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놀자] 백가반 준비 과정

백가반 선행연구

 

아이들과 만나기 전 정월 대보름과 백가반 선행연구를 했습니다.

백가반을 알려주신 신동명, 김수동 선생님이 쓰신 책 우리는 마을에 산다를 읽었습니다.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모님들이 어린 시절 마을에서 놀던 이야기를 나누다가 백가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어머님의 제안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로당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백가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셨습니다.

 

옛날에는 부엌에 솥이 세 개가 있었어.

옹솥 이건 국을 끓이고, 가운데 밥솥, 그리고 가마솥, 여기에는 물을 끓이거나 해.

그래서 우리가 밥솥에서 얼쩡거리면 방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

, 밥은 옹솥에 있다!’ 그럼 옹솥에서 꺼내 갔지.”

. 그냥 가져가도 돼요?”

암만, 그날은 다 그렇게 해도 되는 날이여.”

세 집 이상 세 가지 성씨를 가진 집의 밥을 먹으면 그해 운수대통이라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고, 친구들도 많을 거라는 말에 아이들은

얼른 가고 싶다고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 우리는 마을에 산다78

 

총 서른 명의 아이들과 열다섯 가정이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이 호수를 잘못 알고 어느 할아버지 댁에 가서 다짜고짜 밥을 달라고 한 이야기,

나물을 먹지 않던 아이들이 비빔밥을 잘 먹는 이야기,

밥을 먹은 후에는 한 해 소망을 비는 소지를 만든 이야기 모두 즐겁습니다.

 

생소했던 백가반 풍경이 또렷하게 새겨지는 듯했습니다.

아이들은 더 생소할 겁니다.

경로당 어르신의 옛이야기가 아이들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고 하니,

우리 방화동 어르신들께도 옛날이야기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생생한 정월대보름 이야기도 듣고 그 구실로 어르신과 아이들의 관계도 생겨날 겁니다.

 

 

가장 먼저 복지관 1층 어르신들이 모여 계신 웃음꽃방을 찾았습니다.

할머니 여섯 분이 이야기 나누고 계셨습니다.

인사드리고 아이들과 함께할 일 궁리하고 있는데 어린 시절 정월 대보름에 어떻게 노셨는지 여쭈었습니다.

 

쥐불놀이했지. 윷놀이도 하고

그때는 공기놀이도 하고 고무줄 뛰기도 하고 그랬어.”

 

옛날에 놀던 이야기에 분위기가 더 밝아졌습니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밥도 얻어다 먹었어. 요즘 애들은 모를 거야.”

 

한 분이 백가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아이들과 백가반 해보고 싶다고 하니,

요즘은 대보름에 오곡밥 하는 집도 잘 없고 밥 주는 데가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옛날에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복지관에서 의도적으로 백가반 하려는 이유를 설명 드렸습니다.

 

그래. 요즘 아이들은 그런 재미를 모르지.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거야.

뭐 물어보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와요.”

"고맙습니다."

 

 

다음으로 12단지 노인정을 찾아갔습니다.

 

뭐 백가방?”

 

백가반 명칭은 모르셨지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습니다.


정월대보름에 어떻게 놀았는지 글로 써주시는 어르신


부잣집에서는 찰밥을 해서 장독대 위에 뒀어.

그러면 친구들끼리 가서 밥 훔쳐다가 먹고 그랬지.”

 

어렸을 때는 밤늦게까지 친구들이랑 놀다가 배고프면 이웃집 가서 밥 훔쳐 먹고 그랬어.

그날은 누가 밥 달라고 하면 다 주는 날이었어.

친구들끼리 이집 저집 밥 훔쳐 와서 보면 다 친구네 밥이야. 모르는 사람 집에는 안 가거든.”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어릴 적 밥을 훔쳐 먹으러 갈 때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훔치는 우리나 도둑맞는 집이나 서로 다 아는 사실이었다.

영청 밝은 보름달은 우리 마을 구석구석까지 비추었고 온 마을이 깨어 있어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이날은 밤늦게까지 큰 소리로 떠들며 마을을 다녀도 아무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니는 집집마다 후한 인심을 맛볼 수 있었다.

그때는 진짜 내가 마을이고 마을이 곧 나였다. - 우리는 마을에 산다78

 

아는 사람 집에만 갑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밥을 훔치는 일일지 모르나, 다 이웃들이 아이들 위해 차려놓은 음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후한 인심을 맛보는 정월대보름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살아있는 이야기. 귀하고 귀합니다.

이웃이 함께 어울리고 후한 인정을 나누던 좋은 문화가 사라져가니 아쉽습니다.

