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놀자] 공항동 자연놀이터 | 길 위의 학교 입학

(글쓴이 : 정해웅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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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놀자] 공항동 자연놀이터 | 준비 & 시작, 2022.05.25. 정해웅


 

역할 정하기

송정초에서 아이들과 두 번째로 만났습니다.

앞으로 친구야놀자 활동 자원봉사자로 함께하게 된

홍성호 대학생 활동가 선생님도 함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오늘은 뭐해요?”

우리 계곡으로 여행가요.”

제가 놀러 갈 곳 찾아봤어요.”

 

두 번째 만남인데 인사부터 여행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빨리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었나 봅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스스로 여행가는 활동이라는 건 알고 왔구나하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습니다.

 

 

아이들과 한 명씩 포옹하며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만날 때, 헤어질 때 하는 찐한 포옹은 활동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빼먹지 말자고 다짐한 일 중 하나입니다.

처음엔 친밀감과 관계를 위해서 좋겠다 싶어 작년 활동을 하면서도 늘 포옹 인사를 했습니다.

포옹 인사를 하다 보니 사랑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포옹하며 사랑을 주기도 했지만 받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몸으로 표현하는 응원이자 지지이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아이들과 포옹 인사를 하며 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감정을 나누는 경험으로도 귀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활동을 함께하게 된 홍성호 선생님과 인사하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는 곳부터 취미, 특기 등 일상과 관심사 이야기로 신나게 떠들다가 여행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여행에서 각자 필요한 역할을 생각해보고 정하기로 했습니다.

지난주 가율이의 의견처럼 역할을 정하게 되면 서로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활동 진행도 저희가 해보고 싶어요.”

 

회의 진행부터 친구들과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오늘 여행 역할도 정하고 서로가 이웃 관계망도 그려보는 게 목표였지만,

아이들 스스로 활동을 이끌어간다면 역할 정하기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 대신에 각자 의견을 신나게 이야기하는 만큼,

친구가 하는 이야기도 집중해서 들어줬으면 좋겠어. 선생님은 옆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만 도울게.”

 

가율이와 규담이가 회의 진행을 했습니다.

원택이와 윤성이는 회의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남겼습니다.

승아, 승민, 근우는 열심히 의견을 발표하며 회의를 이끌었습니다.

 

우선 어떤 역할과 팀이 있으면 좋을지 이야기 나눴습니다.

여행 답사와 조사를 위한 사전 조사팀, 카메라 팀, 준비물 팀, 분위기 메이커 팀 등 많은 팀 이름이 나왔습니다. 각 팀의 역할을 정리해보며 팀을 하나로 합치기도 하고 팀의 역할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서로가 하고 싶은 팀이 겹치면 가위바위보로 역할을 정했습니다.

이번에 하고 싶은 역할을 했으면 다음에는 다른 친구에게 양보해주기로 약속도 잊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역할 말고 다른 역할을 하고 싶을 수 있는 친구에게 아이들 서로가 위로합니다.

 

어차피 우리 정하는 역할 이것만 하는 거 아니야.

다 같이 여행 다녀오는 데 중요하게 맡은 역할이 저거라는 거야. 다 같이 할 거잖아

규담이가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 우리가 모두 같이하는 일임을 콕 집어줬습니다.

 

맞아. 어차피 저거 다 같이 하는 거잖아.”

다른 친구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분위기 메이커 팀도 중요해. 친구들 웃기는 역할이고 여행에서 기분전환을 담당하니까!”

 

특별한 역할이 없을 수 있는 팀에 서로가 역할의 의미를 더해주기도 했습니다.

분위기 메이커 팀이 여행의 꿀잼을 보장해야 해서 중요하다는 등의 말로

서로의 역할을 세워주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맞습니다. 중요한 역할,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 따로 없습니다.

서로의 역할을 세워주는 모습이 귀한 마음입니다.

아이들과 만나면서 모습을 많이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활동을 하기보다 스스로 친구들과 여행 회의를 해보는 경험, 서로의 역할 의미를 찾아주는 경험,

친구들의 강점을 찾아 활동에 녹여내는 경험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관계망 그리기 & 규칙 정하기

오늘은 아이들과 서로 친구, 가족, 이웃 등의 관계망을 그리고 활동 규칙을 정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이 여행 같이 가고 싶어요.”

관계망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같이 여행 가고 싶은 친구였습니다.

이 외에도 여행에 도움을 주실만 한 어른, 선생님 등을 함께 떠올렸습니다.

아직 활동 초기이기 때문에 관계망은 대부분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로 채워졌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여행에 도움을 주신 마을 이웃과도 관계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활동 이후에는 아이들의 관계망이 더욱 풍성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을 옆에서 잘 돕고 싶습니다.

 

 

관계망 그리기가 끝나고 다 같이 활동 규칙을 세웠습니다.

아이들이 활동하면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기에 아이들이 직접 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당자가 생각해왔던 규칙은 잠시 잊고,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활동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여행하면서 혼자 다니지 말고 두 명 이상 같이 다니면 좋겠어요.”

친구들끼리 무력을 쓰지 않고 나쁜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로 의견을 존중해주면 좋겠어요. 내 의견과 친구들 의견 모두 중요하니까요.”

우리가 주도적으로 활동하면 좋겠어요.”

 

활동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

친구들과 잘 지내며 배려하고 싶은 마음,

스스로 주도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 마음이 참 고맙습니다.

 

아이들에게 ‘~하지 않기라는 부정적 표현보다

‘~하기라는 긍정적 표현으로 규칙을 많이 정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부정적 표현을 긍정적 표현으로 바꿀 수 있는 건 함께 바꿨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기를 바랐습니다.

긍정적 규칙으로 바뀌지 못한 ‘~하지 않기의 규칙은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담당자가 부정적인 규칙들을 긍정적인 규칙으로 쉽게 정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담당자의 한마디로 아이들의 표현을 전혀 다른 말로 바꿔버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활동하면서 친구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의도적으로 찾아보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칙도 긍정적인 말들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생각나지 않았던 표현들이 활동이 다 끝난 이후에는 긍정적인 표현들이 생각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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