 사라지셨던 신 씨 아저씨. 흥미가 떨어져서 귀가하셨나 싶었습니다.

다시 공원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좀 전과 다른 차림입니다.

좀 전엔 집에 있다가 나온 마실 나들이 차림이었다면 지금은 단정한 외출복으로 환복하고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한 손엔 플라스틱 컵을 들고 있었습니다. 제게 다가와 말씀하셨습니다.

 

어제 그 구피가 낳은 새끼에요.”

“오, 어제 임신했던 구피요? 간밤에 새끼를 낳았나요? 정말 작고 많네요! 놀라워요!”

하하, . 작고 많죠.”

저 보여주시려고 가지고 나오신 거예요?”

 

플라스틱 컵에는 구피 새끼가 들어있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이야기 나눈, 새끼 밴 구피가 새벽에 낳은 치어였습니다.

어제 이야기 나눌 때 제가 신기하게 경청했던 일을 기억해주신 겁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신 씨 아저씨의 섬세함이 감동입니다. 

어제 나눈 대화에서 저를 기억해주셔서 치어를 챙겨나오신 행동이 큰 울림으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또, 어제 대화 나눈 사람과 오늘도 나눈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 씨 아저씨와 물고기를 구실로 보이지 않는 실이 연결된 느낌입니다. 

신 씨 아저씨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날입니다.

 

오롯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신 신 씨 아저씨. 근사한 마음입니다.

여러 사람이 이 마음을 많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습니다.

첫 만남은 작았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마음이 커졌습니다.

신 씨 아저씨를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신 씨 아저씨와 어떻게 만나면 좋을지 궁리했습니다.

늘 신 씨 아저씨 생각뿐이었습니다

 

 


 

시작은 대화에서부터

 

만남의 구실이 있으면 신 씨 아저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어느 날 신 씨 아저씨와 대화하다가 어항 속을 보니 구피가 첫 만남 때보다 더 많아 보였습니다.

 

구피가 정말 많아요. 당근마켓에 천원 씩 파는거 어떠세요? 쏠쏠할거 같아요.”

 

제 말에 신 씨 아저씨가 크게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뭘 돈 주고 팔아요. 그냥 나누면 나눴지. 돈 주고는 안 팔아요.”

 

구피 양이 많아 값을 매기면 쏠쏠할 것 같다는 농담에 신 씨 아저씨의 진심을 들으니

뜻하지 않게 감동 받았습니다. 

신 씨 아저씨는 이웃과 소통할 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같이 의논하고 응원, 지지해서 신 씨 아저씨가 이웃과 소통하고

어울려 지내시는 시간이 많아지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참 멋진 생각이세요. 저는 이 멋진 생각 못 하고 돈 생각이나 하다니! 신 씨 아저씨 마음이 참 따듯해요.

신 씨 아저씨 이웃이 부럽네요.”

하하

 

멋쩍게 웃으시는 신 씨 아저씨, 그 앞에서 신이 나서 물고기로 이웃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겠노라 대답은 하지 않으셨지만 하하하고 웃으셨습니다.

 

다시 때와 상황을 살펴 제안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 씨 아저씨의 우러난 이 마음을 잘 돕고 싶습니다.

이웃과 잘 지내고자 하는 내딛는 첫걸음입니다.

두루 어울려 지내실 수 있는 이웃이 생겨나고 마음 나누고 소통하고 지내는,

나중에는 편하게 만나서 밥 한 끼 같이 먹는 이웃을 만날 수 있도록 잘 돕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신 씨 아저씨의 매력을 얼마큼 알았을 즈음, 주민센터 주무관님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주무관님은 신 씨 아저씨에 대해 다른 분의 이야기로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자세히 알진 못하셨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깝습니다. 아는 만큼 신 씨 아저씨의 매력을 많이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강점이 많으신 신 씨 아저씨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오가다가 깨달은 일화가 있습니다. 

 

신 씨 아저씨는 주민센터 희망드림단 반찬지원을 받으십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희망드림단 단원은 반찬을 드리려고 방문한 집에서 담배 냄새가 많이 나니

신 씨 아저씨 건강을 위해 줄여야 한다고 신 씨 아저씨를 위해 말씀하셨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신 씨 아저씨는 제가 갈 때마다 담배 냄새를 빼느라고 늘 환기를 시켜놓으셨음을 이때 알았습니다.

그래서 담배를 많이 태우시는지도 몰랐습니다. 

다정하신 신 씨 아저씨, 배려심이 느껴졌습니다.

 

두배로 따스해진 마음으로 저는 열심히 신 씨 아저씨의 강점을 주민센터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취미, 관심사로 대화를 나누니 신이 나서 말씀하신 일 등 그간 만났던 신 씨 아저씨 이야기와

매력을 전해드렸습니다. 적잖이 놀라셨습니다.

 

제가 아는 신 씨 아저씨가 아니네요.”

 

선생님은 신 씨 아저씨가 과묵하고 담배를 많이 태우시는 분이라고만 생각하셨습니다.

다른 모습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신 씨 아저씨의 내면과 이야기를 말입니다.

신 씨 아저씨의 재능과 이웃에게 나누고자 하시는 마음이 크심을 들으시며 주무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응원하고 같이 돕고싶어요. 강점이 많으신 분인줄 이제 알아요."

 

신 씨 아저씨가 마을에서 이웃과 어울리고 지내시길 바라는 마음이십니다. 

신 씨 아저씨와의 작은 대화에서 시작이 마을에 이웃과 정이 돋아나는 작은 물결이 일어나길 바라봅니다. 

 

주민센터와 함께 신 씨 아저씨의 마음을 응원하고자 합니다.

신 씨 아저씨가 마을에서 당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펼칠 수 있도록 모임을 꾸려보고자 합니다.

신 씨 아저씨가 마을 선생님이 되어 구피에 대해 알려주고 구피를 나누는 모임.

어떤 어항, 무엇이 필요한지 모두 신 씨 아저씨에게 조언을 구해 마련하고자 합니다.

 

신 씨 아저씨께 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처음엔 허허 웃으시며 당신이 무슨 선생을 하냐며 멋쩍어하셨습니다.

 

신 선생님이시죠~ 저한테 어항 이야기 해주시던걸 그대로 해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선생도 한다는 학생이 있어야죠.”

한다는 사람은 주민센터 선생님이 모아주신다고 해요. 물고기 좋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더라고요!”

 

어색하지만 이내 신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드시는 눈치였습니다.

선생도 한다는 학생이 있어야죠.’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마치 신 씨 아저씨는 한다는 사람, 학생,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나눔에 참여할 사람이 있으면 당신은 기꺼이 모든 것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이웃을 만날 준비가 된 신 씨 아저씨입니다.

 

사실 그동안에는 아내와 사별하고 난 후 슬픔과 사고 후유증으로 사람들과 만남이 심리적으로

어려웠다고 합니다. 지금 천천히 준비하고 계십니다. 요즘은 사람들 만날 준비에 재밌다고 하십니다. 

 

당신이 정성껏 키운 물고기를 구실로 이웃에게 한걸음 향합니다. 이 한 걸음을 함께해 기쁩니다.

신 씨 아저씨가 이 모임에서 즐거움, 기쁨, 뿌듯함을 이웃과 함께 얻으시길 바라며 잘 거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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