아이들이 백가반으로 이웃과 인정을 나누는 경험을 꼭 하면 좋겠습니다.


노인정 회장님께 옛날이야기 아이들에게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 여쭈었습니다. 

할머니들이 이야기를 잘 해줄 거라며 할머니들 소개해주셨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옛날이야기 들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잘됐습니다. 

 

 

백가반 준비 

 

아이들도 선행연구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정월대보름에 하는 놀이' 검색했습니다

11단지, 12단지 노인정을 찾아가 어린 시절 정월대보름에 어떻게 노셨는지 직접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밥을 얻어먹는 일이 동냥하는 것 같다던 아이들이 어르신 만나 직접 이야기 들으면서 

백가반에 담긴 의미를 조금씩 이해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홍보지도 만들었습니다

'백가반'만 적으면 모를 테니 설명을 덧붙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정연이 매직으로 굵게 적은 '백가반' 글자 옆에 볼펜으로 작게 썼습니다.



'일백 백, 집 가, 밥 반'

(백 집을 다니며 밥, 반찬을 얻어 와서 비빔밥 해 먹기 / 현실적으로 백 집은 가지 않음)


현실적인 정연의 현실적인 설명이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우, 정연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 있는 안내문을 만들었습니다

정월대보름은 19일 화요일이라 백가반도 화요일로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날씨를 검색해보더니 비소식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비가 오면 동네 돌아다니기 힘들고 운동장에서 놀기도 어려우니 월요일로 날짜를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 꼼꼼함에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지우, 정연이 만든 안내문


밥과 나물반찬 주실만한 분을 찾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사탕을 주실만한 분'을 떠올리는 일보다 '밥과 나물을 주실만한 분'을 떠올리는 게 더 어렵습니다

, 나물 반찬을 얻어먹어본 경험이 적기에 그럴 겁니다.


복지관과 좋은 관계 맺고 계신 분 가운데 도와주실만한 분을 떠올렸습니다

요리 잘하시는 분, 백가반을 구실로 아이들과 관계 맺으셨으면 하는 분들에게 미리 부탁드렸습니다

아이들과 직접 찾아가 부탁드리기도 하고 전화 드리기도 하고, 우연히 마주친 분께도 부탁드렸습니다

부탁드리는 과정부터 아이들과 관계가 시작됩니다.



김 씨 할머니와 아이들 만남


김 씨 어르신은 오랜 세월 혼자 지내오셨습니다

노인정을 이용하지도 않으시고 이웃들과 왕래도 거의 없는 분이셨습니다

마음으로는 정이 많은데 표현이 서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알고 보면 인정 많고 따듯한 분이십니다


김민지 선생님이 어르신을 떠올리고 아이들과 만남 제안했습니다

어르신께 부담되지 않는 만큼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김민지 선생님, 정연, 이정과 함께 찾아뵈었습니다.


아휴. 이렇게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와주고, 고마워.”


어르신이 방에서 가장 따뜻한 이불 위로 아이들 앉으라며 자리 내어주셨습니다

정연, 이정이 인사드리고 소개했습니다

옆에 앉아 있는 이정 손을 꼭 잡아주시고 예쁘다며 등을 토닥이셨습니다

이정이 어르신 손잡고 흔들기도 하고 할머니 품에 쏘옥 안겼습니다.


처음 보는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나?”


어르신이 놀란 눈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기특하고 예쁘다며 이정이 등을 또 토닥여주십니다.


정연이 백가반 하려고 하는데 밥이나 나물반찬 부탁드리고 있다고 설명 드렸습니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아이들 부탁이 신기하고 즐거우셨을까요

어르신이 큰 소리로 웃으셨습니다

매운 거 못 먹는 아이들 위해 간장 조금만 나눠주셔도 좋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 간장은 내가 줄 수 있어.”


간장 담아갈 통을 챙겨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가서 할머니 이렇게 산다고 흉보지 마.”

아니에요.”

혼자 사는 할머니한테 이렇게 와주고 고마워.”

부탁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감사 인사 드렸습니다. 승강기를 기다리며 이정에게 물었습니다.


처음 뵙는 할머닌데, 어떻게 그렇게 다정하게 대했어? 할머니가 엄청 좋아하시더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그래서 저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좋아해요.”


김 씨 어르신과 아이들 만남 주선하길 잘했습니다.

관계 씨앗 하나 심었습니다.



이선이 통장님과 아이들 만남



이선이 통장님 댁에도 직접 찾아가 부탁드렸습니다

정우와 사랑도 동행했습니다

사랑은 통장님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통장님이 알아보시며 반갑게 인사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통장님 댁에 들어가자마자 여기저기 구경하고 이것저것 만져봅니다. 

다른 사람 집에 오면 구경하거나 물건을 만질 때 허락을 구해야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웃집 왕래가 적어 신기하고 궁금해서 그랬을까요. 

하나하나 경험하며 새로 배우고 익힐 것들이 많습니다

웃 어른과 만나며 자연스럽게 배우면 좋겠습니다.



통장님이 아이들 위해 사과, , 곶감, 유과를 간식으로 내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잘 먹습니다

정우가 통장님이라는 호칭이 신기한지 통장님께 여쭈었습니다.


그런데 통장님이 무슨 뜻이에요?”

학교에 반장 부반장 있지? 동네에서 반장 역할 하는 사람이 통장님이야.”

~”


통장님이 어린 시절 정월대보름에 놀던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밥을 얻어먹는 일이 놀이 같은 거라고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백가반 부탁드리러 왔다가 선행연구도 하게 됩니다


아직 무슨 나물 무칠지 정하지 않았지만 맛있게 해서 준비해놓겠다고 약속해주셨습니다.



김옥수 어르신과 아이들 만남


기획단 아이들과 홍보지 붙이러 11단지를 다니다가 김옥수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캔디헬로우 데이 때 사탕과 과자를 준비해주신 분이십니다

아이들도 김옥수 어르신을 알아보고 다가가 인사드렸습니다

정연이 백가반 활동 설명 드리고, 밥이나 나물 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맞아. 화요일에 대보름이지? 그때는 부럼 깨야지. 땅콩을 사다 놓을게.”

우와. 땅콩이요?”


생각지 못한 만남에 이어 생각지 못한 땅콩 약속까지 받으니 아이들이 반갑고 즐거워했습니다.


내가 토요일에 땅콩 사다 놓을게. 그 때 우리 집에 와.”

. 고맙습니다. 5시에서 6시 사이에 갈게요.”

그래.”


아이들의 갑작스런 부탁에 고민 없이 주고 싶은 사랑과 정성 내어주시는 어르신들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글쓴이 : 손혜진)


댓글(5)

  • 권민지
    2019.02.20 17:45 신고

    어르신들도 이야기해주시면서
    옛 추억이 새록새록 나셨을 것 같아요.
    백가반을 구실로 어르신들도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지역사회와 상관하여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웁니다.

    손혜진 주임님 짱!

    • 손혜진
      2019.02.20 17:46 신고

      바쁜 가운데도 동료들의 글 하나하나 읽고, 댓글 달아주어 고마워요. 주임님의 애정어린 댓글에 더욱 힘 얻어요. 알죠? 고맙습니다~!

  • 정우랑
    2019.02.20 17:49 신고

    백가반이 무엇인지,
    정월대보름에 무엇을 하고 노셨는지,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여쭤보러
    다니는 일이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연스레
    만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놀이'를 구실로 '관계'를 주선하는 '친구야 놀자'
    2019년에도 수많은 관계가 생겨나길 응원합니다.

  • 김미경
    2019.02.21 07:33 신고

    '그때는 진짜 내가 마을이고 마을이 곧 나였다.'

    후한 어른들의 인심을 느끼고 동네 친구들과 환한 달빛 아래
    웃으며 다녔을 모습이 그려집니다.
    내가 마을이고 마을이 곧 나였을 그때...

    얼마 전 황제떡볶이 사모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연히 창고 정리를 하다 동네 아이들이 전해 준 편지와 사진들을 보고
    한참을 사장님과 이야기 나누셨다고 해요.
    떡볶이 맛을 잊지 못해 어른이 되어 찾아오는 이도 고맙고 반갑지만
    이 아이들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하셨어요.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어렸을 때 살았던 방화동을 어떤 모습을 추억할지 떠올리면
    방화동을 따스하게 기억할 것 같다고 이야기 나눴어요.
    내가 마을이고 마을이 곧 내가 되듯이
    친구야 놀자 사업에 참여한 아이들도 그러할 것 같아요.

    통장님을 만나 통장이 뭔지 통장님께 직접 듣고,
    홀로 사시는 어르신도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인사 나눌 귀여운 동네 아이를 알게 되고요.
    정연이가 말한 백가반 현실적인 표현도 좋습니다.
    마을이 살아 숨 쉬는 듯합니다.

  • 양원석
    2019.03.06 00:03 신고

    오~ 백가반. 그런 뜻인지 몰랐어요.
    백가반 가치는 살리되, 지금 시대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